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퍼스트 슬램덩크' 감독 "'이런 슬램덩크도 있구나' 느낄 것"
1990년부터 1996년까지 '주간 소년 점프'(슈에이샤)에서 연재된 만화 '슬램덩크'는 한 번도 농구를 해본 적 없는 풋내기 강백호가 북산고교 농구부에서 겪는 성장 스토리를 그린 작품으로, 전 세계에서 사랑받은 레전드 스포츠 만화다. 손에 땀을 쥐게 만드는 실감 나는 경기 묘사와 농구에 청춘을 거는 주인공들의 모습은 많은 이에게 뜨거운 감동과 공감을 불러일으켰다.
'슬램덩크'는 만화책으로 처음 등장해 TV 애니메이션과 게임 등 다양한 콘텐츠로 재탄생하며 연재된 지 30년이 넘은 현재까지도 여전한 인기를 자랑한다. 특히 우리나라에서 1450만 부 이상의 판매고를 올리며 많은 판매량을 기록했고, 만화를 보지 않은 사람들도 '슬램덩크'의 명대사는 알 정도로 대중성을 지닌다.
이렇듯 시간과 세대를 뛰어넘은 올타임 레전드 '슬램덩크'를 만든 원작자 이노우에 다케히코는 영화 '더 퍼스트 슬램덩크'에 직접 각본과 감독에 참여했다. 그는 수많은 스태프와 함께 "도달했다!"라는 느낌으로 완성했다고 전했다. 다음은 영화 연출자로 첫 발을 내딛은 이노우에 다케히코 감독과의 일문일답.
▷ 이번 작품의 성우 캐스팅에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점은 무엇인가?
'목소리의 질감'이다. 만화를 그릴 때 목소리가 내 안에서 또렷하게 들리는 것은 아니지만 목소리의 윤기, 높낮이, 좀 쉬어 있다든가 굵고 심지가 있다든가 그런 질감이 어렴풋이 있었다. 거기에 맞는 사람을 골랐다.
▷ 녹음할 때는 어떤 디렉션을 했는지 이야기를 듣고 싶다.
애니메이션에 등장하는 캐릭터들을 연기한다는 느낌보다는 그들이 평범한 고등학생이라는 느낌을 가장 소중히 여기고 싶었다. 성우들에게 '이 캐릭터는 이런 놈입니다'라고 캐릭터 설명을 한 뒤, '가급적 평소 톤과 비슷하게 부탁드립니다'라고 디렉션 했다.
녹음을 진행하며 만화를 그릴 때 캐릭터의 목소리까지 들리지는 않지만, 말풍선에 글자를 넣으며 글자의 크기나 말풍선의 모양, 장소 등에서 목소리의 크고 작음이나 말하고 있는 동안의 느낌을 무의식적으로 그 속에 담고 있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 점이 구체적인 디렉션을 할 때 가장 큰 도움이 됐다.
▷ 녹음을 마치고 난 소감은 어땠나?
감동했다. 성우와 현장에서 함께 일하는 것은 처음이었는데 몸 하나로 와서 목소리만으로 승부하고 돌아가는 느낌이 검 하나로 싸우는 검사 같아서 멋있었다. 모든 분이 '어떻게 이 녀석을 연기할까?'라고 고심해 주셨다. 녹음을 거듭할수록 좋아지고 있는 걸 들으며 정말 고맙다고 느꼈다.
▷ 주제가를 더 버스데이(The Birthday)와 텐 피트(10-FEET)에 맡기게 된 계기가 무엇인지 궁금하다.
오프닝의 경우는 하나의 음으로 시작해서 점점 여러 가지 소리로 늘어가는 조금 불온한 분위기의 긴 인트로를 원했다. 더 버스데이의 팬이었기 때문에 꼭 이분들에게 부탁하고 싶었다. 텐 피트는 엔딩이나 극 중 음악에 엄청난 노력을 쏟아주었다. 좋은 데모곡을 많이 내주어 '좀 더 이렇게 해도 될까요'라고 요청하면 다른 제안을 주고, 거기서부터 또 몇 번이고 마다하지 않고 세세하게 고쳐주고 정말 고개를 숙여도 부족할 만큼 감사하다.
▷ 곡에 대해 구체적인 요청을 한 부분이 있나?
기본적으로는 아까 말한 이야기와 동일하게 '이런 느낌을 원한다'라는 이미지만 제시하고 나머지는 조율했다. 곡을 들을 때마다 소리의 힘은 굉장하구나 하고 감탄했다.
▷ 스태프들은 감독님의 판단 정확성에 놀랐다고 한다. 조금밖에 차이 나지 않는 음원이라도 '이쪽은 OK고 이쪽은 NO'라고 흔들리지 않고 판단했다고 들었다.
내가 전문성이 없어서 그런 것일지도 모르겠다. 좋게 말하면 '선입견이 없는 만큼 플랫하게 판단할 수 있었다'라는 것일 수도 있고 나쁘게 말하면 '나도 처음이라 뭐가 정답인지 모르기 때문에 내 감각을 총동원해서 처음부터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라고 할 수도 있겠다. 경험이나 노하우가 없는 탓에 쉴 수 있는 사람들도 못 쉬게 해버렸다고 해야 할까. 모두 많이 힘들었을 것 같지만 참을성 있게 많은 도움을 주고 최선의 길을 함께 모색해 준 스태프분들께 정말 감사드린다.
▷ 이노우에 감독은 지금까지도 항상 도전을 계속해온 사람이다. 이번 작품도 새로운 도전이었는데 그 원동력은 무엇이었는지 궁금하다.
그건 '만화'다. 제3자의 입장에서 본다면 만화 이외의 것들을 여러 가지 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겠지만, 내 안에서는 단 하나의 길이다. 전부 만화가로서 마주하고 있고, 모든 경험이 만화가로서의 나에게 돌아온다. 미술관 전시나 일러스트 일, 이번 영화도 나에게는 전부 '만화는 이런 것도 할 수 있구나'라는 생각으로 하고 있다. 다양한 경험을 쌓고 자신을 깎아 다듬는 것이 결국 좋은 만화를 그리는 것으로 이어진다고 생각한다.
▷ 마지막으로 '슬램덩크' 팬분들께 전하는 메시지가 있다면 무엇인지 이야기해 달라.
새로운 시각과 새로운 관점에서 바라본 '슬램덩크'를 만들었다. 만화는 만화로, 애니메이션은 애니메이션으로, 영화는 영화로, 새로운 하나의 생명으로 만든 작품이다. 결국 뿌리는 다 같고, '슬램덩크'를 이미 알고 있더라도, '이런 슬램덩크도 있구나'라는 기분을 느끼실 수 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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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S노컷뉴스 최영주 기자 zoo719@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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