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中, 최소 10년은 적대시할 것… 반도체 치열한 대립 계속”
베이징=김기용 특파원 2023. 1. 5. 03:01
[2023 새해특집/글로벌 석학 인터뷰]〈4〉中 왕이웨이 런민대 교수
―앞으로 미중 관계가 더 악화될 것이라고 보는 이유는….
“미국의 중국을 바라보는 시각이 본질적으로 달라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미국은 중국 억제 전략을 철회하지 않고 있지만 중국은 지금 이 순간에도 끊임없이 성장하고 있다. 미중이 충돌할 수밖에 없다. 여기에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최근 중간선거에서 최악의 상황을 모면하며 중국을 더 압박할 수 있는 자신감을 얻었다. 시 주석은 3연임을 확정하면서 차기 지도부를 안정적으로 꾸렸고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을 위해 더 강한 드라이브를 걸 것이다. 미중 관계는 아직도 최악의 상황이 아니다. 점점 더 그런 방향으로 가게 될 것이다.”
―특별히 ‘최소 10년’을 언급한 이유가 있는가.
“많은 전문가들이 앞으로 12년 후인 2035년이 되면 경제 규모 면에서 중국이 미국을 추월할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다. 시 주석도 2035년까지 기본적인 ‘중국의 현대화’를 완성하겠다고 공식적으로 밝혔다. 미국은 중국을 막기 위해, 중국은 미국을 극복하기 위해 안간힘을 쓸 것이다. 2035년 전후로 이런 상황이 판가름 나야 미중 관계가 회복될 수 있다.”
―미중이 가장 치열하게 대립하는 지점은….
“기술 분야다. 대표적으로 반도체다. 중국은 다른 나라들과 연대하면서 미국의 기술 독점에 맞대응할 것이다. 최근 사우디아라비아를 포함한 중동 국가, 프랑스 독일 등 유럽 국가들과 교류를 강화하고 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략에 대해서도 미중이 크게 대립하고 있지 않나.
“대립보다는 전쟁을 중단할 명분을 찾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당초 러시아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의 동진을 막고, 돈바스 등 분쟁 지역의 ‘탈나치화’를 이유로 전쟁을 시작했지만 성과가 없다. 우크라이나는 빼앗긴 영토를 되찾을 때까지 전쟁을 계속할 태세다. 현재 러시아는 우크라이나를 이길 수도 없고, 그렇다고 포기할 수도 없는 상황이다. 미중은 세계 경제 회복을 위해서라도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협력해야 한다.”
―경직된 미중 관계를 완화시킬 수 있는 방법이 있다면….
“열쇠는 미국이 쥐고 있다. 미국이 먼저 중국에 대한 적대적 전략을 버려야 한다. 중국은 ‘중국이 미국의 패권에 도전할 의사가 없다’는 점을 미국이 신뢰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전략적 인내심도 가져야 한다.”
―미중 관계가 좋지 않으면 한중 관계도 영향을 받을 텐데….
“미국에 가까운 윤 대통령 취임 이후 한중 관계가 어려워질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알고 보니 윤 대통령이 상당한 실속파다. 인플레이션감축법(IRA) 등 미국의 보호주의는 한국에도 부담이다. 한국이 마지막까지 실리를 챙기려면 중국을 포기할 수 없다. 윤 대통령이 이런 점을 잘 알고 한미중 관계에서 균형점을 찾을 수 있을 것으로 본다.”
―시 주석 방한이 계속 미뤄지고 있다.
“올해 시 주석 방한이 계획되고 있는 것으로 안다. 한국과 일본을 동시에 방문할 것으로 예상된다. 구체적 시기는 알 수 없지만 중국 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상황이 개선될 것으로 보이는 2분기(4∼6월) 이후가 될 것이다.”
―한국에서 중국에 대한 부정적 시각이 어느 때보다 크다. 중국에서도 ‘혐한’ 인식이 많은데….
“코로나19가 확산하면서 양국의 문화 교류가 크게 감소했다. 두 나라 정상 간 만남도 이뤄지지 못하는 사이 상호 간 부정적 인식이 확산했다. 올해부터 다시 교류가 확대되면 조금씩 개선될 것으로 보인다. 이미 한국 영화나 드라마, 게임 등 많은 콘텐츠들이 중국에서 유통되기 시작했다. 또 많은 중국인들이 한국 여행을 계획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중국이 마침내 ‘제로 코로나’ 정책을 폐지했다.
“중국의 경제 상황과 코로나19 중증 전환율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결정이다. ‘제로 코로나’ 정책을 고수할 수 없다는 것은 누구나 다 알고 있었다. 결국 폐지는 시기의 문제였다. 확진자 급증으로 당장의 혼란은 피할 수 없겠지만 2분기부터는 경제가 빠른 속도로 회복할 것으로 기대한다. 2023년 경제성장률은 최소 6% 이상이 될 것이다.”(국제통화기금(IMF)은 지난해 10월 전망치에서 중국의 2023년 경제성장률을 4.4%로 예측했다.)
