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퍼스트 슬램덩크' 감독이 주인공을 '송태섭'으로 정한 이유
만화 '슬램덩크'의 원작자 이노우에 다케히코는 1990년대가 낳은 최고의 만화가로 손꼽히며 1억 부 만화 클럽에 등극한 살아있는 전설로 불린다. '슬램덩크' 완결 이후 만화 '배가본드'와 '리얼'을 연재했고 각각 누계 8000만 부, 1400만 부 이상을 발행하며 꾸준한 인기를 얻었다.
이노우에 다케히코는 '슬램덩크' 완결 이후 송태섭과 이한나가 등장하는 단편집 '피어스'와 '그로부터 10일 후'라는 기획전을 통해 원작 '슬램덩크'에서 다뤄지지 않은 비하인드를 공개했다. 이노우에 다케히코는 10년 이상의 꾸준한 오퍼 끝에 '슬램덩크'의 영화화를 수락, 그 결실이 '슬램덩크'의 완결 이후 이야기에 대한 팬들의 관심을 스크린으로 옮긴 '더 퍼스트 슬램덩크'(1월 4일 개봉)다.
캐릭터들의 감정이 고스란히 전해지는 표정부터 마치 실제 농구 경기를 보듯 사실적으로 구현한 움직임까지 더욱 업그레이드된 작화와 원작자가 직접 각본에 참여한 '슬램덩크'의 새로운 이야기에 대한 관객들의 기대감도 높다. 무엇보다 이번 작품에서는 원작에서 볼 수 없었던 비하인드 스토리, No.1 가드 송태섭의 새로운 모습이 펼쳐진다.
이노우에 감독이 왜 송태섭을 '더 퍼스트 슬램덩크'의 주인공으로 앞세웠는지에 대한 이야기와 영화 제작 비하인드에 관해 조금 더 자세히 전하고자 한다. 다음은 이노우에 다케히코 감독과의 일문일답.
▷ '더 퍼스트 슬램덩크'의 제작은 어떻게 시작됐나?
제작 오퍼는 10년 이상 전부터 받았다. 파일럿 영상을 만들어왔는데 내가 생각하는 것과는 다르다고 생각해서 거절했다. 다만 짧은 영상을 만드는 과정이 굉장히 힘든데도 계속해서 제안해 주신 제작진의 열의를 느끼고 있었다.
▷ 그렇다면 최종적으로 OK를 한 시점은 언제인가?
2014년이다. 결정적인 요소는 파일럿 영상의 '얼굴'이었다. 강하게 호소하는 듯한 느낌으로 만든 분의 영혼이 들어가 있었다. 기술이나 영상의 퀄리티보다 열의나 영혼 같은 감정적인 부분이 가장 와 닿았다. 애니메이션 관련 기술에 대해서는 잘 모르지만, 기술은 어디까지나 수단이라고 생각한다. 예를 들어 농구 장면의 CG는 10명이 코트 위에서 움직이는 것을 그리는 데 가장 적합한 수단이기에 채택한 것이다.
▷ 제작에 OK를 낸 시점에 직접 각본까지 담당할 생각이었는지 궁금하다.
그렇지 않았다. 하지만 'OK'라고 대답한 시점에서 어떤 형태로든 관련되는 것으로 생각하고 있었다. 그래야 내가 납득할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파일럿 필름을 본 후 '여기는 이렇게 하고 싶다'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슬램덩크'를 영화화한다면 내가 조금이라도 관여하는 것이 낫지 않을까, 그게 작품에 도움이 되고 독자들도 기뻐하지 않을까 생각한 것이 가장 컸다.
▷ 그렇다고 해도 '관여한다'와 '감독을 한다'는 말이 갖는 무게감은 전혀 다르다.
그렇다. 여러 가지 이유로 도달한 결과이지만, 영화 제작에 관해서 초보자인 내가 '감독을 하겠다'라고 할 수 있었던 것은 지금까지의 만화가 활동으로부터의 경험 덕분일지도 모른다. '마지막 만화전'(2009~2010년 일본 전역 순회하며 열린 이노우에 다케히코 전시회)을 진행할 때 이번과 마찬가지로 전시회 관련해서는 초보자로 현장에 들어갔다. 아마추어인데도 중요 인물로 관여했던 수차례의 경험이 도움이 되지 않았나 생각한다.
