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7회 LG배 조선일보 기왕전] 高壓 전술
이홍렬 바둑전문기자 2023. 1. 5. 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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白 딩하오 九단 / 黑 김명훈 九단 흑>
<제1보>(1~13)=지금 돌이켜 보면 이 판은 김명훈 개인으로 보나, 우리 바둑계 전체로 보나 분수령이라고 할 만큼 중요한 일국이었다. 그는 16강전에서 1997년생 동갑 라이벌인 변상일을 제쳤다. 그리고 생애 두 번째 메이저 4강에 도전한 게 이 바둑이다. 김명훈이 만약 이 판을 이겼더라면 중국 기사끼리 결승전을 펼치는 상황까지는 가지 않았을 공산이 크다.
흑을 쥔 김명훈이 1, 3의 대각선 소목을 들고 나왔다. 인공지능이 초반 포석의 ‘교과서’로 자리 잡은 후엔 보기 힘들던 선택이다. 그리고 귀굳힘 대신 5의 걸침부터 서둘렀다. 백이 6에 걸쳐오자 그제서야 7로 나머지 한 귀를 굳힌다. 8부터 11까지는 최신 유행 정석. 요즘엔 ‘가’로 한 칸 높게 뛰는 수보다 11의 처진 일(日) 자 선택 비율이 압도적으로 높다.
12는 중원을 제압하겠다는 고압 전술. 흑이 ‘가’로 나가 끊으면 어떻게 될까. 참고도가 흔히 쓰이는 정석 중 하나다. 6까지 서로 행마법에 따른 진행으로, 10 이후 치열한 중원 전투가 예상된다. 김명훈의 실전 선택은 13. 형태의 급소이자 응수 타진의 한 수다. 백의 대응에 따라 노선을 결정하겠다는 것. 상대의 공부량을 점검하는 뜻도 있다. 백은 어떻게 받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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