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 窓]2023년, 과학기술 혁신의 원년으로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 전문위원 이길우

계묘년 새해가 밝았으나 지난해에 이어 우리 앞에 놓인 현실은 그리 녹록지 않다. 미중 기술패권 경쟁과 보호무역주의 확산으로 공급망, 통상, 산업 차원의 기술우위 확보경쟁이 격화하고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북핵위협 등 지정학적 리스크 증가로 신냉전시대 도래와 군비확장 경쟁에 대한 우려도 깊어진다. 코로나19가 촉발한 디지털경제로의 전환은 인공지능, 빅데이터, 5G·6G 등 ICT 혁신기술에 힘입어 디지털 기반 신산업·서비스 창출뿐만 아니라 기존 산업의 디지털 전환까지 범위를 넓혔다. 민간 중심의 뉴스페이스(New Space), 탄소중립에 따른 ESG 투자, mRNA 백신과 유전자치료, 수소경제, 메타버스 등 첨단기술은 기존 산업구조를 차근차근 바꿔나간다.

이러한 글로벌 도전과제에 대응하기 위해 주요국은 과학기술 정책과 전략을 구체화하고 있다. 미국 조 바이든 정부는 '더 나은 재건'(Build Back Better)이라는 슬로건하에 경제재건과 자국 경쟁력 강화를 목표로 연구·개발과 정부조달에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유럽연합(EU)은 차세대 연구혁신 프로그램인 '호라이즌 유럽'(Horizon Europe·2021~2027년)을 통해 과학기술 경쟁력 강화와 사회문제 해결을 위한 투자를 늘리고 있다. 중국은 '기술자립'과 '내수확대'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는 '쌍순환 전략'을 펼친다. 과학기술 자립을 기반으로 공급망 능력을 강화하기 위해 핵심기술 분야의 국산화를 추진한다. 일본은 사회 재설계, 글로벌 과제 해결, 국민행복 실현을 목표로 한 '제6기 과학기술혁신기본계획'(2021~2025년)을 추진 중이다. 미중 기술패권 구도 속에서 기술 자립성을 강화하고 글로벌 공급망에서 중심역할을 하겠다는 포부를 담았다.

우리 정부도 국내외 어려운 환경을 과학기술 혁신으로 극복하기 위해 노력한다. 지난해 12월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에서 과학기술분야 최상위 계획인 '제5차 과학기술기본계획'(2023~2027년)을 심의·의결했고 이를 구체적으로 뒷받침할 '국가R&D 중장기 투자전략'(2023~2027년)도 발표했다. 이밖에 '12대 국가전략기술' 선정, '임무중심 R&D 혁신체계 구축전략' '제3차 과학기술기반 사회문제해결 종합계획'(2023~2027년) '제6차 지방과학기술진흥 종합계획'(2023~2027년) 등 2022년은 국가과학기술 혁신을 위한 밑그림을 그린 한 해였다. 이제 2023년은 수립된 계획을 실천하고 실행하는 원년으로 삼아야 한다.

실행력을 제고하기 위해서는 구체적인 연차별 전략과 추진과제별 이행점검 지표를 함께 설정해 이행상황을 점검하고 지속적으로 환류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R&D 수행부처간 경쟁 못지않게 협력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무엇보다 현장에서 연구를 수행하는 산학연 연구자들의 도움이 필수다. 과감한 인센티브제도를 도입하고 이를 관리하는 각 부처 연구관리 전문기관이 제 역할을 하도록 독려해야 한다.

한국은행이 전망한 내년 우리나라 성장률은 1.7%에 그친다. 3고(고환율, 고물가, 고금리), 저출산과 고령화, 지역소멸 등 산적한 위기징후를 극복할 대안은 역시 과학기술과 R&D 혁신밖에 없다. 정부는 효과적인 R&D 투자를 통해 기업의 신기술, 신산업 투자를 위한 마중물 역할을 해야 한다. 과학기술 인력양성을 위해 적극적으로 노력하고 지역 혁신거점을 통해 지역이 혁신을 위한 자생력을 갖추도록 도와야 한다.

코로나19와 미중 기술패권 경쟁을 기점으로 과학기술이 국제질서의 한가운데에 자리잡은 지금이 우리에게는 어찌 보면 기회다. 우리의 자랑스러운 양적 성장을 경험 삼아 이제 질적 우수성 제고를 위한 국가 차원의 총력전에 나설 때다. '제5차 과학기술기본계획'의 비전은 '과학기술혁신이 선도하는 담대한 미래'다. 2023년이 담대한 미래로 가기 위한 혁신 원년이 되기를 소망해본다.

이길우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 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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