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모상-아버지 생신' 풀세트 난전 끝, 희비 갈린 'LPBA퀸'들의 눈물

권수연 기자 2023. 1. 5.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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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H농협카드 LPBA 챔피언십 우승을 차지한 김가영이 눈물을 흘리고 있다, PBA

(MHN스포츠 고양, 권수연 기자) "제가 원래 우승해도 잘 울지 않는데..." 

5일, 소노캄고양에서 열린 'NH농협카드 PBA-LPBA 챔피언십' LPBA 결승전에서 김가영(하나카드)이 김예은(웰컴저축은행)을 세트스코어 4-3(11-8, 5-11, 11-9, 4-11, 11-7, 7-11, 9-7)로 제압하며 6차투어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경기는 4일 오후 9시 30분에 시작해 5일 자정이 훨씬 넘은 시간에 막을 내렸다. 시작부터 종료까지 정확히 2시간 41분이 걸렸다.

절박했기에 긴장했고, 신중했다. 그랬기에 과감한 점수로 이어지는 일도 없었다. 

이번 우승으로 '당구여제' 김가영은 LPBA 통산 5승, 시즌 2승을 달성하며 단독 최다우승 기록을 써내려갔다. 직전에는 4차투어인 휴온스 챔피언십에서 우승컵을 들었다. 

'최연소 챔피언' 기록에 다시 한번 도전장을 내밀었던 김예은은 풀세트 혈전 끝에 결국 미세한 격차로 우승을 놓치고 말았다. 김예은은 이번 경기로 LPBA 통산 3승을 노렸지만 결국 실패했다. 결승무대까지 갔지만 준우승에 그친 것도 이번이 처음이다. 

이 날 경기 후 만난 김가영은 "상황이 어려웠다, 계속 접전으로 가는 부분도 있었고 김예은 선수가 압박을 해오는 부분도 심리적으로 부담됐다"고 소감을 전했다.

LPBA 결승전 경기를 치르고 있는 김가영, PBA

이어 "초반에는 테이블 상태가 개인적으로 느끼기엔 좀 어려웠다, 보통 1~2세트 정도 지나면 상황이나 환경이 편해지는데 오늘은 그렇지 않았다, 그래도 (우승해서) 좋다"라고 덧붙였다. 

김가영은 경기 중 조모상을 당했지만 경기 일정이 남은 탓에 정상적인 장례식 참석이 어려웠다. 

심리적으로 매우 어려운 상황이었지만 최대한 시합에 영향을 받지 않으려 애썼다. 

김가영은 "(할머니의 상이) 딱히 경기에 영향을 미치지는 않았다, 프로선수로써 준비했어야 할 부분들을 잘 추스려서 하려고 노력했다"고 덤덤하게 전했다. 다만 이 날 경기를 우승으로 마친 그는 "원래는 내가 우승해도 잘 울지 않는데"라며 참아왔던 눈물을 터뜨렸다. 

김가영이 강조한 부분은 '마음의 준비'였다. 이 날 그는 김예은이 세트 초반 앞지르며 압박전개를 펼쳤지만 역전과 실패를 반복하며 집중력을 끌어올렸다. 

특히 5세트 중반 행운의 샷이 나오며 김예은에게 분위기가 넘어가는 듯 싶었으나 이후 하이런이 터지며 맹추격을 벌였다. 김가영은 이에 대해 "딱히 이때 집중력을 더 많이 발휘한 건 아니었다"며 "내가 할 수 있는게 많이 없었다, 내 생각대로도 안되니 나는 그냥 하던걸 계속 했다, 다만 기회가 왔을때 그걸 놓치지 않도록 마음의 준비를 계속 하고 있었다"고 털어놓았다. 

포켓볼 선수에서 3쿠션 선수로 전향하며 거친 풍부한 경험들 역시 그가 최다 우승을 달성할 수 있게 만들어준 밑거름이다. 경험은 실력을 키우기도 했지만 어떤 상황에도 멘탈이 흔들리지 않도록 꽉 잡아주는 지지대가 되었다.

김가영은 "확률적으로 보면 기회는 누구한테나 온다. 다만 운이 초반에 오면 조금 더 앞서 달려나가기가 쉽다" 고 입을 열었다. 이어 "운은 나중에 나한테도 온다, 다만 내가 이미 포기했거나 집중을 못하고 있다거나 그러면 그 기회를 잡지 못할 뿐이다"라고 강조했다.

LPBA 챔피언십 준우승을 차지한 김예은(좌)-김가영, PBA

이 날 준우승을 차지한 김예은은 준우승 자체를 생소해했다. 결승무대에 올라와 우승을 놓쳐본 적이 없던 그다. 

김예은은 "뱅크샷이 너무 아쉬웠다, 1,2,3뱅크샷이 다 아쉽다"며 섭섭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8강까지는 컨디션이 좋았지만 4강부터 급격하게 컨디션 난조가 찾아왔다. 트로피를 앞에 남겨놓고 떨어진 컨디션인지라 두고두고 섭섭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김예은을 울린 결정적인 이유는 따로 있었다.

김예은은 "오늘 1년만에 결승 무대에 다시 올랐다, 사실 경기 시작하고 예선 첫 날이 아버지 생신이었다, 그래서 아버지에게 큰 선물을 가져오겠다고 했다"며 "또 부모님이 결승전에 처음으로 오셨는데 준우승보단 엄마아빠를 보니까 눈물이 너무 많이 났다"고 털어놓았다. 

부모님 이야기를 전하던 김예은은 끝내 또 한번 눈물을 보이고 말았다. 

자정을 넘어 새벽까지 달리며 치열하게 트로피 싸움을 벌였던 두 사람은 '웰컴저축은행 PBA팀리그 2022-23' 정규리그 마지막인 6라운드에서 또 한번 경쟁을 준비한다. 

PBA팀리그 6라운드는 오는 8일(일)부터 14일(토)까지 소노캄고양에서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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