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고 듣는 연주자·악단 다 나와…올해 클래식계 라인업

임석규 2023. 1. 5. 0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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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3대 관현악단 뜨거운 경쟁 예고
세계 3대 관현악단 11월 잇따라 내한
임윤찬·조성진 국내외 오가며 맹활약
명품 기획공연·국제음악축제도 풍성
뉴욕 필하모닉 오케스트라를 이끄는 세계적 지휘자 야프 판즈베던이 2024년 정식 음악감독 취임에 앞서 올해 모두 10차례 서울시향을 지휘한다. 서울시향 제공

2023년, 국내 클래식 음악계는 새로운 중흥기를 맞았다. 코로나19가 수그러들면서 공연장에 다시 활기가 감돈다. 임윤찬 신드롬 등의 영향으로 젊은 관객층 유입도 늘었다. 세계 3대 오케스트라로 꼽히는 베를린필·빈필·로열콘세르트헤바우 등 내한공연 라인업도 역대 최강급이다.

■ 국내 3대 관현악단 선의의 경쟁

서울시향과 케이비에스(KBS)교향악단, 국립심포니 등 국내 3대 관현악단 모두 외국인 음악감독 체제다. 실력이 검증된 이들이 암묵적으로 펼칠 음악적 경쟁은 올해 클래식 공연판의 주요 관전 포인트 가운데 하나다. 서울시향이 선공을 폈다. 뉴욕필을 이끄는 야프 판즈베던을 1년 앞당겨 투입한 것. 오는 12~13일 공연을 시작으로 모두 10차례 지휘봉을 잡는다. 취임 2년차를 맞은 케이비에스교향악단의 피에타리 잉키넨, 국립심포니의 다비트 라일란트 음악감독도 다채로운 레퍼토리를 선보이며 본연의 색깔을 드러낸다.

피에타리 잉키넨 케이비에스교향악단 음악감독은 2년차를 맞아 다양한 레퍼토리로 본연의 색깔을 드러낸다. 케이비에스교항악단 제공

객원지휘자들 면모도 화려하다. 미하일 플레트뇨프와 만프레트 호네크(서울시향), 엘리아후 인발과 마레크 야노프스키(케이비에스교향악단) 등 거장들이 나선다. 국립심포니는 독일 바그너의 성지 바이로이트 축제에 최초로 입성한 우크라이나 출신 여성 지휘자 옥사나 리니우가 눈길을 끈다.

피아니스트 임윤찬. 목프로덕션 제공

■ 국내외 피아니스트들의 종횡무진

신드롬을 일으킨 피아니스트 임윤찬과 조성진은 국내 클래식 저변 확대에 중요한 원동력이다. 오는 18일 런던 위그모어홀 연주는 임윤찬의 영국 데뷔 무대. 영향력 있는 평론가 노먼 레브레히트는 “경이로운 신세대의 탄생을 목도하게 될 것”이라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위그모어홀 누리집을 통해 실시간으로 감상할 수 있다. 이어 이탈리아, 일본, 프랑스, 미국 등지를 돌며 공연하고, 뉴욕필과도 3차례 협연한다. 국내에선 6~7월 모차르트 협주곡 20번을 협연하며, 11월엔 베토벤 4번 협주곡을 협연한다. 조성진은 쉴 새 없이 미국과 유럽에서 콘서트를 연다. 국내에선 3월 서울 롯데콘서트홀에서 차이콥스키 협주곡 1번을 협연한다. 7월엔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독주회도 연다.

전설로 불리는 마우리치오 폴리니는 내한이 잡혀 있지만 작년에도 건강 문제로 취소돼 불투명하다. 루돌프 부흐빈더는 6월28일부터 7월9일까지 베토벤 소나타 32곡 전곡을 7차례로 나눠 완주한다. 다닐 트리포노프(2월), 브루스 리우(3월), 율리아나 아브제예바(5월), 유자 왕(11월), 이고르 레비트(11월), 비킹구르 올라프손(12월) 등 애호가들을 설레게 하는 피아니스트들이 줄이어 내한한다.

