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시각] 5·18을 이용하는 게 누구인가

김은경 기자 2023. 1. 5. 03:05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이 기사는 언론사에 의해 수정되어 본문과 댓글 내용이 다를 수 있습니다.

지난해 말 고시된 2022 개정 교육과정에 ‘5·18 민주화 운동’ 용어가 빠진 사실이 알려지자 4일 더불어민주당·정의당·무소속 국회의원 58명이 “심각한 민주주의 훼손”이라고 반발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정부가 노골적으로 5·18 지우기에 나섰다”고 했고, “실수라고 하기에는 이해할 수 없는 처사”(박지원 전 국정원장), “구태의연한 보수 본색”(박용진 민주당 의원) 등 강도 높은 비판이 이어졌다.

5·18 기념재단과 5월 3단체(유족회·부상자회·공로자회)가 4일 오후 광주 서구 5·18기념문화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5·18민주화운동이 제외된 개정 교육과정을 즉각 철회하라"고 촉구하고 있다. 2023.1.4 /연합뉴스

한마디로 “윤석열 정부가 일부러 그런 것 아니냐”는 식이다. 그런데 실상은 다르다. 문재인 정부 때인 작년 3월 역사과 교육과정 정책연구진이 교육부에 제출한 첫 중간보고서에서부터 5·18은 빠져 있었다. 2021년 12월 꾸려진 연구진은 전교조 연대 단체인 전국역사교사모임에서 활동하는 교사들이 대다수다.

이들이 5·18을 뺀 이유는 교육과정 대강화(大綱化) 방침 때문이다. 교육부는 “이번 교육과정은 교사들에게 자율성을 주기 위해 역사적 사건을 일일이 적시하는 대신 대략적인 방향만 제시하는 기조로 바꿨다”고 설명했다. 같은 이유로 ‘경제 개발 5개년 계획’ ‘7·4 남북 공동 성명’ ‘북한의 사회주의 독재’ 등 대부분 사건과 키워드가 빠졌다.

더구나 5·18을 다시 넣을 기회는 그동안 여러 차례 있었다. 이번 개정 교육과정은 처음부터 ‘국민 참여형’으로 추진해 전에는 없던 대국민 의견 수렴 절차가 추가됐다. 교육부는 작년 8월 30일 ‘국민참여소통채널’이라는 홈페이지를 열고 교육과정 시안 전문을 전 국민에게 공개한 뒤 보름간 누구든 댓글을 달 수 있게 했다. ‘남침’과 ‘자유민주주의’ 등이 빠져 논란이 됐던 역사과 교육과정은 댓글이 많이 달렸지만, 5·18을 넣어야 한다는 의견은 없었다. 이어 9월 30일 역사과 교육과정 공청회, 10월 4일 교육부 국정감사, 11월 세 차례에 걸친 국가교육위원회 심의와 교육부 행정예고 과정에서도 5·18은 거론되지 않았다. 제주 4·3사건도 5·18처럼 빠졌지만 행정예고 기간 중 ‘넣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며 교육부가 반영하겠다고 조정 의견을 냈다. 이번 5·18 역시 교육부가 편찬준거에 포함해 교과서에 넣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무슨 정치적 의도로 뺀 게 아니라는 방증이다.

애초 5·18 누락을 지적한 강득구 민주당 의원은 “(5·18이) 빠진 걸 최근 알았다”고 했다. 전 정부에서 이미 빠졌다는 사실을 제대로 살펴보지도 않고 무작정 “현 정부가 의도를 갖고 뺐다”고 호통 친 셈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해 5·18 기념식에서 “자유와 정의, 진실을 사랑하는 우리 국민 모두는 광주 시민”이라고 했다. ‘오월(5·18) 정신’은 우리 모두의 유산이다. 특정 정치 세력 전유물이 아니다. 더 문제는 그들이 번번이 5·18을 정치적 공방 소재로 이용하려 한다는 점이다.

Copyright © 조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