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형재의 새록새록] "굿샷" 골프 놀이하는 흰꼬리수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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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 강릉시 남대천에서 월동 중인 맹금류 흰꼬리수리가 골프공을 가지고 노는 모습이 카메라에 잡혔다.
죽은 물고기라도 물속에서 찾았나 하는 순간 흰꼬리수리는 거기서 진흙에 반쯤 묻혀 있던 하얀 골프공을 찾아 부비로 물어 올렸다.
이날 흰꼬리수리가 가지고 논 골프공은 흰꼬리수리가 겨울을 나는 남대천의 상류 잔디밭에서 일부 몰지각한 골퍼들이 하천 방향으로 연습을 하면서 친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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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릉=연합뉴스) 유형재 기자 = 흰꼬리수리가 골프를?
강원 강릉시 남대천에서 월동 중인 맹금류 흰꼬리수리가 골프공을 가지고 노는 모습이 카메라에 잡혔다.
그런데 그 모습이 마치 골프를 치는 자세를 연상케 해 눈길을 끌고 있다.
남대천에는 이번 겨울 성조와 유조 2마리 등 2∼3마리의 흰꼬리수리가 겨울을 지내고 있다.
새해 첫날 오후 성조와 함께 하천 가운데 모래톱에 오랫동안 앉아 있던 유조는 몇 차례 하천 아래위로 날아다니며 물고기 먹이 사냥을 시도했으나 실패했다.
온종일 먹지 못해 쫄쫄 굶은 상태였다.
그러다 갑자기 날아오르더니 물에 약간 잠긴 다른 모래톱(진흙)으로 옮겨 앉았다.
죽은 물고기라도 물속에서 찾았나 하는 순간 흰꼬리수리는 거기서 진흙에 반쯤 묻혀 있던 하얀 골프공을 찾아 부비로 물어 올렸다.
부리로 공을 이리저리 옮기기도 하고 날카로운 발톱으로 잡았다 놓기를 반복하는 등 신나게 골프공 놀이를 했다.
그러더니 매섭게 생긴 부리로 갑자기 진흙에 꽤 깊이 묻혀 있던 긴 막대기를 뽑아 올리는 게 아닌가.
흰꼬리수리는 부리로 뽑아 올린 긴 막대기로 공을 치려는 듯한 자세를 취했다.
마치 골퍼가 공을 티박스 평평한 곳에 놓고 티샷을 하기 위해 취하는 어드레스를 하는 골프 자세 같았다.
흰꼬리수리 유조는 그러고도 한참을 그곳에서 날갯짓까지 하며 부리와 발로 공을 가지고 놀았다.
15분가량 골프 놀이를 하던 흰꼬리수리는 혼자 앉아 있던 성조가 있는 곳으로 날아갔고 먹이를 먹지 못한 채 쉼터인 뒷산으로 함께 날아갔다.
흰꼬리수리는 천연기념물이자 멸종위기 야생생물 1급으로 지정돼 보호받는 귀한 몸이다.
매년 겨울이면 2∼5마리가 강릉 남대천을 찾아 겨울을 보낸다.
이날 흰꼬리수리가 가지고 논 골프공은 흰꼬리수리가 겨울을 나는 남대천의 상류 잔디밭에서 일부 몰지각한 골퍼들이 하천 방향으로 연습을 하면서 친 것으로 보인다.
봄과 가을이면 남대천 둔치 잔디밭에서 하천을 향해 공을 치는, 해서는 안 되는 짓을 하는 사람들을 여러 차례 목격한 적이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과거에도 골프공을 입에 물고 가지고 노는 갈매기가 몇 차례 관찰된 적이 있다.
흰꼬리수리는 잠시 탐조객이나 사진가에게 이색적인 모습으로 작은 즐거움을 선사했지만, 그러나 인간의 몰지각한 행동이 힘겹게 먹이를 찾는 야생생물에는 큰 위협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
이런 장면을 취재하는 게 순간은 신기하면서도, 끝나고 되돌아보면 꼭 즐겁지만 않고 짙은 여운이 남는 이유다.
남대천에서 플라스틱 쓰레기 더미에서 먹이를 찾던 도요새, 낚싯줄에 부리가 칭칭 감긴 아비, 낚시 추를 달고 있던 가마우지와 황새가 유난히 생각나는 하루였다.
yoo21@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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