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 돌아보기] 2023년 교육계, 살펴봐야 할 일
새해 첫 주이다. 2023년 교육계에서 살펴야 할 일들을 독자들과 나누었으면 한다.
첫 번째 살필 일은 초등학생 수 감소의 시작이다. 2023년은 학생 수 절벽의 첫해로 기록될 것이다. 2022년에 비해 약 10만명의 학생이 줄어든다. 이후 10년 동안 연평균 13만명의 학생이 줄어들 것이다. 교육부가 작년 기준으로 학생을 배치한다면 약 5000개 학급, 6000명 교사의 일자리가 줄어든다. 평균 퇴직자 수와 초등교사 감축을 고려하면 과원 교사가 발생하지는 않겠지만 신규 교사의 발령은 어려워 보인다.
2022년 12월 교육부는 교총, 전교조, 교사노조 대표들과 처음으로 새로운 교원 수급 모델에 관한 협의를 했다. 반가운 일이다. 이 회의에서 교육부는 회의 자료를 통해 학습지원 담당 교원을 1개교당 1명 배치하고 다문화학생 교육을 위한 전담 교원 배치 등 새로운 교사 수요 증원계획을 제시했다. 작년에 미루었던 교원 수급 모델 및 중기(2024~2027년) 교원 수급계획을 올해 3월까지 수립하겠다고도 밝혔다. 아쉬운 점은 교육부가 회의 자료를 통해 2033년 초등학생 수가 2022년 대비 46%가 줄어든 145만명으로 최저점이 될 것을 알면서도 2027년까지의 계획을 세운다는 것이다. 4년짜리 계획은 임시방편에 불과하다. 초등학생 수가 최저점으로 떨어지는 2033년까지의 계획이 절실하다.
두 번째 지켜봐야 할 영역은 국가교육위원회이다. 2022년 9월27일 국가교육위원회가 출범했다. 국가교육위원회의 설치 이유는 정권의 변화와 상관없이 장기적인 교육정책을 일관되게 추진하는 것이다. 하지만 위원회 구성 방식은 집권당이 유리하게 만들어져 있다. 대통령이 5명을 추천하기 때문이다. 국회는 여소야대이고 진보성향의 교육감이 다수인 상황임에도 위원 21명 중 13명이 보수성향의 인물이다. 다음 총선 결과가 어떻게 되든 현 대통령이 3년 뒤 위원을 재추천하기 때문에 2027년까지 보수적인 위원회가 될 것이다.
1기 국가교육위원회 위원 중, 교수 출신이거나 현직 교수가 9명, 전·현직 교육감이 4명이다. 교육의 3주체라고 하는 학생, 학부모, 교사는 각각 10%를 차지하고 있다. 국회는 학생, 학부모, 교사를 대표하는 위원들을 추천했지만, 대통령이 추천한 위원들은 모두 전·현직 교수이다. 학생 대표가 대학생임을 고려하면 위원회의 구성원 중 53%가 대학의 이해를 대표하고 있다. 위원 선정으로만 보면 올바른 초·중·고 교육정책 수립이 어려워 보인다.
세 번째는 기초학력 진단을 위한 일제고사의 부활이다. 서울시의회에는 지난해 12월 학교장이 기초학력 진단검사의 시행 일자, 시행 과목, 응시자 수 등의 현황을 학교운영위원회에 매년 보고하고, 그 결과를 학교 홈페이지에 공개하는 내용의 조례 제정안이 발의돼 있다. 기초학력 보장을 위해 학습 지원 대상 학생을 진단하여 발굴하는 것은 학교의 책무성을 위해 꼭 필요한 일이다. 따라서 공개되어야 할 정보는 학습 지원 대상 학생에 대한 어떤 실효적인 지원이 있었는지와 그 결과에 대한 정보이다. 몇 명이 진단검사를 보고 그 결과 지원 대상 학생이 몇 명인지 공개하여 학교 간의 서열을 조장하는 것은 학습지원을 망치는 일이다.
특수교육 학생 수가 외국에 비해 현격히 적은 우리나라에서 대부분의 학습 지원 대상 학생은 학습장애나 경계선 지능장애의 어려움을 가지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 학생의 노력이 부족하거나 교사의 능력 부족보다는 전문적 학습지원 시스템이 부족한 상황이다. 관련 데이터가 제대로 축적되지 못하고 학교 안에 전문가를 양성하는 정책 없이 학교 간 숫자 비교에만 열을 올리면 또다시 정책은 실패할 것이다.
수십년간 같은 진단 도구를 사용하고 있지만 올바른 진단과 보정이 이루어지고 있는지에 관한 질문은 없다. 10년 넘게 같은 열쇠로 문이 열리지 않는다면 이제는 열쇠를 바꾸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새해에 교육계에 희망적인 이야기는 없어 보인다. 교육은 신분 상승의 욕망이 경쟁하는 곳이라 교육정책의 해법은 쉽지 않다. 누가 해도 답이 나오지 않는 영역임이 분명하다. 그래도 조금이라도 나은 방향으로 한 걸음씩 나아가는 한 해가 되길 소망한다.
홍인기 교육정책 비평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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