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시각] 김해시가 행복해지는 법
인구 53만 명의 경남 김해시는 2000년 역사를 가진 고대 가야의 맥을 잇는 도시이다. 가야시대 주거지였던 회현동 일대는 지금도 땅을 파면 값진 유물이 쏟아진다. 지금의 첨단 하이테크 기술인 ‘철기문명’을 일으켜 일본과 중국까지 상권을 넓히며 호령했다. 시민도 ‘가야의 고도’에 산다는 자긍심을 갖고 있다. 김해는 ‘자고나면 신도시가 들어선다’고 할 정도로 급팽창하는 곳이기도 하다.
문제는 변화의 속도가 지나쳐 부작용이 심화된다는 사실이다. 외형은 대도시의 면모를 갖췄지만 도시화에 따른 그림자도 짙다. 회현동 동상동 부원동 등 1970년 대 중심지였던 구도심이 쇠락해가고 있다. 인구가 썰물처럼 빠져나가고 학교도 존폐위기를 맞았다. 최근 만난 경남 김해교육지원청의 한 장학관의 말을 새삼 곱씹게 된다. 그는 “자전거를 타고 회현·동상동 등 이른바 원도심 지역을 지나갈 일이 많다”며 “좁은 길에 다닥다닥 붙어있는 노후된 집들과 열악한 도로상황과 부족한 기반시설, 상대적으로 젊은층을 찾아보기 어려운 환경 등은 참담함 그 자체였다”고 털어놨다.
‘행복’의 척도는 다양하겠지만 아무래도 경제적인 여건을 무시할 순 없다. 소득수준이 높아지면 도시의 범죄율도 낮아지는 현상을 많은 지표들이 증명한다. 김해에는 현재 7500여 곳의 중소기업이 있다. 하지만 77%가 고용 10인 이하로 나타나 상대적으로 많은 근로자들이 저임금 상태에 놓여있음을 알 수 있다.
김해시 자살자 지표는 참담함 그 자체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최근 5년 간 김해에서 732명이 생을 마쳤다. 2, 3일에 1명 꼴로 발생하고 있으며, 인구 10만 명 당 기준으로는 지난해 기준 24.6명으로 창원시 20.2명 보다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행복지수가 높아질 것 같지 않다는 비관론이 고개를 드는 이유다. 이우배 인제대 교수는 최근 한 세미나에서 김해의 제조업 종사자수는 2018년 8만6000명을 정점으로 감소하고 있으며 앞으로 인구정체가 예상된다고 지적했다.
홍태용 시장은 취임초기부터 김해의 지리적인 강점을 활용한 ‘동북아물류플랫폼 조성’을 화두로 꺼냈다. 김해평야지역으로 그린벨트를 풀어 산업시설, 첨단 IT시설, 국제물류단지 등을 유치해 시의 새 먹거리로 삼는다는 전략이다. 김해공항과 부산신항만이 인접해 성공만 하면 ‘장밋빛’이 아닐 수 없다.
문제는 창원시도 제2신항이 들어오는 진해권을 중심으로 비슷한 계획을 구상중이라는 소식이다. 홍태용 호로서는 다급해질 수 밖에 없다. 시는 2019년에도 부산시와 같은 장소(29㎢·880만여 평)에서 18조 원을 들여 국제자유물류도시 조성을 하기로 협약까지 한 바 있다. 하지만 경남도가 추진한 부울경메가시티 프로젝트에 밀려 사실상 좌초된 아픈 기억이 있다. 김해시는 4년을 허송세월하다 다시 사업을 추진하는 셈이다.
김해는 10여 년전부터 경남도의 도움을 받지 않고 자체 투자로 부산시와 추진 중인 초정~(부산 북구)화명간 도로 등 굵직굵직한 사업을 많이 진행하고 있다. 시가 스스로라도 나서지 않았다면 첫 삽조차 뜨지 못했을 사업들이다. 동북아물류플랫폼 사업도 스스로의 운명을 개척한다는 각오로 부지를 공유하고 있는 부산시와 직접 사업을 추진해야 한다는 말도 이런 이유에서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물론 경남도의 지원이 있다면 ‘천군만마’나 다름없다. 또 다른 먹거리산업인 의생명산업을 국책사업으로 전환시키는 일도 핵심이다. 강원 원주, 대구, 경기 오성처럼 정부지원으로 1조 원 이상 투자되는 곳으로 만들어야 한다. 때마침 의생명산업진흥원 새 수장으로 박성호 전 경남도 행정부지사가 취임했기에 김해시민이 거는 기대도 크다.
홍 시장은 ‘꿈이 이루어지는 따뜻한 행복도시 김해’를 슬로건으로 삼고 있다. 지역에 먹거리산업이 활성화되고, 돈이 돌아야 MZ세대가 정착하는 강소도시로 우뚝 설 수 있다.
주사위는 던져졌다. 우물쭈물할 시간이 없다.
박동필 메가시티사회부 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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