―많은 나라들이 중국발 입국자 검역을 강화하면서 불안해하고 있다.
“얼마 전까지 중국이 국경을 개방하지 않는다고 지적하더니, 이제는 개방했다고 두려워한다. 코로나19 확진자 증가는 ‘제로 코로나’ 정책 폐지에 따른 일시적 현상이다. 1분기(1∼3월) 내 코로나19 상황이 안정되면 차별적 검역도 곧 사라질 것으로 본다.”
―‘제로 코로나’ 여파로 전국적 시위가 벌어졌고 “시진핑 퇴진” 구호까지 등장했는데….
“중국은 인구 14억 명에 55개 소수민족이 있는 거대한 국가다. 불만이 없을 수 없다.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중국공산당의 최고지도자 선출은 모든 과정이 당장(당헌)과 당규율에 따라 이뤄진다. 최고지도자가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을 이뤄낼 수 있다면 3연임이 아니라 4연임, 5연임도 할 수 있다.”
―시 주석이 3연임을 확정하면서 제시한 ‘중국식 현대화’는 무엇인가.
“중국 건국 100주년(2049년)까지 세계 1위 국가가 되겠다는 목표로 가는 과정의 중간 목표라고 보면 된다. 중국이 현대화를 이뤄낸다면 전 세계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을 것이다.”
―중국이 당면한 가장 어렵고 중요한 문제를 꼽는다면….
“대만 문제다. 중국이 현대화를 이뤄내는 과정에서 반드시 해결해야 할 문제다. 이는 현실적으로 미중 문제의 성격이 짙다. 결국 미중 관계 개선의 흐름에 맞춰 장기적으로 봐야 한다.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의 대만 방문 같은 도발에 중국이 흥분해서는 안 된다. 인내심을 갖고 대만 사람들의 통일에 대한 공감을 이끌어 내야 한다.”
《“미국과 중국은 앞으로 최소 10년 동안 서로에 대한 적대적 인식을 유지하면서 양국 관계를 낙관적으로 끌고 가지 않을 것이다.” 중국의 대표적인 외교 전략 전문가로 꼽히는 왕이웨이(王義桅·52) 런민대 국제관계학원 교수는 지난해 12월 28일 동아일보와 화상으로 진행한 신년 인터뷰에서 향후 미중 관계를 부정적으로 내다봤다. 지난해 11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처음으로 대면 정상회담을 진행한 이후 “경직된 미중 관계가 완화될 것”이라는 일부 전문가의 관측을 정면으로 반박한 것이다. 왕 교수가 상대적으로 젊고 개방적인 성향인 데다 약 3년 동안 유럽연합(EU) 주재 중국 외교관을 지내면서 현장 경험을 가진 학자라는 점에서 이 같은 분석은 눈길을 끈다. 왕 교수는 한중 관계에 대해서는 낙관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상당한 실속파’라 “한국이 실리를 챙기려면 중국을 포기할 수 없을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그는 “한국이 미중의 격한 대립을 막는 완충 역할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11월 “시진핑 퇴진” 구호까지 등장하며 중국을 뒤흔든 이른바 ‘백지 시위’에 대해선 “거대한 중국에서 정부에 대한 불만이 없는 것이 더 이상한 일”이라며 말을 아꼈다. 다음은 일문일답.》
―앞으로 미중 관계가 더 악화될 것이라고 보는 이유는….
“미국의 중국을 바라보는 시각이 본질적으로 달라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미국은 중국 억제 전략을 철회하지 않고 있지만 중국은 지금 이 순간에도 끊임없이 성장하고 있다. 미중이 충돌할 수밖에 없다. 여기에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최근 중간선거에서 최악의 상황을 모면하며 중국을 더 압박할 수 있는 자신감을 얻었다. 시 주석은 3연임을 확정하면서 차기 지도부를 안정적으로 꾸렸고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을 위해 더 강한 드라이브를 걸 것이다. 미중 관계는 아직도 최악의 상황이 아니다. 점점 더 그런 방향으로 가게 될 것이다.”
―특별히 ‘최소 10년’을 언급한 이유가 있는가.
“많은 전문가들이 앞으로 12년 후인 2035년이 되면 경제 규모 면에서 중국이 미국을 추월할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다. 시 주석도 2035년까지 기본적인 ‘중국의 현대화’를 완성하겠다고 공식적으로 밝혔다. 미국은 중국을 막기 위해, 중국은 미국을 극복하기 위해 안간힘을 쓸 것이다. 2035년 전후로 이런 상황이 판가름 나야 미중 관계가 회복될 수 있다.”
―미중이 가장 치열하게 대립하는 지점은….
“기술 분야다. 대표적으로 반도체다. 중국은 다른 나라들과 연대하면서 미국의 기술 독점에 맞대응할 것이다. 최근 사우디아라비아를 포함한 중동 국가, 프랑스 독일 등 유럽 국가들과 교류를 강화하고 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략에 대해서도 미중이 크게 대립하고 있지 않나.
