[김태기의 인사이트]발상의 전환이 필요한 근로시간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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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침체의 공포가 어른거리면서 근로시간제도 개편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미국보다 디지털인프라가 잘 구축돼 있고 교육 수준이 높은 나라가 정부에서 강제하는 일률적인 근로시간제도를 유지한다는 것은 난센스다.
진짜 장시간 근로 관행을 없애고 싶다면 노사의 근로시간제도 선택 폭을 넓히는 것이 맞다.
프랑스가 그랬던 것처럼 우리도 늦었지만 근로시간제도 현대화에 나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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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정부가 밀어붙인 주52시간제
고용 절벽 등 佛 실패 그대로 답습
창의성 등이 중시되는 디지털 시대
노사 자율에 맡겨 선택폭 넓혀야
경기 침체의 공포가 어른거리면서 근로시간제도 개편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짧게 일하고 돈을 많이 벌면 좋겠지만 근로시간이 줄어드는 것은 원하지 않는다. 근로시간제도는 일자리 및 소득은 물론 여가와도 직결된다. 나라마다 다른 근로시간제도의 특징은 세 가지 유형으로 나뉜다. 소득이 낮은 개발도상국가는 근로시간 단축보다 일자리 유지에 방점을 둔다. 선진국은 근로시간 단축에 초점을 맞추지만 나라에 따라 방식이 다르다. 미국·독일 등은 노사가 자율적으로 근로시간을 줄인다. 반대로 프랑스 등 남부유럽은 정부가 법으로 근로시간을 단축했다. 하지만 일자리와 소득이 감소하자 정책을 바꿔 지금은 노사 자율을 확대한다.
우리나라는 과거 프랑스의 실패를 답습했다. 근로시간 단축을 줄곧 정부가 법으로 밀어붙여왔다. 최근에는 법정 근로시간을 주당 최대 68시간에서 52시간으로 무려 25% 정도를 한꺼번에 일률적으로 줄였다. 그 결과 민간기업의 정상적인 일자리는 줄고, 저임금 계층의 소득이 감소하며, 밥상 물가만 올랐다. 프랑스도 2000년 주당 법정 근로시간을 39시간에서 35시간으로 4시간 단축했다. 우리나라처럼 근로시간이 줄면 일자리가 늘고 일자리 증가로 소득이 높아져 경제가 성장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실업률이 10%를 넘는 등의 문제가 나타나자 5년 만에 사실상 폐기했고 이후 노사 자율에 맡기면서 최근 실업률이 하락하고 경제성장률은 올라갔다.
근로시간 단축을 노사 자율로 할지, 정부에서 강제로 할지에 대한 선택은 분명해졌다. 노사 자율로 하면 경기 악화 때는 근로시간 단축과 시간당 노동생산성 제고로 고용 충격을 줄이고 경기 회복 때는 근로시간을 늘려 생산이 빠르게 증가하면서 근로자의 소득도 올라간다. 그러나 정부가 강제하면 경기 변화에 대응하기 어렵다. 근로시간 단축으로 시간당 임금이 오르는 반면 생산성은 제자리이기에 고용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 경기가 악화하면 고용의 충격은 그만큼 커지고 경기가 회복되더라도 생산과 소득의 증가 폭은 그만큼 작아진다. 정부의 근로시간 규제가 많고 복잡한 이탈리아나 스페인 등의 실업률이 높고 경제성장률이 낮은 이유다.
디지털 시대가 되면서 근로시간제도는 더 중요해졌다. 제조업 시대에는 일하는 방식이 단조롭고 노동력을 생산요소로 간주했다. 하지만 디지털 시대 도래로 창의성을 발휘하는 인적 자본이 형성되면서 근로시간도 자신이 관리할 필요성이 커졌다. 공장에서의 집단노동은 줄고 사무실과 연구실은 물론 직장 바깥에서의 노동이 늘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또 근로시간이 짧아지고 여가시간은 길어지면서 성인들의 평생학습이 강조된다. 생애소득이 올라야 여가도 즐길 수 있기에 노동조합도 조합원의 숙련 개발에 대한 지원을 강화하고 있다. 미국과 독일의 노동조합은 진작부터 조합원 교육과 훈련을 노사관계의 중요 의제로 다뤄왔다.
우리나라는 근로시간제도에 대한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미국보다 디지털인프라가 잘 구축돼 있고 교육 수준이 높은 나라가 정부에서 강제하는 일률적인 근로시간제도를 유지한다는 것은 난센스다. 역동적인 국민에게 몸에 맞지 않는 옷을 입으라고 하는 것과 같다. 진짜 장시간 근로 관행을 없애고 싶다면 노사의 근로시간제도 선택 폭을 넓히는 것이 맞다. 최근 미래노동시장연구회가 제시한 근로시간제도 개선 방안은 시대의 흐름에 부응한다. 프랑스가 그랬던 것처럼 우리도 늦었지만 근로시간제도 현대화에 나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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