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경기침체 속 해외건설 간신히 ‘선방’… 롯데·대우 웃고 GS·DL울었다

오은선 기자 2023. 1. 5.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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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해외건설 수주액 늘어난 곳 상위 10개사 중 4개 뿐
글로벌 경기 변동성 커지자 ‘신사업에 집중’

국내 건설사들의 지난해 해외건설 수주가 간신히 전년도 수준을 유지한 가운데 주요 건설사들 실적은 전년보다 줄어든 경우가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환율과 금리의 변동성 확대 등 글로벌 경기 불안이 이유로 꼽힌다. 상위 10개 건설사 중 2021년보다 2022년 수주액이 늘어난 곳은 4곳이었다. 롯데는 14배 이상 수주액이 늘어났다. 반면 GS건설과 DL이앤씨는 3분의1 토막이 났다.

◇1등 삼성물산도 전년보다↓… 롯데건설은 사상 ‘최대 실적’

5일 해외건설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건설사들의 해외건설 수주실적은 총 309억8000만 달러로, 전년대비 1.3% 증가했다. 해외건설 수주액이 가장 많은 기업은 삼성물산이었다. 작년 한 해만 53억8000만 달러를 수주했다. 그러나 2021년 69억7000만 달러보다22.81%줄어든 수준이다.

2위와 3위를 각각 기록한 삼성엔지니어링, 현대엔지니어링은 전년보다 수주액이 증가했다. 삼성엔지니어링은 2021년 35억6000만 달러에서 지난해 39억8400만 달러로 11.91% 늘어났고, 현대엔지니어링도 29억1000만 달러에서 33억9600만 달러로 16.70% 증가했다. 4위인 현대건설은 33억9000만 달러에서 26만9500만 달러로 20.5% 감소했다.

해외건설 아랍에미리트(UAE) 아부다비의 루와이스 석유화학단지 건설현장. GS건설이 길이 61m, 무게 1860t짜리 리제너레이터(촉매 재생기기)를 설치하고 있다. /조선DB

눈에 띄는 기업은 5위인 롯데건설이다. 2021년 1억2000만 달러 수준이었던 수주 규모가 17억6900만 달러로 14배 이상 급격하게 증가했다. 롯데건설이 10억 달러 이상의 해외수주 실적을 올린 것은 해외시장에 진출한 1975년 이후 처음이다.

이는 그룹내 수주가 많았던 영향이다. 롯데케미칼 인도네시아 법인 프로젝트와 롯데글로벌로지스(LGL)의 베트남 물류센터 사업 등이다. 롯데건설 관계자는 “지난해 상반기 인도네시아 석유화학단지 조성 사업인 ‘라인 프로젝트’를 수주한 영향이 가장 컸다”고 설명했다.

코로나19 당시 해외 수주가 주춤했던 대우건설도 2021년 6억4000만 달러에서 지난해 11억1400만 달러로 수주액이 100% 가까이 증가했다. 작년 나이지리아 정유시설 긴급 보수공사를 수주한 영향이다. 베트남 복합시설 개발사업인 스타레이크시티를 수주한 것도 도움이 됐다. 대우건설 관계자는 “과거 중동 진출 등에서 봤던, 수주액은 늘어나는데 수익성은 안 좋아지는 사례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경쟁력 있는 곳에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GS건설과 DL이앤씨 등 수주 실적이 3분의1 토막 가까이 난 기업들도 있다. GS건설은 2021년 26억3000만 달러에서 지난해 8억9400만 달러까지 떨어졌고, DL이앤씨는 같은기간 17억2000만 달러에서 5억7700만 달러로 줄었다.

GS건설은 해외플랜트 사업의 수익성 악화로 최근 신사업에 더 집중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모듈러 주택이나 수처리 사업 등이다. DL이앤씨는 공시 기준으로는 2022년 3분기까지 해외수주 실적이 2021년보다 더 좋은데, 계약 시점이나 협회에 수주액을 통보한 시점 등과는 차이가 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해외건설협회 관계자는 “공시는 회사가 직접 하지만 협회는 계약서 증빙을 토대로 집계하기 때문에 수주로 인식하는 시점이 다를 수 있다”고 말했다.

◇해외건설 수주 매력 떨어져… “단순 도급 보단 신사업”

최근 건설사들 사이에서는 해외건설 수주에 대한 기대감이 작아지는 모양새다. 글로벌 공급망이나 유가, 환율 등의 변동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국내 주택시장이 어려워진 탓에 해외건설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기업도 있지만, 이들 역시 과거보다 보수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건설업계 한 관계자는 “국내 주택시장이 어려워지다보니 수주고를 채울 수 있는 부분을 해외라고 생각하고 있다”면서 “그러나 과거 중동 수주 문이 열렸을 때와 비슷한 환경이라고 볼 수 없는 만큼 해외수주를 확대하되 수익성 있는 프로젝트를 선별해 고르겠다는 것이 대부분 건설사들의 기조”라고 설명했다.

해외건설협회 관계자는 “해외건설 수주는 인프라 사업이나 국가사업 위주의 대형프로젝트가 많다 보니 국제경기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면서 “발주도 감소한 상황에서 유가나 환율이 안정적이지 않아 예측가능성이 떨어지는 상황”이라고 했다.

한편 올해 한국의 최대 텃밭은 122억1000만 달러를 달성한 아시아였다. 지난해는 중동이 112억2000만 달러로 1위였지만 올해 90억2000만 달러를 기록하면서 1위 자리를 내 줬다. 북미와 태평양이 45만4000억 달러, 아프리카가 12억 달러, 중남미가 6억 달러로 뒤를 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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