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컵 보증금 미이행 책임, 본사도 지운다…내달부터 단속 시작
제주·세종에서 작년 12월 2일부터 시행된 ‘일회용컵 보증금제’에 대해 저가(低價) 커피 프랜차이즈를 운영하는 소상공인을 중심으로 저항이 심한 것으로 나타났다. 제주도의 경우, 대상 매장 10곳 중 4곳이 일회용 컵에 담은 음료를 팔면서 보증금 300원을 받지 않는 것으로 파악됐다. 제주도는 이르면 다음 달부터 미이행 매장에 과태료를 부과하되, 당초 위반 주체인 가맹점주 측에만 과태료를 부과하려던 방식을 바꿔, 컵 보증금 이행 여건을 제공하지 않은 본사에도 책임을 묻는 방안을 고려 중인 것으로 4일 확인됐다.
컵 보증금제 계도 기간은 이달 말로 끝나는 것으로 전해졌다. 빠르면 오는 2월부터는 미이행 매장에 1회 위반 시 50만원, 2회 위반 시 150만원, 3회 이상 위반 시 300만원의 과태료를 매긴다. 3회 이상부터는 적발될 때마다 300만원을 내야 하지만, 현행법상 영업 정지 등 행정 조치는 받지 않는다.
일회용 컵 보증금제는 당초 ‘점포 100개 이상을 가진 프랜차이즈’를 대상으로 전국적으로 시행될 예정이었으나, 소상공인의 반발에 부딪혀 제주·세종 2곳으로 한정해 먼저 시작됐다. 환경부는 1년간 현장에서 제도를 점검한 후, 전국으로 확대한다는 계획이었다.
그러나 제도가 정교하게 설계되지 않아 시작부터 잡음이 나오고 있다. ‘빽다방’ ‘메가커피’ 등 저가 커피를 표방한 프랜차이즈 가맹점주들이 “컵 보증금 300원이 붙을 경우 커피 값이 올라간 것으로 보이는 착시 효과가 생겨 경쟁력이 떨어진다”는 문제를 제기하고 나섰다. 특히 ‘전국 100개 이상 매장’이라는 기준이 형평성에 어긋난다고 반발하고 있다. 실제 제주에 매장 39개를 가진 ‘에이바우트커피’는 아메리카노 한 잔 가격이 2900원으로 메가커피(3000원)와 별 차이가 없고, 제주도 내 매장 숫자는 오히려 더 많은데도 전국 매장 수가 100개가 되지 않아 보증금제 적용에서 빠졌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빽다방·메가커피 등은 제도를 보이콧하고 나섰다.
환경부와 제주도는 지난 한 달간 ‘컵 보증금 보이콧’을 선언한 점주들을 만나 참여를 독려해 왔다. 컵 보증금 위반 책임을 소상공인에게만 물어서는 안 된다는 지적에 따라, 앞으로는 프랜차이즈 본사에도 과태료 부과 등 책임을 묻는 방안이 유력 검토되고 있다. 특히 본사가 가맹점에 ‘지정된 컵’을 납품받도록 하면서 차익을 남기고 있는 점에 주목했다. 한 프랜차이즈의 경우, 일회용 컵 단가는 개당 50~70원 수준인데, 가맹점에는 100~120원을 받고 있다고 환경부는 파악했다. 가맹점이 일회용 컵을 선택할 수 없는 상황에서, 플라스틱 일회용컵 사용을 조장해 정작 이득을 보는 것은 본사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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