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문희 “김혜수·김희애 너무 잘해, 후배에게 배우고 싶을 정도“ [인터뷰]

이승미 기자 2023. 1. 5.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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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나문희(81)의 목소리가 가늘게 떨렸다.

주연한 뮤지컬영화 '영웅'(감독 윤제균·제작 JK필름)을 떠올릴 때마다 울컥하는 마음을 감추기 어려워서다.

안 의사를 떠나보내는 장면을 촬영할 때도 "진짜 아들을 보내는 것 같아 마음이 아팠다"고 돌이켰다.

오히려 후배들의 뛰어난 연기를 볼 때마다 깜짝 놀란다며 "김혜수, 김희애 등 훌륭한 후배들에게 연기를 배우고 싶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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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영화 ‘영웅’ 안중근 의사 어머니로 열연한 나문희
베냇저고리 끌어안고 오열할땐
가슴속 경련 느껴질정도로 아파
62년차 대배우? 여전히 부족해
김혜수 등 후배들 연기 놀라워요
영화 ‘영웅’의 주역인 배우 나문희는 “안중근 의사의 어머니 조마리아 여사에게 누가 될까 걱정했지만 사명감을 가지고 역할을 소화했다”고 돌이켰다. 사진제공|CJ ENM
배우 나문희(81)의 목소리가 가늘게 떨렸다. 주연한 뮤지컬영화 ‘영웅’(감독 윤제균·제작 JK필름)을 떠올릴 때마다 울컥하는 마음을 감추기 어려워서다. 극중 안중근 의사의 어머니 조마리아 여사를 연기한 그는 안 의사의 희생만큼이나 위대했던 조마리아 여사의 모성애가 “내 마음을 먹먹하게 한다”고 했다.

조마리아 여사는 1909년 10월 중국 하얼빈에서 이토 히로부미를 암살하고 일본 법정에서 사형 판결을 받은 아들에게 “네가 항소한다면 그건 일제에 목숨을 구걸하는 짓이다. 딴마음 먹지 말고 죽으라”라는 편지를 남겼다. 4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에서 만난 나문희는 그런 조마리아 여사를 떠올리며 “나 또한 어미지만 그런 선택을 내린 여사님의 마음이 상상이 되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이어 “조마리아 여사에게 누가 될까봐 영화 출연을 망설이기도 했지만 (조마리아 여사의 위대함을 잘 전달해야 한다는) 사명감을 느꼈다”며 자신이 진심이 관객들에게 가닿기를 바랐다.

●“음악 전공 딸에게 레슨까지 받아”

그는 안중근 의사 역을 맡은 정성화는 처음 만났을 때부터 “진짜 아들처럼 마음속에 쑥 들어왔다”고 말했다. 안 의사를 떠나보내는 장면을 촬영할 때도 “진짜 아들을 보내는 것 같아 마음이 아팠다”고 돌이켰다.

깊게 몰입했던 만큼 조마리아 여사가 안 의사의 베냇저고리를 끌어안고 눈물을 흘리는 장면을 연기할 때는 “가슴 안에서 경련이 느껴질 정도의 슬픔”을 느꼈다. 2019년 촬영을 마친 영화지만 해당 장면에서 불렀던 노래 ‘사랑하는 내 아들, 도마’ 가사는 절대 잊을 수 없다는 그는 노래의 한 구절을 조심스럽게 불렀다.

수십 편의 악극 무대에 서왔지만 뮤지컬영화 촬영은 쉽지 않았다. 감정과 노래 사이에서 균형 있는 호흡을 유지하기 위해 이화여자대학교에서 음악을 전공하고 현재 피아노를 가르치는 일을 하고 있는 첫째 딸에게 레슨까지 받았다.

“악극 할 때는 레슨을 받거나 따로 연습을 하지 않았는데 이번에는 달랐어요. 딸에게 호흡을 잘 가져가는 법을 배웠어요. 아무리 딸이지만 레슨비도 줬죠. 하하. 엔딩 크레디트에 ‘나문희 음악 선생님’으로 이름까지 올렸어요.”

●“여전히 부족한 연기, 더 잘하고 싶어”

데뷔 62년 차, 후배들에게 ‘대배우’라는 불리고 있지만 여전히 연기에 대해 부족함과 갈증을 느낀다. 오히려 후배들의 뛰어난 연기를 볼 때마다 깜짝 놀란다며 “김혜수, 김희애 등 훌륭한 후배들에게 연기를 배우고 싶다”고 말한다.

“오래 연기를 해왔지만 난 여전히 연기하는 게 너무너무 좋고 지금보다도 더 잘하고 싶어요. 늘 내 연기를 볼 때마다 충분히 잘했다는 생각을 하지 않아요. 극장을 자주 가지 못하지만 집에서 영화를 자주 보며 후배들의 연기를 보곤 해요.”

다른 시니어 배우들과 함께 건강하게 오래 연기하고 싶다는 바람을 드러냈다. 하루 20분씩 실내 자전거를 타고 천수경(불교 경전 중 하나)을 외우며 스트레칭을 하는 등 건강관리에도 힘쓰고 있는 이유다.

“우리(시니어 배우)는 늘 연기하고 있어요. 이순재 선생님은 최근에 연극 ‘갈매기’를 직접 연출까지 해 무대에 서고 계세요. 신구 선생님도 연기로 우리에게 감동을 주시죠. 드라마 ‘모범형사2’에서 박근형 씨 연기가 얼마나 멋졌는지 몰라요. 우린 누구도 쉬지 않고 있어요.”

이승미 기자 sm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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