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의점 몇 번 갔더니, 통장 탈탈 털렸다”

이태동 기자 2023. 1. 5.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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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서대문구에서 자취하며 취업을 준비 중인 대학생 김모(26)씨는 당분간 고향 대구로 돌아가는 것을 고려하고 있다. 한 달 용돈 50만원으로는 생활이 안 돼 등록금으로 써야 할 장학금 일부에 과외비까지 보태고 있지만, 걷잡을 수 없이 오르는 물가를 감당하기 어려워서다. 김씨는 “편의점 몇 번 갔다오면 눈에 띄게 줄어드는 통장 잔액을 볼 때마다 부모님 신세를 지는 게 낫겠다는 생각을 한다”고 했다.

새해 벽두부터 물가 인상 파도가 거세게 몰아치고 있다. 콜라, 세제, 치약, 옷, 신발, 화장품까지 사방에서 ‘가격이 올랐다’는 소식이 쏟아진다. 작년 8월 라면·빵, 연말엔 부식류를 휩쓸고 지나간 가격 인상 러시가 2023년 들어 생활용품 전반과 가공식품, 패션·사치품까지 확산되면서 ‘3차 물가 인상’ 쓰나미가 덮치고 있는 것이다.

자료=각 사

◇ 치약부터 화장품까지… 새해 벽두부터 ‘3차 물가인상’ 쓰나미

새해 가격 인상의 첫 진앙지는 편의점이다. LG생활건강은 지난 1일부터 편의점용 주요 생필품 8종 가격을 올렸다. 가루세제 테크(750g)는 5500원에서 6500원으로 18% 인상했고, 주방세제 자연퐁(490ml)은 4000원에서 4600원으로 15% 올렸다. 샴푸, 치약 값도 10~16% 인상했다. LG생활건강은 “원부자재, 물류비, 인건비가 상승해 어쩔 수 없었다”고 했다. 1900원 하던 편의점 코카콜라 1캔(350ml)은 해가 바뀌면서 2000원이 됐다. 롯데칠성음료의 펩시콜라(355ml)도 1700원에서 1900원으로 올라 2000원을 목전에 두고 있다. 캔커피 레쓰비 마일드(200ml) 한 캔은 1000원에서 1200원으로 20%가 뛰었다.

가공식품 가격도 새해부터 줄줄이 오르고 있다. 특히 작년 말 원유(原乳)값 상승에 따른 ‘밀크플레이션’ 여파로 아이스크림과 커피 가격이 덩달아 올랐다. 빙그레는 아이스크림 투게더를 8000원에서 9000원으로 12.5% 올린 것을 포함해 새해 아이스크림 4종 가격을 10% 이상 인상했다. 커피빈은 3일부터 우유가 포함된 음료 31종의 가격을 일괄적으로 200원씩 올렸다. 바닐라라테 작은 사이즈 가격이 6100원에서 6300원이 됐다. 우유를 많이 쓰는 제과점도 예외가 아니다. 대전의 유명 빵집 성심당은 지난 1일 간판 메뉴인 튀김소보로 가격을 1600원에서 1700원으로 올리는 등 일부 품목 인상을 단행했다. 무료 배송 최소 금액 기준도 3만원에서 4만원으로 올렸다. 성심당은 “10년 만에 부득이하게 가격을 인상하게 됐다”고 했다.

해가 바뀌면서 메뉴판 가격 표시를 고치는 식당들도 잇따르고 있다. 서울 강서구 한 수제 돈까스 집은 1일부터 돈까스 가격을 1만500원으로 올렸다. 작년 8월 9000원에서 9500원으로 한 차례 값을 올렸지만 새해 들어 다시 1000원을 더 올린 것이다. 업주는 ‘육류를 포함한 원재료와 인건비 상승에 따른 것’이라는 안내문을 붙였다. 서울 중랑구 한 고깃집도 갈비 3인분 가격을 2만5000원에서 2만7000원으로, 계란찜은 2000원에서 3000원으로 올렸다.

◇의류·화장품·명품도 뛴다

패션·명품 업체들도 가세했다. 신발 업체 팀버랜드코리아는 새해부터 인기 품목을 최대 10% 인상했고, 폴로 랄프로렌도 커스텀핏 옥스포드 셔츠 레드·옐로 컬러 제품을 17만9000원에서 19만9000원으로 11.2% 올렸다. 샤넬은 지난 2일 코코 마드모아젤(35ml) 향수를 10만9000원에서 12만6000원으로 15.6% 올리는 등 새해 들어 향수·화장품 값을 10% 안팎 인상했다. 명품 시계 롤렉스도 1일 인기 모델 서브마리너 데이트(콤비) 가격을 1881만원에서 2003만원으로 6.5% 올렸다. 호텔 뷔페 가격도 줄줄이 인상됐다. 롯데호텔 서울 뷔페 라세느는 새해부터 성인 저녁 요금을 15만원에서 16만5000원으로 10% 인상했고, JW메리어트호텔 서울 플레이버즈도 평일 저녁·주말 가격을 17만9000원으로 14% 올렸다.

전방위적 물가 오름세는 최소 상반기까지는 이어질 전망이다. 정부는 하반기에야 물가 상승세가 완화되면서 올 한 해 물가 상승률이 3.5% 수준이 될 것으로 예상한다. 지난해보다 1.6%포인트 낮지만, 지난해를 제외하면 2011년 이후 가장 높은 수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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