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의진의 시골편지] 아기타스
인구절벽. 아기가 태어나 앙앙 우는 소리가 안 들려. 놀이터에 노는 애들도 코빼기 안 보여. 학교 운동장에서 애들이 놀면 선생님이 빨리 집에 가서 숙제하랬는데, 생각해봐. 요새 누가 운동장에서 놉니까. 축구하고 야구하며 놀, 그 몇 명이 안 되는데. 친구랑 놀아 봤어야지 같이 어울려 사회생활도 하지.
경쟁은 해봤지만 협력은 해본 경험이 없어. 1등은 모두 욕심 내고 기억하지만 꼴등은 부끄럽게 놀리고 친구들이 또 왕따를 시켜. 학교에 가보면 공부를 포기하고 잠든 아이들이 많은데, 잠이 많아 자는 아이들은 아닐 거란 말이야.
동네에 아기 기저귀를 널어 말리는 집은 한 군데도 없다. 할매 꽃무늬 몸뻬만 만국기보다 많이 팔랑거려. 차를 몰고 다니다 보면 ‘아기가 탔어요’ 뒷유리에 붙어있는 애교 스티커. 애가 드문 세상이니 문구조차 반가워라. 아디다스 말고 ‘아기타스’라 써붙인 차량도 보이더군. 나이키 아니고 ‘내~애끼’ 이 사람아 재미있소. 아기타스가 달리고 나도 뒤따라 살살. 아기가 탔다니 조심 운전. 노란 통학버스엔 귀여미들이 창밖을 향해 손을 흔들어. 산타 할아범처럼 수염을 기른 내게도 지난달 빨간 양말에 담긴 선물 고맙다며 손을 흔들어.
‘아기타스’엔 장차 정치인이나 유명인이 될 아이만 타는 건 아니야. 모두가 귀하고 가치 있는 생을 살아갈 아이들. 인생은 후딱 지나가. 해피 버스간데이~. 생일 버스데이 말고 버스 간데이.
버스 가듯이 휙 지나가 버리는 생일. 낼모레가 생일인데, 나도 아기 때가 있었을 텐데, 백일사진은커녕 돌사진도 한 장 없다. 사진관에서 찍은 사진이 한 장도 없어. 국민학교 입학 사진이 가장 어릴 적 사진. 어디 있었는데, 그도 잃어버렸나 안 보인다. 찾으면 액자를 해서 걸어놔야겠어. 버스 가고 후회 말고, 한 사람 한 목숨 소중하게 여겨야 할 텐데…. 그런데 요즘 봐봐. 아기를 낳아 기르고픈 세상인가, 이 땅. 말뿐인 안전, 진정한 사과도 책임지는 사람도 없어.
임의진 목사·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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