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日 자체 핵무장 논란 촉발..전문가 "국제정세 악영향 지적"

이종윤 2023. 1. 5. 05:00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美 전문가 "한국 '중대한 위협으로 NPT 탈퇴할 수 있는 경우' 해당 안돼"
“일본 국방력 강화, 한국에도 긍정적” 한·미·일 삼각동맹 강화가 확장억제
韓 전문가 "韓 핵무기 개발 자제는 美 확고한 확장억제를 전제로 하는 것"
北 핵 보유, 선제타격 위협 고조된 상황서 자주국방 족쇄 걸어놓고
美 핵우산 일방적 의존 말고 자체적인 방어역량을 키우란 조언 지나쳐 

지난해 12월 20일 한미 연합공군훈련을 위해 한반도 인근에 전개한 美 B-52H, F-22, C-17이 함꼐 비행하고 있다. /국방부 제공
[파이낸셜뉴스] 한국과 일본은 미국의 핵 억제력에만 의존하지 말고 자기방어 역량을 확충해야 한다고 최근 미국의소리(VOA) 방송과의 대담에서 미국 전직 고위 관리가 밝힌 이후 한일간 자체 핵무장 논란이 촉발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확장억제는 미국이 전략자산 등을 일방적으로 제공하는 게 아니라 한·일 양국의 강화된 군사력이 결합된 상호 방위 개념이라면서도 한국 등의 자체 핵무장은 미국과의 관계를 근본적으로 바꿔 놓을 것이라며 핵 개발을 통한 국방력 강화에는 단호히 반대했다.

■韓 핵개발시 안보·정치·경제 근본적으로 손상될 것
4일 토머스 컨트리맨 전 美 국무부 군축∙국제안보 차관대행에 따르면 북한의 북핵 고도화 수준에 대해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추진력과 사거리만 보면 미국 본토에 도달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이지만 대기권 재진입체 기술력을 확보했는 지 여부는 불투명한 실정이다.

다만 북한이 다양한 핵무기를 갖추면 그것을 사용할 동기가 커질 수 있는 만큼 김정은이 핵무기를 사용해도 정권이 끝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북한에도 우리에게도 위험한 생각이라고 그는 강조했다.

이와 관련, 최근 북핵 위협이 고조되면서 여론조사에서 한국 국민은 최근 70%가 자체 핵무기를 개발하고 싶어 하는 것으로 조사된 바 있다.

그는 "한국의 상황은 자국의 이익이 중대한 위협을 받을 경우 탈퇴할 수 있는 권리를 보장하는 NPT 10조의 경우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트럼프 행정부 이후 미국의 핵 억제력의 신뢰성을 의심할 만한 이유가 있을 수 있지만 일본이나 한국, 심지어 유럽도 궁극적인 방어가 미국의 핵 억제력에만 있다고 믿는 것은 실수"라고 지적했다.

또 "전 세계의 안보를 지켜온 핵심이 바로 이 비확산 체제를 지켜온 것, NPT 탈퇴는 공짜가 아니다. 한국이 NPT를 탈퇴해 핵무기를 개발하는 상황을 가정해 보면 핵확산금지조약의 법적·기술적 문제 뿐 아니라 한국의 국제적인 명성과 경제적 이익이 크게 손상될 것"이라고 밝혔다.

한국의 자체 핵무장은 미국과의 안보·정치·경제 관계를 심각하게 망칠 위험성이 크고 미국도 한국의 자체 핵개발 무장을 반대할 것으로 그는 봤다.

■한·미·일 삼각동맹 강화가 확장억제 체제
컨트리맨 전 차관대행은 일본의 군사력 증강이 한국과 미국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한·일은 북한과 중국으로부터 매우 심각한 위협에 직면해 있는 비슷한 상황에 처해 있다. 일본은 100년 전과 전혀 다른 나라로 모두에 이익"이라며"며 "한·일은 국방을 미국에 의존할 뿐 아니라 자체적인 국방력을 구축해야 할 동등한 책임이 있으며 확장억제는 미국의 핵 억제력에만 의존하는 것이 아니라 자국방어 능력을 갖추고, 동맹과 협력·의존·신뢰하는 것을 의미한다"고 해석했다.

한·미·일 세 나라는 공통 위협에 직면해 있어 더 효과적인 삼각동맹을 맺어야 하며 정치가 협력을 막는 상황에서 일본이 국방력 강화에 더 관심을 기울이는 것은 한·미·일 세 나라 모두에 긍정적이라는 얘기다.