▷ 영화를 보면 이노우에 다케히코의 그림이 그대로 움직이는 듯한 영상이 인상적이다. 이를 어떻게 실현했는지 이야기를 듣고 싶다.
마음속에 '이런 느낌으로 하고 싶다'라는 이미지는 있어도 그 경험이나 지식은 없었다. 대강의 이미지를 제시하면 그것을 경험이 많은 스태프가 '이런 느낌 아니냐'라고 해석하거나 전달해줬다. 처음부터 명확하게 '여기가 골이다'라는 한 점을 향해 돌진한 게 아니라, 함께 쌓아 올라가며 최종적으로 '도달했다!'라는 느낌으로 완성했다.
▷ 사실적인 농구 표현도 큰 특징이다. 경기 장면을 그리는 데 특히 중요한 포인트는 무엇이었나?
굉장히 세세한 부분이지만 발을 밟는 방법이나 공을 받는 순간의 신체 반응, 슛하러 갈 때의 약간의 타이밍 등 나 자신이 몸으로 기억하고 있는 '농구다움'을 그대로 표현하는 것이다. 스태프들이 다 농구를 해본 사람이 아니라 그런 뉘앙스를 어디까지 전달할 수 있을지 우려도 있었는데, 제작진들이 실제로 농구를 배우러 가서 직접 플레이를 해봤다고 해서 대단하다고 생각했다. 바라건대 아직도 농구를 좋아했으면 좋겠다. 이번 작업에 질려 '이제 농구는 쳐다보기도 싫어'라고 생각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 원작에 나왔던 경기 중간중간 혼잣말이나 코믹한 장면은 전부 사라졌다.
이것도 진행하며 느낀 것이지만, 원작의 세세한 개그는 많이 들어가지 않았다. 만화라면 간단한 코믹 신을 막간에 넣거나 할 수 있지만 영화는 스크린 사이즈가 일정하여 구석구석에 개그를 넣어도 보이지 않는다. 커다란 화면에서 진행된다는 것이 만화와 영화의 가장 큰 차이점이었다. 만화라면 칸 나누기 등으로 답을 찾을 수 있었겠지만 영화에서는 그 방법을 찾지 못했고 거기에 너무 집착하는 것보다 만화는 만화, 영화는 영화만의 즐거움이 있으리라 판단해 '농구다움'을 우선시하는 결론을 내렸다.
▷ 무엇보다도 주인공이 강백호가 아니라 송태섭이라는 점에 놀란 팬들도 많다.
원작을 그대로 똑같이 만드는 것이 싫어서 다시 '슬램덩크'를 한다면 새로운 관점으로 하고 싶었다. 송태섭은 만화를 연재할 당시에도 서사를 더 그리고 싶은 캐릭터이기도 했다. 3학년에는 센터 채치수와 드라마가 있는 정대만, 강백호와 서태웅은 같은 1학년 라이벌 사이라서 2학년인 송태섭은 그 사이에 끼어 있었다. 그래서 이번에는 송태섭을 그리기로 했다.
원작에서 캐릭터의 가족 이야기는 잘 그려져 있지 않지만, 이번 작품에서 송태섭의 가족 이야기가 상당히 깊게 그려졌다. 연재할 때 나는 20대였기 때문에 고등학생의 관점에서 더 잘 그릴 수 있었고, 그것밖에 몰랐다. 이제는 나이가 들어 시야가 넓어졌고 그리고 싶은 범위도 넓어졌다.
'슬램덩크'를 그린 이후 '배가본드'나 '리얼'을 그려온 것도 영향이 있었기에 자연스러운 것이라 생각한다. 원작에서 그린 가치관은 굉장히 심플한 것이지만, 지금의 나 자신이 관련된 이상, 원작을 그리고 난 후에 알게 된 것 '가치관은 하나가 아니고, 여러 개가 있어도 그 사람 나름의 답이 있다면 괜찮다'라는 관점을 넣을 수밖에 없었다.
<하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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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S노컷뉴스 최영주 기자 zoo719@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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