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알박기 방지법’ 논의와 별개로 文정부 기관장들 먼저 물러나길
여야 정책 협의체가 4일 대통령·공공기관장 임기 일치 법안 처리를 위한 논의를 시작했다. 여야의 정책위의장과 원내수석부대표, 국회 행정안전위 간사가 참여한다. 임기 일치법은 정권이 바뀔 때마다 전 정부 때 임명된 공공기관장의 잔여 임기 문제로 소모적 갈등이 되풀이되는 것을 막아보자는 취지에서 최근 여야가 논의를 시작했다. 미국의 경우 정치적 임명직에 해당하는 공직은 따로 구분해 정권 교체와 동시에 자동으로 물러나도록 제도화돼 있다. 우리 여야가 대통령과 공공기관장들의 임기를 일치시키는 법을 논의하는 것은 옳은 방향이다.
여야의 입장 차는 적지 않다. 국민의힘은 모든 공공기관에 일괄 적용하자는 입장인 반면 민주당은 정부 산하 공공기관만 대상이고 정무직 기관장은 제외하자고 주장한다. 현재 방통위원장이나 국민권익위원장은 논의 대상이 아니란 것이다. 공공기관 중에는 대통령의 국정 철학과 큰 관계없는 실무적 성격을 띤 곳도 있다. 하지만 대통령의 국정 방향을 집행하고 지원해야 하는 공공기관도 적지 않다. 방통위원장, 국민권익위원장처럼 정부를 구성하는 핵심 자리도 있다. 이런 기관의 장이 대통령이 바뀌었는데도 그대로 있다는 것은 버티기와 국정 방해일 뿐이다.
공공기관은 정부 정책을 집행하거나 지원하는 조직이다. 정부의 국정 방향에 따라 임무가 판이해지는 곳이 많다. 이런 곳은 대통령이 바뀌면 기관장 임기가 남았더라도 물러나는 게 상식에 맞는다. 하지만 문 정부에서 임명된 인사들은 마치 단합이라도 한 듯 일제히 버티기에 들어갔다. 얼마 전 공공기관 간부를 조사해보니 350개 공공기관의 기관장·임원 3080명 중 문재인 정부 때 임명된 인사가 86%(2655명)에 달했다. 이것이 국민이 정권 교체를 선택한 결과인가. 문 정부는 임기 종료 6개월 전 기관장·임원 등 59명을 무더기 임명하는 이른바 ‘알박기’ 인사도 남발했다.
여야의 논의와 별도로 새 정부의 국정 방향과 맞지 않는 공공기관장들은 스스로 물러나는 것이 옳다. 잠시 더 자리에 남아있은들 추해질 뿐이다. 공직자의 올바른 처신이 무엇인지 생각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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