쪽지예산, 정치권과 정부의 뒷거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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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듬해 정부 예산안이 매년 말 국회를 통과하기 전후로, 정치권 언저리에선 여러 '진풍경'이 해마다 벌어진다.
교집합은 예산 편성을 위한 절차도, 왜 나랏돈을 추가로 투입해야 하는지 증액 논리도 알기 어려운 '쪽지예산'이다.
정부가 공들여 편성한 예산안에 끼워 넣은 쪽지예산을 두고 의원의 제 몫 챙기기라는 비판이 거센 가운데, 정치권 못지않은 조연도 있다.
쪽지예산은 사적 논의를 통해 사적 이익을 보장하는, 정치권과 기재부 간 '뒷거래'의 산물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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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듬해 정부 예산안이 매년 말 국회를 통과하기 전후로, 정치권 언저리에선 여러 '진풍경'이 해마다 벌어진다. 교집합은 예산 편성을 위한 절차도, 왜 나랏돈을 추가로 투입해야 하는지 증액 논리도 알기 어려운 '쪽지예산'이다. 여야 실세가 쪽지예산을 대거 챙겼다고 쓴 비판 기사에 대한 해당 국회의원·의원실의 연락부터 소개한다.
"기사 내용이 과했다"며 하소연하는 전화일까 싶어 애써 외면하다 받은 휴대폰 너머 상대방은 오히려 감사 인사를 전했다. 기사에 안 들어간 다른 쪽지예산도 있으니 보도해 줄 수 있느냐는 민원과 함께. 정색하고 지적한 기사에 더 세게 때려달라는 셈이니 여간 허탈할 수밖에 없다. 애초에 의원이 쪽지예산을 보는 관점 자체가 달랐다. 의원에겐 지역구 예산을 더 따냈다는 이런 보도가 국회라는 전장에서 승리하고 유권자 앞에 달고 나선 훈장이었다.
연말 지역구에선 웃지 못할 현수막 전쟁도 벌어진다. 길목 좋은 곳에서 여야 모두 같은 정부 예산 사업을 확보했다고 선전한다. 대체로 현역 의원과 해당 선거구에 출사표를 던진 상대당 비례대표가 내건 현수막이다. 서로 으르렁대던 지역구 맞수가 한뜻으로 한 사업을 홍보하니 통합과 화합의 정치가 따로 없다.
갑을 관계 역시 뒤바뀐다. 평소 피감기관인 정부를 얕보던 의원들도 기획재정부 예산실 앞에선 쪽지예산을 더 들이밀고자 태세 전환한다. 건설 사업을 다루는 국토교통위원회보다 기재부를 감시하는 기획재정위원회가 '알짜 상임위원회'로 통하는 이유도 비슷하다. 기재부 예산실 관료와 핫라인을 구축해야 지역구 예산 확보가 가까워진다는 인식 때문이다.
정부가 공들여 편성한 예산안에 끼워 넣은 쪽지예산을 두고 의원의 제 몫 챙기기라는 비판이 거센 가운데, 정치권 못지않은 조연도 있다. 바로 기재부다. 기재부 예산실은 예산안을 심의하는 예산안조정소위원회 위원에게 국·과장을 전담 마크맨으로 붙인다. 예산안 협상이 미로에 빠지지 않기 위해 쟁점 사업을 설명하는 역할이다.
찰싹 달라붙은 기재부 공무원을 대하는 의원의 속내는 어떨까. '대통령실 예산'이니 '이재명 예산'이니 소속 정당의 핵심 예산을 관철하는 동시에 지역구 예산을 더 얻어 내기 위한 창구로 여기지 않을까. 물론 쪽지예산이 나랏돈을 배분하는 정치의 과정이라고 볼 여지도 있다. 이렇게 쪽지예산이 정당화되려면 공적 논의를 거쳐 공적 이익으로 귀결해야 한다.
하지만 수많은 의원이 제기했을 쪽지예산 중 어떤 사업을 살리는지, 증액 규모는 어떻게 결정하는지 등은 철저히 비밀에 싸여 있다. 지역 발전을 위해 나랏돈을 더 투입해야 한다는 의원의 쪽지예산 논리엔 다음 총선 승리라는 사심이 깔려 있다. 쪽지예산은 사적 논의를 통해 사적 이익을 보장하는, 정치권과 기재부 간 '뒷거래'의 산물인 셈이다.
쪽지예산 해소책은 거창하지 않다. 기재부 예산실이 한여름 내내 각 부처 사업을 깐깐하게 따져봤던 예산 심의 절차와 정신만 되새기면 된다. 쪽지예산에 적용하면 불필요한 예산 편성에 따른 책임을 묻기 위해 어떤 의원이 제기한 사업인지 꼬리표를 남겨라. 또 쪽지예산의 명분을 확보하는 차원에서 증액 이유를 제시해야 한다. 의원들도 쪽지예산을 투명하게 공개하자는 이런 방침에 반색하지 않을까 싶다. 어차피 쪽지예산을 하나라도 더 알리고 싶어 했으니깐.
세종= 박경담 기자 wall@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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