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좋아하는 일을 하니까"…'영웅' 나문희, 60년 배우 인생 가장 행복한 순간[인터뷰S]
[스포티비뉴스=강효진 기자] 배우 나문희가 60년 연기 인생을 돌아보며 "나는 이 일을 굉장히 좋아해요"라고 애정 가득한 소감을 전했다.
영화 '영웅'(감독 윤제균)의 나문희는 4일 오후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인터뷰를 갖고 다양한 이야기를 나눴다.
지난달 21일 개봉한 영화 '영웅'은 1909년 10월, 하얼빈에서 이토 히로부미를 사살한 뒤 일본 법정의 사형 판결을 받고 순국한 안중근 의사가 거사를 준비하던 때부터 죽음을 맞이하던 순간까지, 잊을 수 없는 마지막 1년을 그려낸 작품이다. 나문희는 이번 작품에서 안중근의 모친 조마리아 역을 맡아 열연을 펼쳤다.
개봉 이후 줄곧 한국영화 박스오피스 1위를 달리며 흥행 순항 중인 '영웅'. 예고편이 공개됐을 때부터 조마리아의 구슬픈 목소리가 심금을 울리며 예비 관객들의 눈물샘을 자극한 바 있다.
조마리아 여사를 연기한다는 사실에 부담감을 느꼈던 나문희는 "내가 조마리아 여사님의 힘에 누를 끼칠까봐 출연을 망설였다. 아들을 희생시키려면 얼마나 큰 힘이 필요하겠나. 내가 그걸 못할까봐 망설였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하게된 이후 이렇게 저렇게 찾아봤다. 너무 엄청나더라. 어떻게 자식을 희생시킬 수 있나. 아직도 저는 공감이 안 간다"며 "기가 막혔다. 그 때 생각하면 내가 울먹울먹 한다. 얼마나 북받치겠나. 목까지만 차서 그 안에서 경련을 했다. 표출은 덜 됐지만, 그보다 속마음이 정말 많이 슬펐다"라고 말했다.
이어 "조마리아 여사님이 정말 대단한 것 같다. 그런 아들에 굴하지 않고 정말 '너의 큰 뜻대로 해라' 그러지 않나. 엄마는 아들이 열 살이어도, 서른 살이어도, 쉰 살이어도 내 자식은 아이다. 어떻게 내 자식에게 그럴 수 있나. 아무리 표현을 했다고 해도 훨씬 덜했을 것이다. 조마리아 여사님의 속은 어땠을까"라고 대의를 위한 희생을 결심했던 조마리아의 마음을 떠올렸다.
뮤지컬 영화인 '영웅'에 도전하면서 나문희는 가족들의 도움을 받았다고 한다. 특히 피아노를 전공한 큰 딸이 레슨을 도왔고, '영웅' 크레딧에도 함께 이름이 실렸다고.
나문희는 "집에서 큰 애가 음악을 했으니까, 걔가 자기 편할 때만 레슨을 좀 받았다. 호흡같은 건 좋다고 하더라"며 "우리 큰 애는 자기가 노래를 가르쳤으니 자랑을 하는지 싶다. 나문희의 선생으로 스크린에 걔 이름이 조금 나온다. 우리 손주는 프로 골퍼인데, 자기가 혼자 가서 봤다고 한다. 할머니 나오는 장면에서는 손수건으로 얼굴을 막 문지르며 봤다고 한다. 너무 자랑스러워 한다. 이튿날 떡국을 끓여줬더니 '오 이거 나문희가 끓여주는 떡국이야' 이러면서 너무 잘 먹더라"고 가족들의 응원을 전하기도 했다.
이렇게 배워서 부르게 된 조마리아의 마지막 열창은 윤제균 감독이 "여러 차례 촬영을 한데다가 재촬영까지 해서 정말 죄송했던 신"이라고 언급했을 만큼 공을 들였다. 형무소에서 이미 찍은 신을 폐기하고 재촬영 때 배냇저고리를 안고 집 안에서 찍은 컷으로 영화에 쓰였다.
나문희는 당시에 대해 "참 잘한 것 같다. 윤제균 감독이 자꾸 더 하라고 하더라. 결국 맨 처음에 한 걸 쓰시더라. 그러니까 처음에 나오는 감정보다 더 좋은 건 없더라. 지금 생각해도 너무 슬프다"며 즉석에서 노래 한 소절을 불러 박수를 자아냈다.
60년 연기 인생을 이어오고 있는 나문희는 여전히 연기에 대해 "잘했으면 좋겠다"고 애정을 드러냈다. 그러면서 "충분히 잘했단 생각은 아니고, 욕심 내지 말고 내 것을 잘하자 싶다"고 말했다.
이어 자신의 연기에 대해 "순간 튀어나오는 면이 괜찮은 것 같다. 옷도 '저 옷을 입으면 참 좋을 것 같다'고 하는데 막상 몸에 걸치면 안 좋을 때가 있다. 연기도 마찬가지다. 대본 받았을 땐 엄두가 하나도 안 난다. 자꾸 들여다보고 반복해서 하다보면 나도 모르게 메주가 쒀진다"고 밝혔다.
특히 그는 자신의 나이에 대해 "나도 이제 우리 나이로 83세다. 올 6월인가에 2살이 쭉 내려간다. 그런데 70세만 넘으면 경로석에 앉아서 그러지 말고, 어차피 인구도 모자라니까 할머니들도 주저앉지 말고 적극적으로 일을 하셨으면 좋겠다. 그런 흐름을 우리가 자꾸 만들어야 할 것 같다"고 또래 노년 층에게 응원을 전했다.
더불어 나문희는 '영웅' 속 한 인물을 연기하는 것에 대해 "사명감이 대단히 있다. 책임까진 모르겠다. 우선 관객이 공감을 해야 하니까. 기도를 많이 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배우로서 가장 행복한 순간'에 대해 "지금 이 순간이다. 미안하긴 하다. 나 하나를 (보러)이렇게 여러분이 다 오셨으니까. 한편으로는 내가 이렇게 존재감이 있나 싶다"고 웃으며 뜨거운 취재 열기에 흐뭇함을 전해 현장을 화기애애하게 만들었다.
끝으로 나문희는 60년 넘게 연기 활동을 이어온 원동력에 대해 "그냥 생각 안해도 술술 나오는 것 같다. 뭔가를 60년 동안 해보시라. 그러면 벼르지 않아도 그 만큼은 그냥 나오지 않을까 싶다"며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하니까. 나는 이 일을 굉장히 좋아해요"라고 덧붙이며 환한 미소를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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