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산업 육성 위해 인력 수소문…구인에 1650억원 내건 호주

황덕현 기자 2023. 1. 5.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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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 패권, 호주는 지금] ③미국·유럽서도 구인…산학 연계도
고교 선취업 활용…한국은 2030년까지 일자리 5만개 창출 목표

[편집자주] 2010년대 전세계 석탄 무역의 3분의 1을 차지하며 세계적 에너지 강국을 자임해온 호주가 체질을 바꾸고 있다. 지난 2020년 '2050 탄소중립 선언' 이후 그린수소를 비롯해 풍력과 태양광 등 친환경·재생 에너지원 개발에 힘을 쏟고 있다. 자연 환경에 더불어 정책·기술 전환을 통해 21세기 아태 지역 에너지 패권 국가로 체질을 개선 중인 호주의 현장을 살펴보고, 우리나라의 탄소중립 청사진을 찾아봤다.

세계 4대 철광석 업체 포테스큐에서 근무 중인 전문인력들이 철광석 처리 시스템 등을 살피고 있다.(fortescue Future Industries 제공) ⓒ 뉴스1 황덕현 기자

(다윈·시드니·퍼스(호주)=뉴스1) 황덕현 기자 = 세계 최대 수출국으로, '석탄 이민'까지 받던 호주는 전세계적 기후변화 대응에 따라 관련 산업을 지속해서 축소 중이다. 대신 녹색 산업을 추진하면서 해당 업계에서는 인력 모시기에 나섰다. 호주에서도 북준주(州) 등 그간 발전이 더뎠던 지역은 해외 전문인력을 유치하기 위해 1000억원대 기금도 마련했다. 2030년까지 글로벌 수소 기업 30개와 일자리 5만개 육성을 추진 중인 우리나라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5일 <뉴스1> 취재를 종합하면 호주는 주력 수출품인 석탄을 지난해 359만톤 수출했다. 이는 최근 7년간 최저치다. 호주는 수출량을 줄이면서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여파로 국제 에너지 가격이 상승하면서 총 390억~450억달러(50조~58조원)의 이익을 봤다.

그러나 호주는 눈앞에 이익을 놔두고 탈탄소, 탈석탄 등 국제사회의 요구대로 석탄 생산을 지속해서 줄여 나갈 예정이다. 앞서 호주 정부와 정치권은 '2050 탄소중립 선언'을 통해 향후 청사진을 제시했다. 지난해 총선에서 약 10년 만에 다수당을 탈환한 중도 좌파 성향의 노동당은 대규모 탄소 배출기관에 배출 상한제를 부과하고, 초과 때 탄소 배출권을 사도록 강제하는 등 친환경 정책을 내걸었다.

석탄 등 전통적인 에너지 사업을 영위하던 지역은 체질을 바꾸고 있다. 일례로 북준주의 신재생 에너지 기업 '프로바리스 에너지'는 바이오 연료인 목재 펠릿(pellet)을 만들어 수출하던 공장을 태양광 기반 수소 공급 시설로 리모델링했다.

서호주주(州)에 위치한 세계 4대 철광석 업체 포테스큐는 디젤 차량을 수소 전지 차량으로 개조하고 있다. 내리막 구간에서 배터리를 회생제동으로 충전해 움직이는 '재생 배터리 열차'도 만들어 올해 운행을 시작한다. 이 업체는 탄소중립에 총 62억달러(7조8800억원)를 투입하고 있다.

민관이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지만 쉽지 않은 분야는 '구인'이다. 호주는 인구 대비 국토 면적이 최상위권인 데다 시드니, 멜버른, 브리즈번 등 주요 도시가 남동부에 몰려 있어 다른 지역은 인력난에 허덕이고 있다.

