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세때 줄리엣 베드신, 누드 촬영 강요당했다”

72세 올리비아 핫세, 제작사에 6400억 손해배상 소송 제기

올리비아 핫세(왼쪽)와 레너드 위팅이 주연을 맡은 영화 ‘로미오와 줄리엣’의 한 장면. 이들은 지난달 30일이 영화 제작사 패러마운트 픽처스에 “촬영 당시 성 학대를 당했다”며 5억달러의 손해배상 소송을 냈다. /패러마운트

영화배우 올리비아 핫세(72)가 자신을 톱스타 반열에 올려놓은 1968년 작 ‘로미오와 줄리엣’ 제작사를 상대로 “촬영 당시 성 학대와 성희롱, 사기를 당했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3일(현지 시각) AP통신 등에 따르면, 영화 ‘로미오와 줄리엣’에서 줄리엣 역을 맡았던 핫세는 지난달 30일 제작사 패러마운트 픽처스에 5억달러(약 6400억원) 이상의 손해배상을 요구하는 소장을 미 로스앤젤레스 카운티 1심 법원에 제출했다. ‘로미오’ 역의 레너드 위팅(73)도 소송에 참여했다.

소장에서 두 배우는 영화 속 베드신이 사전 고지 없이 나체로 촬영됐다고 주장했다. 당시 핫세는 15세, 위팅은 16세였다. 소장에 따르면 당시 감독이었던 프랑코 제피렐리(2019년 사망)는 당초 배우들에게 “피부색 속옷을 입고 촬영할 것”이라고 설명했지만, 실제 촬영일에 가까워져선 “몸에 간단한 분장만 하고 촬영할 것”이라고 말을 바꿨다. 감독은 또 “나체를 드러내지 않도록 카메라를 배치하겠다”고 약속했지만, 영화엔 두 배우의 엉덩이와 가슴 등 신체 부위가 노출됐다.

레너드 위팅(왼쪽)과 올리비아 핫세가 2018년 미 LA에서 열린 영화제에 참여했을 때의 모습. /AP 연합뉴스

두 배우 측 관계자는 “10대였던 그들은 감독을 신뢰했고, 다른 선택권이 없었다. 당시엔 ‘미투 운동’도 없었다”고 말했다. 배우들은 이로 인해 지난 50여년간 정신적 고통을 겪었다며, 제작사가 ‘로미오와 줄리엣’을 통해 거둔 수익을 고려해 5억달러 이상을 배상해야 한다고 밝혔다.

1951년 아르헨티나에서 태어나 어린 시절 대부분을 영국에서 보낸 핫세는 일찍이 배우가 되기를 지망해 연기를 공부했다. 1964년 TV영화 ‘더 크런치’로 데뷔했고, 1968년 ‘로미오와 줄리엣’이 전 세계에서 흥행하면서 일약 스타덤에 올랐다. 이듬해 미 골든글로브 시상식에서 여자 신인상을 수상했다. 하지만 그는 이 영화 이후 사람이 많거나 넓은 장소를 두려워하는 ‘광장 공포증’을 호소하며 약 2년 동안 연기 활동을 중단했다. 핫세는 이번 소장에서도 ‘로미오와 줄리엣’에서 겪은 성 학대와 노출 등으로 인해 다른 배역을 얻는 데 지장이 있었다고 주장했다.

이번 소송은 미 캘리포니아가 아동 성범죄 공소시효를 한시적으로 중단하면서 제기됐다. 앞서 캘리포니아주 당국은 2020년 관련 법을 개정하면서 3년간 공소시효 없이 어린 시절 겪은 성범죄에 대해 제소할 수 있도록 했다. AFP통신은 “마감일이었던 지난달 31일까지 주 법원에 소장이 쇄도했다”고도 전했다.

한편 이번 소송 소식이 알려지자 과거 핫세가 ‘로미오와 줄리엣’ 속 베드신에 대해 옹호하는 발언을 했던 것도 재주목받고 있다. 그는 2018년 미 연예 매체 버라이어티와의 인터뷰에서 나체 베드신 촬영과 관련 “(당시) 내 나이대에선 누구도 그렇게 해본 적이 없었다”며 “제피렐리가 멋지게(tastefully) 촬영했다. 그것은 영화에 필요한 부분이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