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분 브리핑] 폴란드, 2차대전 배상 요구… 獨은 거부, 왜

파리/정철환 특파원 2023. 1. 5. 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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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란드가 지난해 10월 독일에 요구한 6조2000억즈워티(약 1783조원)의 2차 대전 피해 배상 요구에 대해 독일 정부가 최근 “배상 관련 논의를 거부한다”고 공식 회신했다고 폴란드 현지 매체들이 3일(현지 시각) 보도했다. “국제법과 조약에 의해 양국 간 배상 문제는 이미 종결됐다”는 기존 입장을 재확인한 것이다. 폴란드 외무부는 “(독일의 답변은) 폴란드와 폴란드인에 대해 절대적으로 무례한 태도”라며 노골적으로 불만을 드러냈다.

-독일은 왜 배상을 거부하나.

구(舊)동독이 1953년 소비에트연방(소련)과 맺은 ‘배상 면제 협정’이 직접적 근거다. 독일은 2차 대전 종전 후 자국 영토를 대거 내놓는 등 방식으로 소련과 전후 배상 문제를 일괄 타결할 것을 요구받았다. 이 과정에서 독일 슐레지엔과 동프로이센 등이 폴란드 땅이 됐다. 당시 폴란드도 이 조약에 따라 독일과 전쟁 배상 문제를 해결하기로 합의했다. 이는 1970년 빌리 브란트 총리 시절 서독과 폴란드가 맺은 ‘바르샤바 조약’에서 재확인됐다. 통일 독일이 기존 서독과 동독이 맺은 조약을 모두 승계하면서 정리한 문제로, “더 이상의 배상 문제는 없다”는 게 독일 입장이다.

-그런데도 폴란드가 배상을 요구하는 근거는.

1953년 배상 면제 협정에 ‘나치의 잔학행위에 대한 배상은 예외’라는 내용이 있다. 폴란드 집권 법과정의당(PiS)은 이 부분을 문제 삼고 있다. 폴란드는 타국과 형평성 문제도 제기한다. 폴란드 외무부는 2019년 2차 대전 발발 80주년을 맞아 “독일은 다른 유럽 침공국에 직접 배상을 했지만, 폴란드에는 ‘소련을 통해 배상했다’고 한다”며 “폴란드는 공정한 대접을 받지 못했고, 이는 매우 중요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폴란드인이 개인 배상을 요구한 적은 없나.

전쟁 중 강제 노역에 동원된 폴란드인이 1963년 서독 정부에 배상 소송을 제기한 적이 있다. 서독 연방헌법재판소는 그러나 1953년 맺은 ‘런던채무협약’을 통해 개인 청구권 문제가 해소됐다며 이를 기각했다. 서독 정부는 이후 1975년 폴란드에 10억마르크의 경제 차관을 제공하고, 자국 기업 6000여 개가 출자한 ‘기억과 책임, 미래 재단’을 통해 강제 노역에 동원된 폴란드인 48만명에게 보상금을 지급하는 등 추가 보상을 했다.

-폴란드의 문제 제기가 너무 늦은 것은 아닌가.

폴란드는 2000년대까지 보상 문제로 독일과 큰 마찰을 일으키지 않았다. 극우 민족주의 성향의 PiS가 정권을 잡은 2015년 이후 배상 문제가 불거졌다. 폴란드 야권은 “집권 PiS가 권력 연장을 위해 ‘폴란드는 피해자’라는 민족주의 감정을 자극하고 있다”고 비판하고 있다. 유럽연합(EU)은 2021년부터 “PiS가 입법독재를 통해 법치주의를 훼손하고 있다”며 “이를 바로잡지 않으면 경제 지원을 중단하겠다”고 경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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