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탄 그 숲으로 산양이 돌아왔다…“서식지 단절 막을 복원법 고민해야”

박유빈 2023. 1. 5. 0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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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3월 울진 산불로 불탔던 숲에 산양이 돌아왔다.

12년간 찍힌 산양 서식지만 약 500개인데, 이 중 47%는 1만6000여㏊를 태운 울진 산불 피해지 면적과 겹친다.

산불피해지 복원 방식은 크게 자연복원과 인공복원을 나뉘는데 야생동물 서식지 보호만 고려하면 자연복원이 훨씬 유리하다는 것이 녹색연합 활동가나 국립생태원 연구진의 공통된 의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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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3월 울진 산불로 불탔던 숲에 산양이 돌아왔다. 지난 6월만 해도 가지까지 새까맣게 탄 나무가 숲을 채웠지만 이 틈으로 낮은 풀이 자라고 가지에 잎을 틔우며 현재는 기존에 서식하던 야생동물 거의 모든 종이 복귀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제 남은 과제는 다시 생명력을 얻고 있는 서식지가 또 망가지지 않도록 잘 관리하는 일이다.

녹색연합은 3일 지난해 산불피해지를 조사한 결과와 산양보호활동 성과, 최근 파악된 산양 서식지를 발표하는 ‘잘, 산양’을 열었다. 녹색연합이 지난해 3∼12월 9개월간 14번에 걸쳐 서식지를 조사한 바에 따르면 과거 환경부가 이 지역에 서식한다고 파악한 19종의 포유류 중 14종의 서식흔적이 발견됐다. 분변이나 먹이를 먹은 흔적, 뿔질한 흔적 등이 발견됐고 출현 가능성이 높아보이는 지역에 설치한 무인카메라에 산양 등 야생동물이 실제로 잡히기도 했다.
녹색연합이 울진 지역 일대에 설치한 무인카메라에 촬영된 산양 모습. 녹색연합 제공
2011년부터 활동가 및 자원봉사자들은 각종 야생동물의 서식흔적이 발견된 지점을 좌표로 기록해왔다. 12년간 찍힌 산양 서식지만 약 500개인데, 이 중 47%는 1만6000여㏊를 태운 울진 산불 피해지 면적과 겹친다. 울진·삼척은 우리나라에서 산양이 가장 많이 분포하는 지역 중 하나다.

불길이 강했던 곳은 가지 위쪽까지 모두 탔지만 자연에서 자체적인 복원은 이미 진행 중이다. 특히 여름철 잎이 돋아나며 산양이 무인카메라에 출현한 횟수도 크게 증가했다. 산불이 진화된 뒤 4월에 산양이 관찰된 횟수는 20번을 밑돌았지만 7월에는 100번을 넘기며 급격히 증가했다. 8∼9월에는 20∼40번 사이로 나타나며 2016∼2019년 평균과 비슷한 출현횟수를 보였다.

그러나 과거 산양이 많이 분포하던 주요 서식지였어도 산양이 복귀하는 양상은 달랐다. 녹색연합은 크게 울진 36번 국도와 두천리, 소강리, 덕풍계곡 네 곳을 집중적으로 조사했다. 박성준 녹색연합 활동가는 “대부분 지역에서 야생동물 출현 빈도가 높아졌지만 소강리는 11월까지 동물이 거의 관찰되지 않았다”며 “이 지역은 가까운 지점에서 인도 보수공사가 진행됐는데, 공사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9월부터는 먹이를 두고 가도 출현빈도가 더 떨어졌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 가지 확실한 건 산불피해지에 빠른 속도로 야생동물이 돌아오고 있고 싹을 틔우는 식물이 있단 사실”이라고 밝혔다.

산불피해지 복원 방식은 크게 자연복원과 인공복원을 나뉘는데 야생동물 서식지 보호만 고려하면 자연복원이 훨씬 유리하다는 것이 녹색연합 활동가나 국립생태원 연구진의 공통된 의견이다.
울진 산불 피해지역에서 불탄 나무 사이로 새 잎이 돋아난 모습. 녹색연합 제공
국내에서 산양 서식지는 점점 증가하는 추세다. 비무장지대 근방과 설악산 일대, 울진·삼척 지역 외에 경기 북부와 경북에서도 산양 서식이 확인됐다. 최근에는 서울까지 서식흔적이 발견됐다. 서울 용마산에서는 경기 북부에 서식하던 개체로 추정되는 수컷 산양 한 마리가 지속적으로 관찰된다.

우동걸 국립생태원 선임연구원이 꼽은 울진 지역 산양 위협요인은 서식지 단절이다. 36번 국도로 대표되는 서식지 파편화로 과거 구불구불 이어지던 길이 끊어졌다. 36번 국도는 야생동물 로드킬이 가장 많이 발생하는 구간이기도 하다. 

우는 “지난해 11월 개소한 울진 산양공존센터가 상·하반기에 고정협의체 회의를 개최하고 겨울철 먹이주기나 구조·순찰 활동을 주기적으로 할 예정”이라며 “앞으로는 산양이 자유롭게 다니도록 서식지를 어떻게 연결할 것인가를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과거 서식지뿐 아니라 새로운 서식지에서 확인되는 신규 개체군까지 보존할 전략을 세우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박유빈 기자 yb@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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