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戰 여파 주요국 입국 차단하자 러 임신부들, 아르헨티나 원정출산 붐

아이 국적취득땐 171국 무비자… 부모 국적 신청도 어렵지 않아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후 아이를 낳기 위해 아르헨티나로 ‘원정 출산’을 떠나는 러시아 임신부들이 급증하고 있다고 영국 가디언이 3일(현지 시각) 보도했다. 전쟁 이전만 해도 미국 플로리다 등이 주요 원정 출산지로 꼽혔지만, 세계 주요국들이 잇따라 러시아인 입국을 차단하면서 비자가 없어도 갈 수 있는 아르헨티나가 급부상했다는 것이다. 러시아 부모들은 자녀들에게 다른 나라 국적을 갖게 하려고 해외 원정 출산을 하는 경우가 많다.

아르헨티나 주재 러시아 대사관은 이날 “지난해 러시아인 2000~2500명이 아르헨티나에 왔는데 상당수가 출산을 계획하는 여성”이라며 “올해는 1만명으로 늘어날 수 있다”고 밝혔다. 현지 원정 출산 중개 업체 관계자는 “5월까지 (주요 병원) 예약이 꽉 차 있고, 매일 12명이 넘는 러시아 임신부가 아르헨티나 수도 부에노스아이레스에 도착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쟁 이전 러시아인들은 여권만 있으면 세계 80여 국을 비자 없이 방문할 수 있었다. 하지만 전쟁 이후 각국이 문을 걸어잠그면서 상황이 크게 달라졌다. 러시아인의 미국 방문은 사실상 불가능해졌다. 유럽연합(EU) 회원국들도 모스크바 주재 영사관 직원을 대폭 줄여 러시아인들이 EU 회원국 비자를 받으려면 몇 달씩 기다려야 하는 형편이다.

이에 비해 아르헨티나는 지금도 비자 없이 갈 수 있다. 아르헨티나는 국적과 관련, 속지주의(屬地主義)를 택하고 있어 아르헨티나에서 태어난 아이는 이 나라 국적을 자동으로 취득하게 된다. 또 아르헨티나 여권이 있으면 EU·영국 등 171국을 무비자로 갈 수 있고, 미국 장기 비자 취득에도 큰 어려움이 없다. 태어난 아이의 부모가 아르헨티나 국적을 신청할 때도 별 문제가 없다고 한다.

다만 아르헨티나 원정 출산에는 수천만 원의 비용이 들어가는 것으로 알려졌다. 편도 항공권과 통역, 서류 작업 대행 수수료 등 최대 8000파운드(약 1200만원)가 들고, 의료 서비스 수준이 높은 개인 병원의 경우 출산 비용만 3300파운드(약 500만원)에 이른다고 가디언은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