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읽기] 2023 토끼 점프를 기원하며

이승철 한국자금중개 사장 2023. 1. 5. 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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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철 한국자금중개 사장

2022년이 저물고 2023 계묘년(癸卯年)의 새해가 밝았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새해는 그리 밝지 않은 음울한 분위기이다. 그도 그럴 것이 대부분의 경제전문가는 올해의 경기침체가 녹록하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한다. R(Recession) 공포, S(Stagflation) 공포, 2008년 금융위기를 뛰어넘는 경제위기, 심지어 IMF 외환위기를 다시금 소환하기도 한다.

사실 우리가 체감하는 경제지표도 그 어느 때보다도 심각한 수준이다. 올해 경제성장률은 잠재성장률을 밑도는 1%대를 예상한다. 가계부채 규모는 2022년 상반기 말 기준으로 GDP의 105.6% 수준인 2245조 원에 이르는데 OECD 국가 중 최고 수준이다. 더욱이 최근 가파른 상승세를 보인 대출 금리에 이자폭탄을 맞아 많은 가계는 현저히 떨어진 가처분소득을 실감하고 있다.

고점을 지났다고는 하지만 5% 수준의 높은 물가상승률은 여전히 가계의 위협요인이다. 특히 예고된 전기요금, 가스요금, 각종 공공요금의 인상은 빠듯한 가계에 주름살을 지게 할 것이다. 그리고 부동산 시장의 경착륙으로 인한 PF의 부실화, 중소건설사들의 부도, 관련 금융기관의 연쇄적인 부실 등은 금융시장을 뒤흔드는 유동성 위기의 뇌관이 될 수 있다. 한편 글로벌 산업구조 재편으로 우리의 주력산업인 반도체 자동차 산업은 또 다른 위기에 봉착해 있다. 이러한 복합위기는 우리나라가 그동안 경험하지 못했던 새로운 유형의 위기 상황이다.

그러나 이러한 암울한 전망에 갇혀 있을 수만은 없으며, 우리가 가진 위기 극복의 DNA를 십분 발휘해 어려움을 도약으로 바꾸는 노력을 경주해야 한다. 6·25의 절망 속에서 한강의 기적을 일구고, IMF 외환위기를 3년 만에 조기 졸업하고, 금융위기를 슬기롭게 극복하고 세계 10대 경제대국으로 우뚝 선 저력을 가진 대한민국이기에 이러한 위기는 또 다른 기회가 될 수 있다고 필자는 확신한다.

다만 이러한 저력을 다시금 발휘하기 위해서는 제갈량의 세 개의 비단 주머니와 같은 지혜가 필요하다. 위기극복의 첫 번째 단추는 뭐니 뭐니 해도 국민통합이며, 이러한 국민통합을 이끌어내는 것은 여야 협치를 통한 정치통합 사회통합이다. 여야 간 흠집내기에 몰두하는 현재의 정치행태로는 위기를 이겨낼 수 없다. 정치 지도자들이 위기 속에서 함께 뭉치는 감동적인 정치가 구현돼야 한다. 그간 세대별로, 남녀로, 지역으로, 빈부격차로 갈라쳐진 국민을 하나로 묶는 시대정신이 필요하다. 사회 전체가 혼연일체가 되며, 특히 상류층이 솔선수범해 노블레스 오블리주의 정신을 발휘해야 한다. IMF 외환위기 속에서 금 모으기 운동을 한 것처럼 전 세계를 감동시켰던 우리의 국민운동을 다시금 구현해야 한다.

둘째, 두터운 사회안전망을 마련하는 것이다. 정책당국은 당연히 다양한 경제위기 상황에 따른 대응전략(contingency plan)을 수립하겠지만,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부문별 사회안전망에 대한 꼼꼼한 점검이다. 취약계층은 위기 상황에 바로 노출되기 때문에 사회적인 배려가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할 것이다. 이는 앞서의 국민통합을 위해서도 반드시 고민해야 할 최우선 정책과제이다.

셋째, 미래에 대한 준비다. 위기를 기회로 바꾸기 위해서는 단순히 현재의 과제에 매몰돼서는 안 된다. 위기는 개혁을 하기에 가장 적절한 시기다. 사실 경제체질의 변화가 가장 활발히 이루어졌던 때가 IMF 외환위기 직후였다. 인기가 없고, 표가 안 된다는 이유로 등한시돼왔던 노동개혁 교육개혁 연금개혁, 그리고 산업구조 개혁 등은 백년대계의 대한민국을 위해 더 이상 미루어둘 수 없다. 사회적 합의를 통해 빠르고 신속하게 이루어야 한다.


올해 2023년은 행운을 상징한다는 검은 토끼해이다. 영리한 토끼는 여우를 피하기 위해 세 개의 굴을 파둔다고 한다(狡兎三窟). 대한민국 국민은 위기 극복의 DNA를 가지고 있다. 과거에도 그러했듯이 슬기로운 대한민국의 국민, 세계에서 가장 부지런한 대한민국의 국민이 있기에 꺾이지 않는 마음을 가지고 이번 위기도 다시금 극복하고 세계 속에 부상하는 동북아의 거대 경제대국 대한민국으로 ‘토끼 점프’하기 위한 한 해가 되기를 기원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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