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연금 개혁, 정부는 속도 높이고 야당은 책임 떠넘길 계산 말아야
국회 연금개혁특위 민간자문위원회가 3일 보험료 인상, 소득 대체율 인상, 연금 지급과 의무 가입 연령 상향을 목표로 개혁안을 마련하겠다고 특위에 보고했다. 적게 내고 많이 받는 지금 구조를 바꿔야 한다는 것이다. 민간자문위는 이달 말까지 연금개혁안을 마련하고 특위는 이 내용을 4월 말까지 논의하는 것이 대체적인 일정이다.
그런데 민주당 박홍근 원내대표는 4일 “연금 개혁과 관련해 대통령이 국회에서 안을 마련해달라고 얘기하는데 무책임하다”며 “연금 개혁은 정부가 책임지고 안을 마련해 국회에서 논의해 달라고 해야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안 마련이 필요한 것은 맞지만 국회에서 여야 합의로 이미 연금특위를 가동해 논의 중인 상황에서 할 말은 아니다. 연금 개혁 과정에서 나올 반발을 예상하고 벌써부터 책임 떠넘기기를 시작한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지 않을 수 없다. 집권 5년 내내 연금 개혁을 철저히 외면한 민주당은 지금이라도 더 적극적으로 국민연금 개혁 논의에 임하는 것이 국민에 대한 도리다.
연금 개혁과 관련한 정부 입장도 혼란스러운 측면이 있다. 국회 연금특위에서 여야 의원들이 머리를 맞대고 있는 상황에서는 이 특위에서 결과를 도출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 최우선이다. 가장 바람직하고 빠른 연금 개혁 방법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정부는 국민연금 개혁 근거가 될 장기 재정 추계 결과를 오는 3월에야 발표하고 10월에 개혁안을 확정하겠다는 입장을 갖고 있다. 국회 논의와 따로 가는 듯한 이 절차는 상황을 어지럽게 만든다. 복지부는 우선 마무리 단계라는 장기 재정 추계라도 신속히 내놓아 국회 연금특위 논의를 촉진시킬 필요가 있다. 우선은 4월 말까지 국회 논의에 힘을 실어 처리에 최선을 다하고 그게 무산될 경우 10월 국회에 개혁안을 제출해 다시 시도해야 한다. 연금 개혁은 대통령과 여야 모두가 명시적으로 반대하지 않는 지금 속도감 있게 추진해야만 한다.
연금 개혁에서 가장 걱정되는 것은 정치권이 이 문제를 다음 총선에서 득표 전략과 연계시킬 가능성이다. 더 내고 덜 받는 연금 개혁은 인기 없는 개혁이다. 야당 입장에선 이를 정부 탓으로 돌리고 비난하는 소재가 될 수도 있다. 그런 일이 벌어지면 연금 개혁은 다시 무산될지 모른다. 정부는 국정 책임을 지고 있고, 야당은 압도적 의석으로 국회를 장악하고 있다. 연금 개혁 문제만은 정치 표 계산을 떠나 나라의 미래만 생각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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