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한우의 간신열전] [168] 무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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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비로소 ‘노자(老子)’를 번역하며 음미 중인데 흔히 알려진 바와 전혀 다른 모습에 많이 놀라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노자는 공자보다 유연하고 상대주의에 가까울 것이라는 통념이다. ‘도덕경(道德經)’의 유명한 첫 구절 “도가도(道可道) 비상도(非常道)”가 그것이다. 얼핏 읽으면 “도라고 이름 붙일 수 있으면 오래가는 도가 아니다”라고 했으니 마치 이름 붙이면 그 자체로 도가 아니라는 인상을 받는다. 그러나 뒷부분과 함께 읽으면 뭔가 이름 붙일 수 없지만 오래가는 도가 ‘있다’는 말이 된다.
이런 사고를 뒷받침해주는 것이 있다. ‘도덕경’에는 ‘참[眞]’이라는 말이 매우 자주 등장한다는 점이다. 이미 말하는 사람이 참을 주장하는 순간 함께 이야기할 사람이 끼어들 여유 공간은 사라진다.
공자가 쓴 책은 아니지만 그가 등장하는 ‘논어’에서 공자는 단 한 번도 진(眞)을 말하지 않는다. 심지어 ‘정말로’라는 부사로도 쓰지 않는다.
우연일까? 그렇지 않다. 공자는 ‘논어’에서 무필(毋必)했다고 제자 자공(子貢)이 묘사했다. 무필(毋必)이란 옛날에는 “기필(期必)하지 않았다”고 옮겼다. 오늘날 ‘기필코’라고 할 때 남아 있는 그 ‘기필(期必)’ 말이다. 언제까지 뭔가를 반드시 하겠다고 다짐하는 것인데 이때 ‘반드시’나 ‘결코’ ‘절대’ 등을 말하지 않는 것이 무필(毋必)이다.
공자는 앞일뿐 아니라 지나간 일을 말하거나 기록할 때도 무필(毋必)했다. 그래서 그가 즐겨 쓰는 표현법이 바로 ‘아마도[其]~일 것이다[與]’인데 순임금이 대효(大孝)라고 말할 때도 반드시 “아마도 순임금은 대효이셨을 것이다”라고 하고서 바로 다음에 그 근거 사실을 열거한다. 근거 제시. 이처럼 무필(毋必)하니 다른 사람도 참여할 공간이 생긴다.
조선일보 기획 ‘하나의 나라, 두 쪽 난 국민’을 읽으며 새삼 공자 읽기를 권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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