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교육 해도 멍때리는 외국인 근로자…"한국어 이해 못해요"
"외국인 근로자들은 안전교육 시간이 되면 그냥 자리에만 앉아 있는 거예요. 한국어로 교육을 하니 알아들을 수가 없죠."
중국 국적인 장송 대우건설 야탑동403물류센터현장 대리(36)는 국내에서 보기 드문 외국인 안전관리자다. 2016년 대우건설 현장에서 통역원으로 활동하기 시작해 2019년 안전관리자 자격증을 땄다. 외국인 근로자의 안전교육 환경을 가장 가까이에서 지켜봤다.
장 대리는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안전교육 시간은 외국인 근로자들에게는 시쳇말로 '멍 때리는' 시간이었다고 말한다. 그는 "외국인 근로자들을 앉혀 놓고 알아듣거나 말거나 한국어로 교육했다"며 "지금은 대우건설처럼 통역원을 고용하거나 외국어로 된 교육 교재를 만드는 등 분위기가 달라지고 있지만 여전히 한국어로 교육하는 현장도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기간 연평균 수요는 155만2000명인데 내국인 공급은 138만2000명으로, 주로 힘을 많이 써야 하는 직종인 형틀목공, 보통 인부(잡부), 철근공 등은 내국인이 기피하면서 인력 부족 현상이 나타나게 된다. 통계청의 '2022년 이민자 체류실태 및 고용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5월 기준 건설업 외국인 취업자는 10만2600명으로, 이들이 주로 기피 직종에 종사하면서 현장에서는 "외국인 근로자 없이는 공사가 돌아가지 않는다"는 말까지 나온다.
그러나 외국인 근로자를 위한 안전교육은 아직 걸음마 단계다. 여전히 한국어로 안전교육을 하거나 기계적으로 번역기를 돌린 교재나 영상 자막을 제공하는 식이다. 소통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니 사고 위험에 더 쉽게 노출될 수밖에 없다.
이에 외국인 근로자를 위한 외국어 안전교육을 진행하는 건설사들이 늘어나고 있다.
안전교육은 소통에서 시작한다는 점에 착안해 대우건설은 통역원 3명(본사1명, 현장 2명)을 직접 고용해 지원한다. HDC현대산업개발은 '모두톡톡협동조합'이라는 통역업체를 통해 매칭한 통역 전문자를 현장에 배치하고 있다.
(주)한화 건설부문은 한국어에 능통한 현장 외국인 근로자를 활용해 통역을 진행한다. 포스코건설은 기본 안전 수칙과 안전관리 표현, 일상 표현 등 약 250개 문장을 중국·베트남·미얀마·캄보디아·태국 등 5개국어로 표현할 수 있는 외국어 소통 전용 앱을 개발해 배포했다.
안전보건공단은 16개 국어로 안전보건자료를 제작했고 서울시도 통·번역이 필요 없는 그림책으로 안전수칙 자료를 만들었다.
장 대리는 "회사의 과감한 결정 덕분에 통역원으로 고용되고 안전관리자 자격을 따 외국인 근로자들의 안전을 담당하는 일을 할 수 있게 됐다"며 "과감한 결정을 내리는 회사들이 더 많아져야 건설 현장에도 변화가 생길 것"이라고 말했다.
최은정 한국건설산업연구원 미래산업정책연구실 연구위원은 "외국인 근로자 쿼터제 폐지 분위기 등 외국인 근로자는 늘어날 수밖에 없는데 가장 중요한 안전 교육과 관리는 미흡한 상태"라며 "일본은 외국인 인력 관리 시스템을 별도로 두고 있는데, 이처럼 우리나라도 체계적인 안전교육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안전교육 관련해서 통·번역 뿐 아니라 언어가 필요없는 시청각 교육콘텐츠 위주로 정부가 주도적으로 만들어 배포해야 한다"며 "실제로 일본은 다양한 시청각 자료를 무료로 내려받을 수 있도록 제작하고 있다"고 했다.
방윤영 기자 byy@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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