그는 또 "역사 문제가 일본과 한국 그리고 다른 곳에서 강력한 정치적 힘이라는 것을 알지만 오늘날의 이익과 위협을 바라보지 못하는 정부는 국민들의 기대를 저버리는 정부"라며 "한·미·일 정부가 함께 통합적인 확장억제 체제를 구축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 한 나라에만 의존하지 않고 각국이 역할을 하는 것이 확장억제 체제"라고 강조하고 "어제의 위협과 오늘의 위협을 구분하지 못하는 것은 역내 어떤 정부에도 심각한 실수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개별 국가가 다른 나라와 연대해 자국 방위를 제공하는 역량과 의지가 중요하며 그것이 확장억제의 의미다. 자기 것이든 다른 나라 것이든 핵무기에만 의존해서 값싸게 억제력을 얻을 수는 없다는 점을 거듭 강조했다.

■더 큰 안보위협에 종합적 고려 대응
마커스 갈로스카스 전 美 국가정보위원회 북한담당 국가정보분석관도 "북한이 최근 무인기 활동 등 더 정밀하고 제한된 공격 수단을 개발하고 있는 것으로 보여 매우 어려운 도전에 직면한 우리는 모든 걸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며 "북한의 역량은 증진됐고 북한의 ICBM과 핵 등 미국 본토에 대한 전략적 위협이 증가했다. 이는 북·중이 상호 간접 지원하기 때문에 대응이 훨씬 더 어려워졌다. 따라서 새해엔 더 어려운 도전에 직면하게 될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북한의 고조된 위협에 대응, 최근 일본이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에 동참해 국방비를 향후 5년에 걸쳐 1%에서 2%로 두 배로 늘릴 계획을 발표한 것에 대해 일본이 책임감 있는 민주주의 국가·긍정적인 행위자·안정을 지키는 힘으로 진주만 공격을 결정한 일본 정부는 현재 정부와 매우 다르다는 인식을 내놨다.

이어 한국이 국방비를 늘리는 것이 미국이나 다른 동맹국들과 상호 운용 능력이 향상되기 때문 도움이 되지만 한국은 국내총생산(GDP)의 거의 3%를 국방비로 쓰고 있는데 예산 규모보다 지출 내역이 더 중요하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이어 "북한이 실전 배치 역량에 진전을 보이는 무기들로 ICBM에 장착할 다탄두재진입체, 대형 고체연료 미사일, 전술핵무기용 단거리 미사일 등과 특히 단거리미사일(SRBM) 기동 능력 개선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것으로 보이며 극초음속 활공체도 크게 우려된다"고 분석했다.

■전문가 "자체 방어역량을 키우라는 조언은 지나친 발언"
이와 같은 전직 고위 관리를 거친 美 외교안보 전문가들의 견해에 대해 손대권 서강대학교 국제대학원 교수는 우선 "한국의 자체 핵무기 개발의 자제는 미국의 확고한 확장억제를 전제로 하는 것"이라고 짚었다.

손 교수는 "1969년 리처드 닉슨 美 대통령은 '닉슨 독트린'을 발표하며 아시아에서의 국방력 투사를 축소하기 시작했고, 1975년 결국 미국은 베트남 전쟁에서 패배했다. 이에 안보 불안을 느낀 박정희 대통령은 비밀리에 핵무기 개발에 착수했지만 미국은 한국의 핵개발을 막으면서 그 대가로 1978년 11차 한미안보협의회의(SCM)에서 한국에 대한 미국의 핵우산 제공을 처음으로 명문화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1978년 이전에도 한·미 간에 동맹 조약은 있었으나, 핵우산 제공은 명문화되지 않은 상태였다. 한국의 핵개발을 막는 과정에서 미국은 이를 명문화한 것"이라며 "즉, 한국이 자체 핵무기를 개발하지 않는다는 건 미국이 한국에 대해 확장억지를 제공하는 것을 전제로 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손 교수는 또 "1978년 미국이 한국에 대한 핵우산 제공을 명문화 할 당시, 북한은 아직 핵을 갖지도 못했고 한국에는 미국의 핵무기들이 배치돼 있는 상태였다"며 "그때와 달리 현재 북한은 사실상 핵개발에 성공했으나 한국에는 더 이상 미국의 핵무기가 배치되어 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한국은 2023년 현재 지난 1978년과 비교해서 북한으로부터 느끼는 안보 불안은 결코 줄어들지 않았다는 해석이다.

특히 충분한 고려 없이 미국에게 핵우산에만 일방적으로 의존하지 말고 자체적인 방어역량을 키우라고 조언을 하는 것은 지나치다는 제언이 나왔다.

손 교수는 "물론 한국이 종국적으로 자주국방을 추구해야 하는 건 맞는 방향"이라며 "그렇지만 그 자주국방을 추구함에 있어서 미국이 족쇄를 걸어놓은 상황인데, 이러한 사실을 간과한 채 단순히 미국의 핵우산에만 너무 의존하지 말라고 하는 건 지나치다"고 강조했다.

Copyright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