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정부, 국회에 다 떠넘겨 무책임” 비판 ···‘의제 설정’ 부재 지적도

윤승민 기자 2023. 1. 5.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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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운데)가 4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박민규 선임기자

더불어민주당이 국회를 대하는 윤석열 정부 태도를 연일 비판하고 있다. 정부가 국회의 결정을 무시하거나 국회에 책임을 떠넘기는 상황이 이어지자 이에 반발하는 것이다. 하지만 민주당은 과반 의석을 차지한 다수당이라 모든 책임을 정부·여당에만 떠넘길 수 없는 딜레마에 빠져있다. 다수당이지만 의제 설정에 실패하고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는 4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인터뷰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최근 강조하는 연금개혁에 대해 “초기에는 대통령께서 ‘국회에서 좋은 안을 마련해달라’ 이렇게 얘기를 하시더라”며 “깜짝 놀랐다. 되게 무책임하다”고 말했다. 박 원내대표는 “연금개혁은 현세대와 미래세대의 문제이기 때문에 정부가 책임지고 안을 마련해 국회에서 논의해 법안을 만들어달라고 해야 되는 것이다. 그 책임을 국회에 던져서는 안 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정부가 책임지고 큰 그림을 제시하지 않고 국회에 책임을 전가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민주당은 전날 정부가 반도체 투자 세액공제 혜택을 지난해말 국회에서 합의처리한 수준보다 확대하겠다고 발표하자 반발했다. 민주당은 세액공제금액을 현행 ‘투자금액의 6%’에서 ‘10%’로 올리자고 제안했지만 정부가 ‘8%’를 요구해 수용했고 이에 따라 여야가 합의처리했다는 것이다. 그런데 국회 의결 후 열흘 정도가 지나 8%를 주장했던 정부가 25%까지 올리자고 요구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는 비판이다. 김성환 민주당 정책위의장은 이날 통화에서 “정부가 입장을 바꾼 데 대한 책임 있는 해명과 사과를 하는 게 도리”라고 말했다.

민주당은 지난해말 2023년도 예산안 처리 과정에서 대통령실이 국회의 예산안 심의 권한을 침해했다며 날을 세우기도 했다. 박 원내대표는 지난달 22일 당 정책조정회의에서 “예산안이 본회의장 문턱이 아닌 용산 대통령실 문턱을 넘는지 지켜봐야 하는 기막힌 상황이 계속되고 있다”며 “(대통령이) 헌법이 부여한 국회 예산 심의권조차 무시하며 예산안 처리 발목을 잡고 있을 정도”라고 말했다. 여·야가 법인세 최고세율을 1%포인트 낮추자고 합의했는데도 대통령실에서 정부안대로 3%포인트 인하를 고집하고 있어 협상이 교착되자 이를 비판한 것이다.

민주당은 또한 법무부나 행정안전부가 법률이 아닌 시행령 개정을 통해 인사정보관리단과 경찰국을 각각 설치하고 관련 예산안을 편성해 제출하는 등 국회 권한을 인정하지 않는 정부의 국정 운영에 불만을 품고 있다.

이 때문에 당내에서는 국정운영을 모두 정부·여당의 책임으로 넘겨야 한다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한 중진 의원은 “정부가 원하는 대로 법안·예산안을 처리하게 해야 오히려 정부와 여당에 책임을 전가할 수 있는 것 아니겠냐”고 말했다.

반면 민주당은 과반 의석 때문에 책임론에서 완전히 자유로울 수 없는 상황이다. 파업 노동자에 대한 손해배상청구를 제한하는 ‘노란봉투법’, 안전운임제 일몰 연장 등 시민사회와 노동계가 원하는 입법을 지난해 정기국회 내에 마무리하지 못한 데 대한 비판도 적지 않게 제기되고 있다.

민주당이 정치적 의제 설정을 전략적으로 풀어나가지 못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최재성 전 청와대 정무수석은 지난 2일 KBS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 인터뷰에서 “MB(이명박) 정부 시절 민주당이 무상보육을 제시했을 때 대통령이 ‘말도 안 된다’고 했는데 여론이 뒷받침되니 대통령이 무상보육을 발표했고, (민주당이) 선거에서 이겼다”며 “민주당의 것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한 중진 의원은 “이재명 대표가 사회에 중요 의제를 던지는 데는 약하다. 기억에 남는 것이 뭐가 있었냐”고 말했다. 윤 대통령이 최근 의제로 던진 국회의원 중대선거구제 도입 등 정치개혁 의제도 민주당이 먼저 제시했어야 하는 게 아니냐는 비판도 당내에서 나온다.

윤승민 기자 mea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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