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사막의 왕’ 양동근 “내 연기 보고 20년만에 울었죠”
양동근(43)이 멋쩍은 미소를 지으며 ‘남자의 눈물’을 솔직하게 고백했다.
지난 12월 공개된 왓챠 오리지널 ‘사막의 왕’은 돈이 전부라고 믿는 사람들과 돈이 다가 아니라 믿는 사람들의 선택에 관한 이야기를 그렸다. ‘D.P’로 군 조직 내 부조리를 신랄하게 끄집어낸 김보통 작가가 왓챠와 함께 선보이는 일명 ‘김보통 프로젝트’의 첫 작품이다.
‘사막의 왕’ 첫 번째 에피소드 ‘모래 위의 춤’ 주인공으로 열연한 양동근은 최근 매일경제 스타투데이와 화상으로 만나 작품 출연 계기와 소감 등을 아주 솔직하게 털어놨다.
먼저 그는 “제목도 기가 막혔고, 저에게 너무 맞는 글이었다. 제 혼신을 불사를 수 있는 캐릭터와 글이었다”고 대본을 받았을 당시 펄펄 살아있던 자아를 떠올렸다.
무려 20년 만에 마주한, 특별한 경험에 대해서도 말했다.
“딱 20년 만이었어요. 공개된 뒤 반신욕 하면서 작품을 봤는데, 욕실에서 혼자 눈물을 쏟았죠. 드라마 ‘네 멋대로 해라’ 이후 20년 만에 내가 한 연기를 보고 우는 상황이 왔죠. 촬영 전부터 대본을 보면 울컥울컥했는데, 역시나 (완성된 작품을) 보면서 제가 울고 있더군요.”
양동근은 극중 ‘딸바보’ 가장 동현 역을 맡았다. 동현은 죽기 전 마지막 12시간을 딸 서은(박예린 분)과 보내기로 하지만, 눈 앞에서 딸을 납치당하는 기구한 운명에 처한다.
자신의 캐릭터에 대해 양동근은 “그리 하고싶지 않은 일이지만 먹고살기 위해, 아이를 위한 양육비를 보내기 위해 로봇처럼 일하는 생활에 쩌든 인물”이라 소개했다. 그는 “하루종일 일 하느라 정작 아이와 놀아주지 못하지만, 동현이 살아가는 모든 중심에는 아이가 있다. 그런데 그 중심에 있는 아이가 봤을 때, ‘하기 싫은 일을 왜 하느냐’고 묻지만 아빠에겐 그게 자식들을 위해 할 수 있는 가장 의미있는 일이더라. 거기서 눈물샘이 터져버렸다. 아빠들은 100% 공감할 것”이라 말했다.
어떤 지점에서 공감대를 느낀 걸까. 양동근은 “자식이 있는데 일을 하는 분들이라면 알 거다. 자식을 먹여살리기 위해 일을 해야 하는데 그 일을 해야 하기 때문에 못 놀아주는 부모의 마음. 그건 (아이를) 낳아보지 않으면 모른다. 나도 열심히 일하느라 아이들과 놀아줄 시간이 없는데, 그 부분을 작가님이 콕 살려주셨더라”고 말했다.
극중 죽음을 앞둔 아빠로 분하지만 그는 “꼭 죽음을 준비하고 연기하겠다는 쪽으로 접근하진 않았다. 저는 정말 오늘 죽는다는 마음으로 산다. 자식, 가족을 위해서 내 몸 바쳐서 오늘 죽을 마음으로 열심히 일한다. 그런 마음가짐으로 살다 보니 이 캐릭터에 이입이 잘 되더라. 가장 중점을 둔 부분이라기보다는, 내 삶이 그렇다 보니 이입이 잘 됐다”고 말했다.
양동근은 ‘사막의 왕’이 이야기하고자 하는 바와 같이, 자신도 모르게 돈의 노예로 살아가고 있는 현대인 중 한 명인 자신의 현실에 대해 인터뷰 내내 자문하기도 했다. 그는 “진실과 현실의 차이가 아닐까 싶다”면서도 돈보다 우선하는 가치에 대해서는 “매 순간”이라 확실하게 말했다.