피아니스트 조성진. 유니버설뮤직 제공

■ 세계 3대 오케스트라 11월 빅매치

11월은 그야말로 ‘관현악의 대향연’이다. 이른바 세계 3대 관현악단이 잇따라 내한한다. 투간 소키예프가 이끄는 빈필(6·8일), 파비오 루이지의 로열콘세르트헤바우(11~13일), 키릴 페트렌코와 베를린필(11~12일)이 내리 공연한다. 로열콘세르트헤바우는 음악전문지 <그라모폰>이 베를린필(2위), 빈필(3위)에 앞서 1위 오케스트라로 꼽을 정도로 명문 악단이다. 280년 전통의 라이프치히 게반트하우스 오케스트라(15~16일)도 안드리스 넬손스의 지휘로 내한한다.

앞서 3월엔 1548년 창설된 475년 전통의 오케스트라 드레스덴 슈타츠카펠레를 정명훈이 지휘한다. 5월엔 고음악계의 스타 지휘자 필리프 헤레베헤와 샹젤리제 오케스트라, 바실리 페트렌코의 로열리버풀 필하모닉 공연이 있다. 6월엔 라하브 샤니의 로테르담 필하모닉, 미하엘 잔데를링의 루체른 심포니가 찾는다. 10월엔 27살 신예 클라우스 마켈라(메켈레)의 오슬로 필하모닉 공연이 단연 눈길을 사로잡는다. 로열콘세르트헤바우가 차기 상임지휘자(2027년 취임)로 일찌감치 점찍을 정도로 두각을 보이는 지휘자다. 세묜 비치코프가 이끄는 체코 필하모닉, 에드워드 가드너와 런던 필하모닉, 파보 예르비와 스위스 톤할레 오케스트라 공연도 잡혀 있다.

■ 믿고 보는 명품 기획공연들

전문 클래식 공연장의 공들인 기획공연은 ‘품질’을 보장한다. 예술의전당 교향악축제는 6월1~25일 열린다. 올해로 35회째. 공공 교향악단 연주를 섭렵할 수 있다. 롯데콘서트홀은 8월 ‘클래식 레볼루션’이 눈길을 끈다. 레너드 번스타인을 집중 탐구한다. 올해의 상주음악가인 피아니스트 이진상과 바이올리니스트 윤소영의 기획공연도 기대를 모은다. 금호아트홀에선 쉽게 접하기 어려운 피아노의 거장들을 만날 수 있다. 독일 정통파 연주자 게르하르트 오피츠(11월2일), 슈베르트 스페셜리스트 폴 루이스(2월9일), 밴 클라이번 콩쿠르 심사위원으로 활동했던 스티븐 허프(10월5일), 감각적인 프랑스 연주자 알렉상드르 타로(10월26일) 등 모두 ‘믿고 볼 만한’ 연주자들이다. 금호아트홀 상주 연주자인 피아니스트 김수연의 5차례 무대도 관심을 모은다.

2년차에 접어든 다비트 라일란트 국립심포니 음악감독도 개성 있는 레퍼토리를 선보인다. 국립심포니 제공

■ 계절 따라 열리는 국제음악축제

철마다 열리는 음악축제도 클래식 음악을 즐기는 좋은 방법이다. 3월 말~4월 초에 열리는 통영국제음악제는 ‘경계를 넘어’란 주제로 세계적인 음악인들을 초대한다. 올해엔 바리톤 마티아스 괴르네, 바이올리니스트 레오니다스 카바코스, 조반니 안토니니가 이끄는 이탈리아 원전연주 단체 ‘일 자르디노 아르모니코’ 등을 만날 수 있다. 봄마다 열리는 ‘서울스프링실내악축제’에선 다채로운 실내악을 즐길 수 있다. 여름철엔 강원 평창대관령음악제가 특색 있는 기획들을 선보인다. 서울국제음악제(10월6~14일)에선 바그너의 <라인의 황금> 등이 눈길을 끈다.

임석규 기자 sk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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