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尹 중대선거구제에 "실익 없어" 신중론
기사내용 요약
'尹 정치적 의도' 의구심에 수도권 의석수 감소 우려
민주, 비례대표제 확대·대통령제 개헌 등 조건 달아
尹 언급에 "실정 덮으려는 정략적 의도" 거센 비판
당내 수도권·영호남 의석 확보 어렵다는 위기감도
지역구 통폐합 등 과제 산적…'정치 개혁' 실현할까
[서울=뉴시스]하지현 기자 = 더불어민주당이 윤석열 대통령이 꺼내든 중대선거구제 개편에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윤 대통령의 정치적 의도에 의구심이 있는 데다, 수도권 의석수 확보 측면에서도 실익이 없다는 판단에서다.
윤 대통령이 차기 총선에서 여당 열세 지역으로 꼽히는 수도권 의석수를 더 확보하기 위해 중대선거구제를 언급했고, 총선 이슈를 '정치 개혁'으로 몰아가는 승부수를 던질 수 있다는 게 민주당 관측이다.
실리적 측면에서 민주당이 수도권과 영호남 등에서 지난 선거와 같은 압도적 의석수를 확보하기 어렵다는 해석도 나온다. 중대선거구제 개편을 둘러싼 당내 논의 과정에서 각자 이해관계를 가진 계파 간 분열 가능성도 부담이다.
이에 민주당은 선거제 개편을 통한 '개혁' 필요성에는 공감하면서도, 비례대표제 확대와 대통령제 개헌 등을 함께 추진해야 한다는 의견에 무게를 싣고 있다. 윤 대통령의 의도에 대한 반발과 함께 당 내부 의견이 분분한 상태다.
김성환 정책위의장은 지난 3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중대선거구제는 소위 거대 양당이 나눠 먹기를 하기에도 훨씬 편리한 제도"라며 "윤 대통령의 (중대선거구제 개편) 발언은 최근 국민의 심판 여론을 피하기 위한 다른 방식의 뜻도 포함하고 있는 거 아닌가"라고 지적했다.
이재명 대표도 전날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에서 중대선거구제 개편과 관련 "당내 의견을 수렴하는 과정이라 쉽게 말하는 건 적절치 않다"며 "제3 선택이 가능한 정치 시스템이 바람직하고, 그 방식이 중대선거구제여야 한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고 선을 그었다.
1개 지역구에서 1명의 의원을 뽑는 현행 소선거구제와 달리, 중대선거구제는 1개 지역구에서 2~3명의 의원을 선출한다. 득표 순서대로 각 정당이 의석을 가져가는 제도 특성상, 민주당이 지난 선거 때처럼 수도권·영호남 등에서 압도적 의석수를 확보하기 어려울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황태순 정치평론가는 "민주당이 지난 총선에서 180석을 확보할 수 있었던 건 현행 제도 때문"이라며 "득표율 자체는 국민의힘이 41.5%로 큰 차이가 안 났다. 중대선거구제로 바꿔서 (한 지역구에) 동반 당선이 돼 버리면 현 민주당 초선의원 상당수가 재선이 불가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민주당 한 초선 의원은 뉴시스와의 통화에서 "(중대선거구제 개편으로) 본인 지역구가 통폐합돼버리면 어떤 의원이 협의를 하겠나"라며 "의원들에게 비례대표 확대 등 명분을 갖고 설득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지난 6·1 지방선거에서 기초의원에 일부 도입됐던 중대선거구제가 당초 취지대로 실현되지 못했다는 점도 언급했다. 그는 "기초의원 선거에서도 그런데, 국회의원 선거를 중대선거구로 묶었을 때 양당 독식 구조가 오히려 더 강화될 수 있다"며 "(선거가 인지도 위주로) 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윤석열 대통령에게 '개혁 아젠다'를 빼앗겼다는 비판도 나왔다. 박지원 전 국정원장은 페이스북에서 "중대선거구제 개편은 민주당에서도 상당 수준 검토됐던 사안"이라며 "민주당은 아젠다를 선점하고도 공론화를 윤 대통령에게 또 빼앗겼다"고 일침을 가했다.
안민석 의원은 전날 SBS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서 "소선거구제를 폐지해야 한다는 문제 제기를 가장 강력하게 하신 분이 노무현 전 대통령"이라며 "윤 대통령이 중대선거구제만 말씀을 하셨다. 제왕적 대통령제 폐지, 본인의 기득권도 포기를 하셔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인영 의원도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결국 중대선거구제는 윤석열 정권과 보수세력의 총선 정략, 더 나아가 장기 집권 책략으로 변질될 것"이라며 "일본 자민당을 꿈꾸고 있는가"라고 날을 세웠다.
21대 국회 전반기 정치개혁특별위원회(정개특위)에서 활동했던 한 중진 의원은 뉴시스와의 통화에서 "(대통령의) 충분한 연구와 학습이 선행돼있지 않다. 개혁과 관련한 사색의 흔적이 보이지 않는다"며 "여러 실정을 덮기 위한 정략적 의도"라고 비판했다.
여당을 향해서는 "총선을 앞두고 수도권이 불안하니 나눠 먹기라도 하고 싶은 모양"이라며 "대통령이 선거구제를 개편하려면 먼저 대통령제 개헌 이야기부터 해야 할 것"이라고 일갈했다.
중대선거구제 개편뿐만 아니라 권역별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확대해야 한다는 의견도 대다수다. 현행 선거제도는 소선거구제에 따라 지역구 국회의원을 253석, 비례대표 의석을 47석으로 규정하고 있다. 연동형 비례대표제는 각 정당이 권역별 득표율에 따라 의석수를 결정하는 방식이다.
이 대표의 경우 "(중대선거구제 개편보다) 비례대표를 강화하는 게 맞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며 "정치개혁과 정치교체를 말할 때도 비례대표 강화로 말한 것으로 기억한다"고 밝혔다.
당내 '민주주의 4.0 연구원' 소속 김영배 의원은 "소선거구제 자체가 문제가 아니고, 비례대표 숫자가 너무 적은 게 문제"라며 "비례 의석을 늘려야 지역구 선거 제도를 소·중·대선거구제로 하든 의미가 있다. 상당히 다수 민주당 의원이 그렇게 생각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 의원은 지난해 11월 지역구 220석, 비례대표 110석으로 비율을 조정한 선거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한 바 있다. 그는 "지역구 선거제도를 설사 중선거구제로 한다고 하더라도 권역별 비례를 100석 이상 확보하면 타협할 수 있다고 본다"며 "공개 토론이든 의원총회든 논의가 돼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윤 대통령의 언급 이후 선거법 개정 논의는 급물살을 타게 됐다. 정개특위는 오는 4월10일까지가 시한인 공직선거법 개정을 마무리 짓는 것을 목표로 내주부터 본격적인 활동에 들어간다. 민주주의 4.0 연구원도 내부 토론 등 선거제 개편안 논의에 착수했다.
다만 당초 진보 진영에서 오랫동안 논의돼왔던 중대선거구제 개편 논의는 각자 지역구 사정과 이해관계에 따라 찬반이 극명하게 갈리고 있어, 당 내부 합의 자체가 쉽지 않을 전망이다.
☞공감언론 뉴시스 judyha@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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