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총리 "물가 절반으로…성장·나랏빚·의료·난민 해결"(종합)
(런던=연합뉴스) 최윤정 특파원 = 리시 수낵 영국 총리가 신년사에서 물가 상승률을 절반으로 낮추고 의료 서비스를 개선하는 등 5가지 당면 과제를 해결하겠다고 공약했다.
수낵 총리는 4일(현지시간) 물가 상승률을 연 10% 이상에서 5% 수준으로 낮추고 올해 말까지 경제 성장률을 플러스로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또 병원 대기 시간을 줄이고 나랏빚을 감소시키는 한편, 영불해협을 통한 불법 이주를 막겠다고 말했다.
그는 "생활비는 너무 비싸고 국민보건서비스(NHS) 대기는 너무 길고 불법 이주는 너무 많다"고 진단했다.
그는 미래에 관해 국민들이 많이 염려하는 것을 알고 있으며 자신은 빨리 변화를 만들어내려고 밤낮으로 일하고 있다고 말했다.
코로나19와 우크라이나 전쟁 영향이라고 다 양해가 되는 것은 아니며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그는 덧붙였다.
그는 "속임수나 모호함은 없으며, 공약을 지키거나 못하거나 둘 중 하나"라며 "행동을 통해서 정치 신뢰를 재건할 테니 우리의 노력과 성과를 판단해달라"고 말했다.
로이터통신은 이를 두고 야심에 찬 계획이지만 세부 내용은 적다고 평가했다.
제1야당인 노동당은 수낵 총리가 너무 쉬운 목표를 제시했으며 이미 상당 부분은 그 방향으로 진행되고 있다고 꼬집었다.
가디언에 따르면 전문가들도 새로운 내용이 없거나 시점이나 기준 등이 모호하다는 의견을 내놨다.
물가 상승률은 4분기에 연 3.75%로 내려간다는 것이 정부 예산책임처(OBR)의 전망이다.
다만 경제 성장이나 의료 대기 감소 등은 쉬운 일은 아니다.
예산책임처의 올해 성장률 전망은 -1.4%다.
병원 진료 대기는 잉글랜드에서 700만명이 넘는다고 BBC가 전했다. 8명 중 1명꼴이다.
한 80대 여성은 넘어져 골반이 부러졌지만, 구급차가 올 때까지 부엌 바닥에서 31시간을 기다리기도 했다.
수낵 총리가 이끄는 영국 보수당은 지난달 투표 의향 설문조사에서 평균 26%로 노동당(47%)에 크게 뒤지는 등 내년 말로 예상되는 총선에서 성적이 좋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한편, 수낵 총리는 공공 노조 파업에 대응 방식을 유화적으로 바꿀 것임을 시사했다고 블룸버그통신이 전했다.
그는 "간호사 등을 막중하게 여기고 있다. 그것이 우리가 노조와 합리적 대화를 원하는 이유"라며 "며칠 내 정부의 다음 조치에 관해 밝히겠다"고 말했다.
철도 노조 등은 물가 상승을 반영해서 임금을 올리라고 요구하며 파업을 하고 있지만 정부는 기존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수낵 총리는 신년사에서 수학 교육 강화 방침도 꺼내 들었다.
그는 사전에 배포한 자료에서 수학 의무 교육을 16세에서 18세로 연장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우리나라 고등학교 격인 영국의 식스폼(만 17∼18세)에서는 3∼4과목만 선택하기 때문에 수학을 배우지 않는 학생들도 많다. 상당수 학생이 16세까지 교육을 받고 사회로 일찍 진출하기도 한다.
그는 이 또래 학생들의 약 절반은 수학을 전혀 공부하지 않으며, 특히 빈곤 학생들의 60%는 16세에도 기초 수학 능력을 갖추지 못하는 등 문제가 심각하다고 지적했다.
현재 영국 성인 약 800만명은 계산 능력이 초등학생 수준이라고 그는 덧붙였다.
수낵 총리는 18세까지 수학 교육을 하면 아이들이 현재와 미래 직업에 필요한 수리 능력을 갖추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지금은 어디든 데이터가 있고 모든 직업에 통계가 기반이 되는 세상이며 아이들의 직업에는 그 어느 때보다 분석 기술이 더 많이 필요할 것이라고 그는 설명했다.
그는 다만 모든 학생이 대입을 위해 수학 시험을 볼 필요는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수낵 총리는 "이건 개인적인 일이기도 하다. 내 인생의 모든 기회는 내가 운 좋게 받은 교육에서 시작됐다"고 말했다.
영국 정부는 이 정책이 총선 전에 실행되긴 어려울 것이라는 점을 인정했다고 BBC가 전했다.
merciel@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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