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법적 근거없는 민간단체 회원명부 요구 온당한가

2023. 1. 5. 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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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정안전부가 전국 시민단체를 대상으로 등록 요건 전수조사에 들어가 논란이다.

부산시도 정부 요청을 받아 시민단체에 공문을 보내고, 회원의 이름 생년월일 주소 가입일 연락처 등을 제출하라고 요구했다.

정부가 한편으론 보조금 감사, 다른 한편으론 등록 요건 검증을 카드로 시민단체를 압박하고 길들이려는 게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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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활동 건전성은 자율에서 나와…검증없는 지원처럼 설득력 못갖춰

행정안전부가 전국 시민단체를 대상으로 등록 요건 전수조사에 들어가 논란이다. 회원 명부와 사업 내용 등을 통해 단체가 당초 목적대로 운영되는지 확인하겠다는 것이다. 부산시도 정부 요청을 받아 시민단체에 공문을 보내고, 회원의 이름 생년월일 주소 가입일 연락처 등을 제출하라고 요구했다. 정부나 지자체가 민간단체의 일반적인 현황을 들여다 볼 수 있는 법적 권한이 없는데도 밀어붙이는 모양새다. 강제가 아니라곤 해도 공문을 받아든 시민단체들은 당혹스럽다는 반응이다.

2022년 말 현재 부산시에 등록된 시민단체는 917곳이다. 정부가 따지는 건 이들의 단체 성립 여부이다. 관련법상 비영리민간단체가 되기 위해서는 상시 활동 인원이 100명 이상이어야 한다는 조항이 있다. 이 원칙을 엄격히 적용하면 처음에는 적정 요건을 갖췄더라도 이후 상황 변화로 조건에 미달하는 단체가 있을 수 있다. 회원 없이 대표만 존재하거나 겨우 1~2명으로 연명하며 사실상 간판뿐인 단체도 없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문제가 있더라도 그건 어디까지나 그들의 문제다. 특히 이번 조사에는 최근 3년 내 공적자금을 받은 경력이 있는 단체는 제외됐다. 정부나 지자체가 재정 지원을 하지 않은 단체에 운영내역을 상세히 보고하라는 건 일종의 월권이다. 자율결사체인 시민단체의 내부 사정을 샅샅이 확인하려는 발상은 시대착오적이기까지 하다.

이번 조사는 정부의 시민단체 보조금 감사 계획 발표와 공교롭게도 시기가 겹친다. 윤석열 대통령이 최근 “국가 보조금을 사적 이익을 위해 쓴다면 묵과할 수 없다”고 했고, 정부는 이에 발 맞춰 보조금 사용 내역 조사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행안부는 전수조사 논란과 관련 “과거 정부에서 기안된 것이어서 현 정부의 시민단체 보조금 감사와는 다르다”고 했지만, 이를 곧이 곧대로 믿을 사람이 많지는 않을 것이다. 정부가 한편으론 보조금 감사, 다른 한편으론 등록 요건 검증을 카드로 시민단체를 압박하고 길들이려는 게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상당수 단체가 진보나 보수 어느 한쪽으로 분류될 수 있는 성향이어서 이런 방식의 조사가 향후 정부 색깔에 따라 매번 반복될 우려도 있다.

보조금을 타내려 활동을 과장하거나 회원수를 부풀리거나 범시민을 참칭하는 시민단체가 존재하는 건 사실이고, 또 이런 단체를 시민이 회의적인 시선으로 바라보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정부 지원 없이 회비와 기부금만으로 투명하게 운영하면서 본연의 역할에 충실한 단체도 많다. 시민사회의 다양한 목소리를 대변하면서 전문적이고 날카로운 감시를 통해 행정의 시행착오를 막는 역할을 한다. 어디건 국민 세금이 투입된다면 쓰임새에 대한 철저한 감독은 당연하다. 그러나 시민단체는 기본적으로 자율이 생명이다. 지원하면서 사후검증은 않는다거나 지원 없이 간섭만 하는 것 둘 다 국민을 납득시킬 수 없다. 당국이 금도를 지켜야 정책도 설득력을 갖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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