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언스샷] 간헐적 단식, 유전자까지 바꾼다

이영완 과학전문기자 2023. 1. 5.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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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험동물 유전자 대부분 영향 받아
염증 유전자 줄고, 청소 유전자 늘어
하루 리듬 맞춰 건강 개선되는 듯
교대근무자 건강 유지에 도움 가능
하루에 8~9시간 동안만 식사를 하고 나머지는 아무 것도 먹지 않는 시간 제한 식사, 이른바 간헐적 단식이 유전자 발현에도 영향을 주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로 인해 체중 감소와 건강 개선 효과가 나타난다는 것이다./Harvard Health

최근 다이어트 방식으로 인기가 높은 간헐식 단식이 유전자까지 바꾸는 것으로 밝혀졌다. 이로 인해 체중 감소와 건강 증진 효과가 나타난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이번 연구가 소방관처럼 식사 시간이 불규칙한 교대 근무자들이 건강을 유지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고 기대했다.

미국 소크 연구소의 사치다난다 판다 교수 연구진은 지난 3일(현지 시각) 국제 학술지 ‘셀 메타볼리즘(Cell Metabolism)’에 “시간 제한 식사(tme-restricted eating, TRE)’가 뇌를 포함해 우리 몸 22군데 이상에서 유전자 발현에 영향을 미치는 것을 동물실험을 통해 확인했다”고 밝혔다.

시간 제한 식사법은 하루에 특정 시간 안에만 식사를 하고 나머지는 시간은 아무 것도 먹지 않는 것이다. 보통 16시간 단식하고 8시간 안에 식사를 하는 방식이다. 일반적으로 간헐적 단식이라고도 불린다. 이런 방법은 체중 조절에 도움이 되고 실험동물의 수명을 연장시켰다고 알려졌지만, 분자 단위에서 어떻게 다양한 장기에 영향을 미치는지 지금껏 확인되지 않았다.

◇대사과정 관장하는 호르몬 조절에 영향

연구진은 생쥐 한 무리는 24시간 내내 언제든 지방과 탄수화물이 풍부한 먹이를 먹을 수 있도록 했지만, 다른 무리에게는 야행성인 쥐의 생체주기에 맞춰 밤 9시간 동안만 먹이를 줬다. 7주 뒤 장기 22군데와 뇌에서 조직을 채취해 유전자를 분석했다.

연구진은 쥐 유전자 70%가 간헐적 단식에 영향을 받았다고 밝혔다. 크게 보아 건강에 도움이 되는 쪽으로 유전자가 바뀌었다. 염증 유전자나 당과 지질 대사 유전자는 기능이 줄었고, 대신 세포 찌꺼기를 청소하는 자가포식 유전자는 활동이 증가했다.

특히 부신과 췌장, 뇌의 시상하부에서 유전자 약 40%가 시간 제한 식사에 반응한 것을 확인했다. 모두 신체의 호르몬 조절에 관여하는 곳이다. 호르몬 불균형은 당뇨병에서 스트레스 장애까지 다양한 질병을 유발한다. 연구진은 시간 제한 식사가 이런 질병을 관리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조영민 서울대병원 내분비대사내과 교수는 이번 연구에 대해 “유전자가 하루 리듬에 따라 복제를 하므로 시간 제한 식사가 유전자 발현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라고 말했다. 생명체는 유전정보를 담은 DNA를 밤에 복제한다. 낮에는 햇빛의 자외선이 DNA에 손상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조 교수는 “이번 연구는 두 시간 간격으로 조직을 채취해 유전자에 미치는 영향을 광범위하게 알아본 성과”라고 평가했다.

시간 제한 식사가 신체 모든 곳에서 유전자 발현에 영향을 주는 것으로 동물실험에서 밝혀졌다. 이 그림에서 서로 연결된 장기를 상징하는 대관람차가 가운데 시계로 표현된 시간 제한 식사 동안 부드럽게 작동하는 것을 보여준다./소크 연구소

◇교대근무 잦은 소방관 건강 유지에 도움

소크 연구소는 이번 연구로 24시간에 맞춰 작동하는 하루 리듬을 지키기 어려운 교대근무가 소화기 질환이나 암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연구할 길을 열었다고 밝혔다. 실제로 서울대병원은 밤낮이 바뀌는 일이 많은 동대문시장 상인 중에 혈당 조절이 안되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을 확인했다. 항공기 여승무원에서 유방암 발병률이 높은 것도 교대근무와 관련이 있다는 설명도 있다.

소크 연구소의 판다 교수는 지난해 10월 같은 학술지에 교대근무가 잦은 소방관도 매일 10시간 안에 모든 식사를 마치도록 하면 몸에 나쁜 콜레스테롤이 줄고 정신건강도 좋아졌다고 밝혔다. 혈당, 혈압 수치도 호전됐다. 조영민 교수는 “식사 시간이 바뀌면서 유전자 발현에 영향을 미친다면, 시간 제한 식사가 교대근무자의 건강을 유지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반면 일부에서는 시간 제한 식사가 체중 감소나 건강 개선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주장도 나왔다. 지난해 4월 중국 남방의대 연구진은 ‘뉴 잉글랜드 저널 오브 메디슨(NEJM)’에 비만 환자 139명을 대상으로 1년간 시험한 결과 시간 제한 식사의 체중 감량 효과를 확인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오전 8시부터 오후 4시까지만 식사를 한 환자들은 다른 환자와 비교해 체중은 물론 체지방, 혈압, 대사질환 위험요인도 차이가 없었다고 당시 연구진은 밝혔다.

2022년 10월 국제 학술지 '셀 메타볼리즘'의 표지. 사회의 영웅인 소방관이 잦은 교대 근무에도 건강을 지킬 수 있는 식사 습관을 제시했다./Cell

하지만 작년 중국 연구는 실험구성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당시 연구에서 시간 제한 식사를 한 환자들은 8시간 안에만 식사를 했다. 이들과 비교한 대조군은 비만 환자임에도 평균 식사 시간이 10시간 20분대였다. 처음부터 식사 시간에 큰 차이가 없었던 셈이다. 반면 앞서 소크 연구소의 연구는 하루 16시간이나 식사를 하는 비만 환자와 비교해 뚜렷한 체중 감소 효과를 보였다.

조 교수는 “시간 제한 식사를 시키면 칼로리를 20% 덜 섭취하는 것으로 나타나 체중 감소에 도움이 될 것”이라며 “문제는 일상생활에서 누구나 이 방법을 지키기 어렵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전반적으로 보아 다이어트 효과가 있지만, 개인 특성을 고려하지 않고 억지로 하다가는 오히려 스트레스를 줄 수도 있다는 것이다. 건강에 단 하나의 왕도는 없는 셈이다.

참고자료

Cell Metabolism, DOI: https://doi.org/10.1016/j.cmet.2022.12.006

Cell Metabolism, DOI: https://doi.org/10.1016/j.cmet.2022.08.018

New England Journal of Medicine, https://doi.org/10.1056/NEJMoa2114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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