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희상 “김어준·가세연 출연 정치인들 한심, 국가경영 자격 없어”
문희상 전 국회의장은 4일 본지 인터뷰에서 “정치 양극화에서 팬덤 정치 자체는 문제가 아니다”라고 했다. 다만 “그런 팬덤을 좇는 정치인이 문제”라고 했다. 그는 “진짜 정치인이라면 떳떳하게 자기 소신을 밝히면서 옳은 것은 옳다, 그른 것은 그르다고 말할 줄 알아야 한다”고 했다. 정치인들이 주도권을 쥐고 할 말을 해야 양극화의 해결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는 얘기다. 문 전 의장은 “김어준씨나 가세연(가로세로연구소)을 억지로 없애려고 하면 안 된다”면서도 “그러나 정치인들이 그들이 하는 미디어에 나가서 휘둘리면 안 된다. 그런 긍지가 없는 정치인들이 무슨 대한민국을 경영하겠느냐”고 쓴소리를 했다.
-민주당 정치인들을 만나면 개딸(이재명 대표 극렬 지지자들) 무서워서 아무것도 못 한다고 한다.
“정치 주도권을 개딸들에게 뺏긴 것이다. 그렇게 할 거면 정치 왜 하나. 팬덤은 나쁜 것은 아니다. 정치인들의 정치 행태를 비판해야지 현상을 비판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여나 야나 모두 ‘국가 미래를 위해서 정치를 한다’는 생각으로 공부해야 한다. 그런데 요즘 보면 정치인들이 다음 공천을 받아야겠다는 사고 하나만으로 정치를 한다. 그러니까 서로 못 죽여서 안달이 난 거다. 정당 관계라는 건 죽여야 하는 적이 되면 안 된다. 이상적인 것은 라이벌 관계여야 한다. 서로 적으로 보니 지지자들의 양극화가 더 심해지는 것이다.”
-유튜브, SNS 등 미디어도 양극화에 영향을 주고 있다.
“난 보수 쪽 가세연도, 진보 쪽 김어준씨도 다 듣지 않는다. 나오라고 해도 안 나간다. 그런데 요새는 억지로 없애려고 하는 것 같더라. 그런 목소리도 있다고 생각하고 그냥 내버려둬야 한다. 억지로 없애려고 하면 더 커지는 게 민주주의 상식 원리다. 짖어야 똥개인 줄 안다. 언젠가는 국민이 다 정리해준다. 정치인들이 그들 미디어에 우르르 나가는 건 참 한심하다.”
-민주당에선 중도 성향의 금태섭 전 의원이 2020년 총선 때 지지층 반발로 공천을 못 받았다. 이때부터 국회의원들이 지지층 눈치를 더 많이 본다.
“금 전 의원 탈당 때는 내가 눈물이 났다. ‘군자화이부동 소인동이불화(君子和而不同 小人同而不和·군자는 화합하되 부화뇌동하지 않지만, 소인은 부화뇌동할 뿐 화합하지 않는다)’라고 붓글씨를 써서 보내기도 했다. 극단 정치로 희생된 것이다.”
-정치 양극화의 해결 방안은 뭔가.
“노태우, 김대중 정부 때도 지금과 같은 여소야대 국회였다. 노태우 정부는 87년 개헌 이후 대통령 직선제 시스템에 의해 정치가 제대로 굴러갔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진보, 보수를 떠나 인사 정책을 폈다. 김종필, 박태준, 이한동 등 원조 보수들을 데려다가 통합을 하려고 했다. 말만 통합이라고 백번 얘기해봐야 소용없다. 윤 대통령도 직접 대화의 문을 열어야 한다. 같은 편만 만나서 좋은 얘기만 들으면 안 된다. 그러다 망한다. 대통령이 야당 원로 등 정치인들에게 만나자고 전화해봐라. 누가 개딸 무서우니 못 나간다고 하겠나. 그런 측면에서 선거 제도 개혁은 꼭 필요하다. 민주당도 반대만 할 게 아니라 논의에 참여해서 왜 무엇이 아닌지를 설명해야 한다. 선거 제도 개혁이 지금의 쪼개진 대한민국의 이분법적 사고를 해결하는 방법이 될 수 있다. 승자 독식 구조가 깨지기 때문이다. 정치에서 국민 통합을 실패하면 다 실패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거대 야당인 민주당은 어떻게 해야 하나.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도 문제다.
“2020년 총선 때 이해찬 대표 체제에서 180석을 가져갔다. 거기서부터 문제였다. 위성 비례 정당을 만들었다. 비례 정당 의석을 뺏어다가 180석 만들었는데, 그래서 정권을 뺏긴 것이다. 참으로 소탐대실했다. (총선 직전 패스트트랙 법안으로 선거법 통과시켜준 것을) 뼈저리게 후회한다. 그 의석수를 가지고 공수처법을 고치고 검수완박을 주도했다. 정말 잘못됐다. 윤석열 대통령이 언급한 중대선거구제 논의도 민주당 내에서 찬성이 많다고 안다. 의석수 뺏길 생각으로 임해야 한다. 의석수를 가지고 죽자고 반대하면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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