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2023년, 과연 절망의 해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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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이켜보면, 숨 가쁘지 않은 해가 있었던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2022년은 그 어느 해보다 근대사에서 경험해보지 못한 일이 한꺼번에 벌어진 한 해였다.
이런 가운데 맞이한 새해 세계 경제에 대한 전망은 그 어느 때보다 비관적이다.
이런 세계 정치·경제 환경 변화를 고려한다면 2023년을 막연히 '절망의 해'로 예상하고 방어적인 경영전략에만 집착하는 것은 큰 전략적 실수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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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심 기술 전략적 투자 늘려야
김영한 성균관대 경제학과 교수
돌이켜보면, 숨 가쁘지 않은 해가 있었던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2022년은 그 어느 해보다 근대사에서 경험해보지 못한 일이 한꺼번에 벌어진 한 해였다. 경험해보지 못한 팬데믹과 우크라이나 전쟁 등 지정학적 불안 요인이 초래한 물리적 공급망 붕괴는 지난 40년간 보지 못한 인플레이션을 몰고왔다. 인플레에 이은 초고속 금리 인상은 세계 경제를 불황 국면으로 몰고 가고 있다.
이런 가운데 맞이한 새해 세계 경제에 대한 전망은 그 어느 때보다 비관적이다. 당장 우크라이나 전쟁은 어떻게 종식될지 예측 불가능한 미지수다. 이에 더해 세계 경제 성장의 견인차 역할을 해온 중국이 코로나 감염자가 급증하는 가운데, 부동산 등 자산시장 붕괴 위기로 세계 경제를 위협하고 있다. 미국 조 바이든 행정부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시작한 무역전쟁을 종식하기는커녕 기술동맹, 경제동맹의 이름으로 미·중 갈등 대립구조를 고착화하고 있다. 이런 상황들은 2023년 세계 경제 환경의 불확실성을 더욱 키우고 있다. 주요국 중앙은행들이 여전히 금리 인상 기조를 유지하겠다고 밝히고 있어, 한국과 같이 가계 부채 및 기업 부채가 많은 국가는 부실 채권 증가에 따른 금융불안 위기까지 커지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올해 세계 경제 성장률을 2.2~2.7%로 낮춰 잡았다. 결국 2023년은 기업들이 방어적인 경영전략을 세워야 하는 ‘절망의 해’인가?
최근의 주요 경제지표와 주요국 상황 변화는 비관 일변도의 예측 및 방어적인 경영전략이 유일한 해답이 아닐 수 있음을 보여준다. 당장 경기침체(recession)의 정의 자체만 보더라도 두 분기 연속 마이너스 성장할 때를 말하지만, 현재까지 세계 주요국 중 두 분기 연속 마이너스 성장을 보인 나라가 없거니와 앞으로도 그 가능성은 더욱 낮은 것으로 보인다.
팬데믹이 초래한 공급망 붕괴는 어느 정도 회복돼 대부분 중간재 및 원자재 공급망이 복원된 것으로 평가된다. 또한 세계를 뒤덮고 있는 경기침체에 대한 우려의 가장 큰 원인은 미국을 필두로 시작된 과도한 금리 인상이었는데, 최근 미국을 중심으로 물가 상승세가 수그러들면서 금리 인상 속도도 조절될 것이라는 기대가 커지고 있다.
이에 더해 세계적으로 극우파가 득세해 무역전쟁과 정치·경제적 혼란이 커질 것으로 예상됐으나, 현실은 오히려 그 반대로 전개되고 있다. 즉 지난해 11월 미국 중간선거에서도, 예상과 달리 공화당이 압승하지 않았을뿐더러 트럼프 지지 세력이 대거 낙선했다. 프랑스 등 유럽과 남미에서도 극우세력이 득세하지 못하는 등 세계적인 정치·경제 구조가 상당한 회복력(resilience)을 보이면서, 이런 추세가 세계 경제 안정화에 기여할 것이라는 기대가 커지고 있다. 급기야 우크라이나 전쟁을 시작한 러시아에 대한 국제적 반대 여론과 압박이 커지면서, 우크라이나 전쟁이 추가적으로 국제 경제의 불확실성을 키울 가능성도 낮은 것으로 평가된다.
이런 세계 정치·경제 환경 변화를 고려한다면 2023년을 막연히 ‘절망의 해’로 예상하고 방어적인 경영전략에만 집착하는 것은 큰 전략적 실수일 수 있다. 현재 수준의 인플레 진정세가 이어진다면 금리 인상 정책에도 당연히 변화가 나타날 것이다. 새로운 세계적인 투자 수요가 커질 수 있는 여지가 있는 만큼 이에 대비한 우리 핵심 산업 및 핵심 기술에 대한 전략적 투자 확대를 적극적으로 검토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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