세계 최대 철광석·석탄업체인 BHP의 퀴나나 공장에는 250명 가량이 상근 중이다. 이중 30% 가량이 여성으로, 이들은 탁아시설과 시간제 근로 등을 통해 복지를 보장 받고 있다. BHP가 이같은 복지를 구비하는 것은 관련 전문 인력을 중장기적으로 묶어두기 위한 방안이다.(BHP 제공) ⓒ 뉴스1 황덕현 기자

이 때문에 아시아와 가까운 북준주의 녹색 성장·광물 산업 관련 기업은 '상시 구인 중'이다. 북준주는 남한의 14배 규모로, 호주 국토 면적의 6분의 1(152만㎢)을 차지하고 있지만 인구는 25만명에 불과하다. 여기서도 비숙련 노동자나 관광업 등에 종사하는 호주 원주민을 제외하면 실질 노동 인구는 전체 인구의 3분의 2 수준이다.

북준주정부는 1억8900만 호주달러(1650억원) 규모의 지역 일자리펀드를 마련하고, 대출과 보조금 등 금융 지원을 추진 중이다. 클레어 조지 북준주 투자청 투자유치 국장은 지난해 11월 말 <뉴스1>과 현지 인터뷰에서 "북준주 소재 대학과 협력해 유학생과 산업 이민자를 정착시키는 방안도 추진 중이다"라고 말했다.

신재생·광물 산업을 통해 지역사회와 밀착해 인력을 붙잡는 경우도 있다. 세계 최대 철광석·석탄업체인 BHP는 서호주주 주도인 퍼스에서 1시간여 떨어진 퀴나나(Kwinana)에 이차전지와 전기차 핵심 광물인 니켈 생산 시설을 만들었다. BHP는 생산시설을 만드는 데 10억 호주달러(8700억원)을 이 지역에 썼다. 이 비용은 생산 시설 인근 커뮤니티 조성에도 활용됐다.

BHP는 이 시설 운용을 위해 호주 국내외에서 250명을 고용했다. 이들이 지역 구성원으로 자리 잡자 지역의 인구도 다소 늘었다. BHP는 여성 노동자를 위한 탁아시설을 개선하고, 고등학교와 연계한 선취업 제도를 운영하는 등 인력 묶기에 힘을 쏟고 있다.

철광석 업체 포테스큐는 광산 채굴용 초대형 디젤 차량을 수소 전지 차량으로 개조하고 있다. 내년 첫 수소전지 차량을 운행 시작한 뒤 2030년까지 200여대를 전체 차량을 교체할 계획이다. (fortescue Future Industries 제공) ⓒ 뉴스1 황덕현 기자

외부 전문가 영입도 활발하다. 호주 최대 에너지 기업 '우드사이드 에너지'는 미국 항공우주국(NASA)에서 일하던 제이슨 크루잔 부사장을 영입했다. 제이슨 부사장은 유인 우주선과 국제 우주 정거장(ISS) 등 우주 탐사 시스템 분야에서 일해왔고, 현재 호주 신재생 에너지 사업을 지휘하고 있다. 친환경 수소 생산과 수출을 총괄하는 마크 샌더스 'H2 퍼스'(H2 Perth) 매니저는 네덜란드에서 영입됐다.

제이슨 부사장은 지난해 11월 말 <뉴스1>과 현지 인터뷰에서 "유럽과 미국 등 다양한 곳에서 신재생 에너지 관련 국제 사업과 해양 건축, 바이오테크 등 분야의 전문인력이 호주로 유입되고 있다. 우드사이드 신에너지팀의 경우 30%가 외부에서 영입됐고, 사용하는 언어만 15개가 공존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우리나라는 이 분야에서는 갈 길이 멀다. 산업통상자원부의 수소경제 활성화 로드맵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수소 전문 대학원, 업종 전환 재교육 등을 통해 2030년까지 수소 선도기업 30개, 관련 일자리 5만개를 창출하는 걸 목표로 삼았다.

그러나 삼성엔지니어링, GS에너지, SK E&S 등 관련 기업의 향후 인력 육성 및 확대 계획 등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이들 에너지 기업이 위치한 광역·기초 지자체도 아직 인력 확보를 위한 로드맵을 세우지 않은 상태다.

※이 기사는 한국언론진흥재단, 호주 워클리재단이 공동 주최한 2022년 한호 언론교류 프로그램 지원을 받아 작성됐습니다.

ace@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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