또 자신의 삶 속에서 ‘자식’의 의미에 대해서는 “고된 일을 즐겁게 할 수 있는 명확한 이유를 제시해주는 존재”라며 “기쁘게 그 일을 해낼 수 있는, 감당할 수 있는 힘을 주는 존재”라고 말했다.
“제가 아이들에게 배운 것은 너무 많아요. 아이들은 정말 하늘이 준 선물 같은 존재인데, 그런 멋진 선물을 받을만한 준비가 되어있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우린 그 선물을 받게 되죠. 부모의 자리가, 열심히 해야 하는 자리기도 하지만 미안함을 많이 느끼게 해줘요. (자식은) 그런 존재라는 걸 알게 되고 배우는 것 같아요.”
김보통 작가의 작품에 대해, 그리고 그와 가까이에서 함께 호흡한 소회도 밝혔다.
“역시, 김보통 작가님이 보통 작가님이 아니구나 싶었어요. 캐릭터가 터치하는 감정 라인들을 생각했을 때 김보통 작가님의 접근은 보통이 아니더군요. 그런 느낌을 받았어요. 김보통 자각님은 ‘D.P’로 확인된 바 있는 분이라 굉장히 재미있겠다 생각했고, 역시였어요.”
김보통 작가는 ‘사막의 왕’ 중 양동근이 메인으로 활약한 ‘모래 위의 춤’ 에피소드를 연출했다. ‘감독 김보통’은 어떤 느낌이었을까.
“굉장히 차분하게 일을 하셨어요. 그런데 글을 써낸다는 것은, 눈빛은 굉장히 서글서글하고 온화하고 점잖고 담담해보이지만 깊숙한 마음 속엔, 삶을 살면서 갈아온 칼이 있는 것 같았죠. 날카로우면서도 부드러운, 작가님의 그런 부분이 이 작품에 잘 녹아있는 것 같아요.”
다작을 통해 “선배들에 대한 이해를 배웠다”고 밝힌 그는, 그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지나친 이미지 소비에 대해 어떻게 생각할까. 양동근은 “사실 사람들이 보는, 사람들에게 보여지는 (작품 속) 이미지는 제가 아닌데, 사람들은 그걸 저라고 생각한다”고 운을 뗐다.
“그런데 저도 그 이미지가 저인 줄 알고 살았어요. 저도 그 안에 갇혀서 살고 있고요. 그런데 사실은 사람들이 원하는 그 틀에 저를 넣으려고 하고 있었구나 (싶은 것). 인간은 (자신의) 삶을 살아야 하고 성장해야 하는데 사람들이 만들어 놓은 그 프레임 안에 있어야만 그게 나라고 생각하고, 그 안에서만 나를 확인할 수 있었어요.”
양동근은 “많은 분들이 걱정하신다. ‘너는 연기 하는 게 나아’ ‘너는 왜 음반 안 내?’ 과거엔 그런 얘길 들으면 흔들리기도 했는데, 그 말들은 사실 내 삶에, 내 영혼에 아무런 도움이 안 된다”며 “그 프레임을 자각할 순 있지만 그걸 받아들이는 순간 양동근이라는 생명체, 자아는 없어지더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양동근은 특유의 비실비실한 미소와 함께 어느 때보다 당당하게 덧붙였다.
“그래서, 저는 소비된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성장이죠. 양동근으로 더 성장하고 있습니다. 나의 특별함을 지키려고 굳이 노력하지 않아도 되요. 우린 이미 특별하니까요.”
양동근은 이같은 자신만의 철학을 무대에서도 발산한다. 그가 소크라테스 역으로 출연 중인 연극 ‘소크라테스 패러독스’는 서울 대학로 서경대학교 공연예술센터에서 오는 2월 26일까지 공연된다.
[박세연 스타투데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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