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눈] '5분'의 절박함 '1분'의 간절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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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 지원 단체에서 처음 일하는 이들은 "장애인들이 이렇게 많을 줄 몰랐다"고 한목소리를 낸다.
우리 일상에서 그만큼 장애인들을 보기 힘들다는 의미다.
요컨대 '이동권'을 비롯한 비장애인의 권리와 일상을 공유하고 싶다는 것이다.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있는 일상 공간은 왜 이렇게 혼란스럽고 험악해야 하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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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원태성 기자 = 장애인 지원 단체에서 처음 일하는 이들은 "장애인들이 이렇게 많을 줄 몰랐다"고 한목소리를 낸다. 우리 일상에서 그만큼 장애인들을 보기 힘들다는 의미다. 2021년 말 기준, 등록 장애인은 264만5000명으로 전체 인구의 5.1%나 된다.
상황이 급변한 것은 2021년 12월31일부터다. 전국장애인철폐연대(전장연)는 이날부터 주요 일상 공간인 지하철에서 본격 시위를 벌였다. 이후 1년가량 출근길 지하철 승하차 시위(총 47회)와 지하철 선전전(총 254회)을 진행했다.
'장애인 권리 증진 예산'을 1조원 이상 증액해 달라는 것이 이들의 요구다. 전장연은 "시민의 권리를 보장해 달라"며 예산 증액을 촉구하고 있다. 요컨대 '이동권'을 비롯한 비장애인의 권리와 일상을 공유하고 싶다는 것이다.
계묘년(癸卯年) 새해 1월 2일에도 전장연은 지하철 선전전을 시도했다. 그러나 시민 여론은 크게 악화한 상태다. 지난 1년간 "전장연이 시민 일상을 볼모로 시위했다"는 비판론이 확산했기 때문이다.
지난해 9월13일엔 지하철 시위로 2호선이 2시간5분이나 지연됐다. 시민들은 전장연의 요구 내용이 아닌 '거친 요구 방식'을 더 피부로 느끼고 있다.
상황이 이렇게 된 데 대해 전장연의 책임이 없다고 보기 힘들다. 1분 1초가 아까운 출근길엔 생계형 직장인도 적잖고 전장연 같은 사회적 약자도 포함돼 있다. 지하철 시위 갈등이 격화할수록 '을과 을이 맞서고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결국 법원이 갈등 조정을 위해 나서야 했다. 지난달 19일 서울중앙지법은 서울교통공사가 박경석 대표 등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강제조정안을 내놨다. 공사는 2024년까지 19개 역사에 엘리베이터를 설치하고 전장연은 열차운행 시위를 중단하는 조건이었다.
전장연이 시위로 5분을 초과해 지하철 운행을 지연시킬 경우 1회당 500만원을 공사에 지급한다는 내용도 담겨있다.
예상외로 전장연은 조정안을 수용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번엔 서울시가 강경한 태도를 보였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5분 지연시 500만원 벌금' 강제조정안을 수용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1분만 늦어도 큰일나는 지하철을 5분이나 늦추는 것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게 그의 설명이었다. 다행히 양측이 서로 만나겠다는 의지를 보여 갈등 해결의 가능성은 열려 있지만 '강대강' 대치가 재현될 가능성 또한 남아 있다.
2001년 1월22일 서울지하철 4호선 오이도역에서 휠체어 장애인이 리프트를 타다 떨어져 숨졌다. 전장연은 "그후로 20여년을 기다렸다. 이렇게밖에 할 수없는 이유를 알아달라"며 이동권 보장을 요구하고 있다.
전장연은 강제조정안을 수용해 '5분 이내 지하철 탑승'을 원칙으로 선전전을 하겠다고 했으나 지난 2일 서울교통공사와 경찰은 그들의 탑승 자체를 막았다.
이들에게 지하철 출근길 '5분'은 어떤 의미일까. 새해 첫 출근날 전장연과 경찰, 서울교통공사 직원들이 뒤엉키는 '강대강' 현장을 취재하면서 많은 생각이 들었다.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있는 일상 공간은 왜 이렇게 혼란스럽고 험악해야 하는 걸까.
kha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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