“대립보다는 전쟁을 중단할 명분을 찾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당초 러시아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의 동진을 막고, 돈바스 등 분쟁 지역의 ‘탈나치화’를 이유로 전쟁을 시작했지만 성과가 없다. 우크라이나는 빼앗긴 영토를 되찾을 때까지 전쟁을 계속할 태세다. 현재 러시아는 우크라이나를 이길 수도 없고, 그렇다고 포기할 수도 없는 상황이다. 미중은 세계 경제 회복을 위해서라도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협력해야 한다.”
―경직된 미중 관계를 완화시킬 수 있는 방법이 있다면….
“열쇠는 미국이 쥐고 있다. 미국이 먼저 중국에 대한 적대적 전략을 버려야 한다. 중국은 ‘중국이 미국의 패권에 도전할 의사가 없다’는 점을 미국이 신뢰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전략적 인내심도 가져야 한다.”
―미중 관계가 좋지 않으면 한중 관계도 영향을 받을 텐데….
“미국에 가까운 윤 대통령 취임 이후 한중 관계가 어려워질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알고 보니 윤 대통령이 상당한 실속파다. 인플레이션감축법(IRA) 등 미국의 보호주의는 한국에도 부담이다. 한국이 마지막까지 실리를 챙기려면 중국을 포기할 수 없다. 윤 대통령이 이런 점을 잘 알고 한미중 관계에서 균형점을 찾을 수 있을 것으로 본다.”
―시 주석 방한이 계속 미뤄지고 있다.
“올해 시 주석 방한이 계획되고 있는 것으로 안다. 한국과 일본을 동시에 방문할 것으로 예상된다. 구체적 시기는 알 수 없지만 중국 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상황이 개선될 것으로 보이는 2분기(4∼6월) 이후가 될 것이다.”
―한국에서 중국에 대한 부정적 시각이 어느 때보다 크다. 중국에서도 ‘혐한’ 인식이 많은데….
“코로나19가 확산하면서 양국의 문화 교류가 크게 감소했다. 두 나라 정상 간 만남도 이뤄지지 못하는 사이 상호 간 부정적 인식이 확산했다. 올해부터 다시 교류가 확대되면 조금씩 개선될 것으로 보인다. 이미 한국 영화나 드라마, 게임 등 많은 콘텐츠들이 중국에서 유통되기 시작했다. 또 많은 중국인들이 한국 여행을 계획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중국이 마침내 ‘제로 코로나’ 정책을 폐지했다.
“중국의 경제 상황과 코로나19 중증 전환율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결정이다. ‘제로 코로나’ 정책을 고수할 수 없다는 것은 누구나 다 알고 있었다. 결국 폐지는 시기의 문제였다. 확진자 급증으로 당장의 혼란은 피할 수 없겠지만 2분기부터는 경제가 빠른 속도로 회복할 것으로 기대한다. 2023년 경제성장률은 최소 6% 이상이 될 것이다.”(국제통화기금(IMF)은 지난해 10월 전망치에서 중국의 2023년 경제성장률을 4.4%로 예측했다.)
―많은 나라들이 중국발 입국자 검역을 강화하면서 불안해하고 있다.
“얼마 전까지 중국이 국경을 개방하지 않는다고 지적하더니, 이제는 개방했다고 두려워한다. 코로나19 확진자 증가는 ‘제로 코로나’ 정책 폐지에 따른 일시적 현상이다. 1분기(1∼3월) 내 코로나19 상황이 안정되면 차별적 검역도 곧 사라질 것으로 본다.”
―‘제로 코로나’ 여파로 전국적 시위가 벌어졌고 “시진핑 퇴진” 구호까지 등장했는데….
“중국은 인구 14억 명에 55개 소수민족이 있는 거대한 국가다. 불만이 없을 수 없다.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중국공산당의 최고지도자 선출은 모든 과정이 당장(당헌)과 당규율에 따라 이뤄진다. 최고지도자가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을 이뤄낼 수 있다면 3연임이 아니라 4연임, 5연임도 할 수 있다.”
―시 주석이 3연임을 확정하면서 제시한 ‘중국식 현대화’는 무엇인가.
“중국 건국 100주년(2049년)까지 세계 1위 국가가 되겠다는 목표로 가는 과정의 중간 목표라고 보면 된다. 중국이 현대화를 이뤄낸다면 전 세계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을 것이다.”
―중국이 당면한 가장 어렵고 중요한 문제를 꼽는다면….
“대만 문제다. 중국이 현대화를 이뤄내는 과정에서 반드시 해결해야 할 문제다. 이는 현실적으로 미중 문제의 성격이 짙다. 결국 미중 관계 개선의 흐름에 맞춰 장기적으로 봐야 한다.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의 대만 방문 같은 도발에 중국이 흥분해서는 안 된다. 인내심을 갖고 대만 사람들의 통일에 대한 공감을 이끌어 내야 한다.”
베이징=김기용 특파원 kk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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