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29 참사' 1차 청문회, 진상규명은 無 진실공방만 남았다

박숙현 2023. 1. 5. 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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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임 떠넘기기에 '음주' 인정까지
여야 '정무적 책임' 공방 정쟁화

4일 10·29 참사 1차 청문회가 열렸지만 의문을 깔끔하게 해소하지 못했다.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이태원 참사 국정조사 특별위원회 1차 청문회'에서 우상호 위원장이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남윤호 기자

[더팩트ㅣ국회=박숙현 기자] 국회 이태원 참사 국정조사특별위원회가 활동 기한 종료를 사흘 앞둔 4일 우여곡절 끝에 1차 청문회를 열었지만, 명확한 진상 규명 대신 쟁점만 짙어졌다. 정부 인사들은 서로 "최선을 다했다"고 해명하며 책임을 떠넘겼다.

이날 청문회에는 이태원 참사 국정조사 특별위원회 핵심 책임자인 윤희근 경찰청장, 김광호 서울경찰청장, 이임재 전 용산경찰서장, 최성범 용산소방서장 등이 참석했다. 특위 위원들은 여야를 불문하고 경찰 당국 등의 초동 대응 부실에 대한 질타를 쏟아냈다. 그러나 청문회를 진행할수록 핵심 쟁점에 대한 인사들의 증언이 엇갈리면서 의문은 풀리지 못했다. 참사 현장에 대한 증언이 나올 때마다 청문회장에서 자리를 지킨 유가족들은 고개를 떨구고 머리를 움켜쥐는 등 슬픔을 감추지 못했다.

◆전 용산서장 위증 논란..."통화로는 파악 못 해"

국민의힘 특위 위원들은 이 전 서장의 당일 행적을 집중 추궁하면서 '위증' 의혹을 제기했다. 그는 업무상과실치사상, 허위공문서 작성·행사 등의 혐의로 입건된 상태다.

이 전 서장이 참사 상황을 정확히 알게 된 시점은 오후 11시. 그러나 이 전 서장은 이보다 앞선 밤 10시 32분경 송병주 전 용산서 112 상황실장과 통화해 인력을 보내라고 지시한 사실이 알려졌다. 이를 근거로 국민의힘은 이 전 서장이 거짓말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조수진 국민의힘 의원은 "당시 차 안에 있던 오후 10시 32분경의 용산서 112 상황실장과 통화했다. 그러면 11시 이전에 알고 있었다는 얘기가 되지 않나"라면서 "계속해서 지금 상황을 알게 된 시점을 11시라고 증언하는데, 이 자체가 위증"이라고 질타했다.

이 전 서장은 통화 불량으로 현장 상황에 대한 정확한 파악을 하지 못했다고 반박했다. 이 전 서장은 "112 실장과는 그때 당시 인구가 너무 밀집돼서 통화 분량으로 통화가 안 됐었다"면서 "(지시를 내린 후) 수행했던 직원한테 상황실에 한 번 무슨 상황인지 확인을 해보라고 지시를 했는데 특별사항이 없다고 보고를 받았기 때문에 제가 일상적인 핼러윈 축제 현장의 그것으로 이해했다"고 답했다. 이어 "그런 상황을 알았으면 당연히 제가 뛰어가든 무전으로 다른 경력 지원 지시를 하지, 어느 서장이 그냥 차에 앉아서 그렇게 있겠나"고 해명했다.

'기동대 요청'을 두고 서울경찰청장과 전 용산경찰서장이 엇갈린 진술을 하면서 진상 규명은 이뤄지지 못했다. 4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이태원 참사 국정조사 특별위원회 1차 청문회'에 증인 출석해 질의 답변을 하고 있는 김광호 서울경찰청장(가운데). /남윤호 기자

◆서울청장 vs 전 용산서장 '기동대 요청' 진실 공방

이날 청문회에서는 '용산경찰서의 기동대 요청'을 둘러싼 논란도 다시 불거졌다. 그동안 용산경찰서는 핼러윈을 앞두고 서울경찰청에 경찰기동대 파견 투입을 요청했지만 인력 부족을 이유로 거절당했다고 밝혀왔고, 서울경찰청은 이를 부인해왔다. '기동대 요청'에 대한 진위는 참사를 막지 못한 핵심 책임자가 누구인지 뒷받침할 증거로 꼽힌다.

앞서 이 전 서장은 지난해 11월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현안 보고 당시 "10·29 참사 나흘 전 서울청에 경비기동대 투입을 요청했으나 집회·시위가 많아 지원이 힘들다는 이유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증언한 바 있다. 그러나 이태원 참사를 수사 중인 경찰 특별수사본부는 최근 수사 결과 용산서 차원에서 기동대 요청을 지시했다고 볼 만한 객관적 자료나 관련자 진술을 확보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이 전 서장은 이날 청문회에서도 "지금도 제가 (기동대) 지원을 요청했다는 내용에 대해서 변함이 없다"고 강조했다. 핼러윈 인파 관리를 위해 상급 기관인 서울청에 기동대를 요청했지만 거절당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역시 증인으로 참석한 김 청장은 반박했다.

집요한 추궁에도 논란은 해소되지 못했다. 윤건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해 10월 27일 배포한 보도자료를 들이밀었다. '용산서가 이태원 핼러윈 축제를 앞두고 서울경찰청에 요청해 기동대를 지원받게 됐다'는 내용이 담겼다. 또 '서울경찰청 경비과에서는 경비기동대 투입 요청을 받았으나 사건 당일 경찰청 전체 경력이 집회에 동원됨에 따라 핼러윈 대비 경력을 배치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그 밑에 보고 계통을 거쳐 서울경찰청 김광호에게 보고돼 승인됐다'는 검찰 압수수색 영장 내용도 제시했다.

그러나 김 청장은 교통기동대 외에는 요청받은 적이 없다고 거듭 부인했다. 용산서에서 해당 보도자료를 직접 작성한 용산서 112 치안종합상황실의 정현욱 경감 역시 기동대 파견을 요청한 적 없다고 밝혔다. 이같은 대답에 이 전 서장은 "부하직원과 이런다는 게 참 죄송스러운데 저는 분명히 지시한 적 있다"고 반발했다. 그는 "제가 (용산서 직원에게) 기동대 요청 지시를 했던 흔적들은 많이 있다"면서 "하지만 많은 흔적이 어느 순간 갑자기 다 사라지니 저도 참 이해가 안 된다"라고도 했다. 기동대 요청과 관련한 증거들인 인멸되고 있다는 취지의 주장이다. 윤 의원도 참사 초반과 진술이 달라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야당 의원들은 정부 인사들의 정무적 책임을 강조하면서 자진 사퇴를 촉구했다. 4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이태원 참사 국정조사 특별위원회 1차 청문회'에 증인으로 출석해 질의 답변하는 증인들. /남윤호 기자

◆野 "이상민·윤희근 등 사퇴하라" 책임론 공세

참사 원인에 대한 진상 규명을 위한 자리는 '책임론'으로 귀결됐다. 특히 민주당 의원들은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윤희근 경찰청장 등 윗선의 자진 사퇴가 불가피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조응천 민주당 의원은 "이런 어마어마한 상황을 두고 총리는 몰라도 주무장관과 적어도 경찰청장 정도는 정무적인 책임을 지고 그 자리에서 물러나는 게 마땅하다고 봤다"면서 윤 청장을 향해 "조직을 재정비하고 지금 제대로 시스템 갖추려면 증인이 책임져야 되지 않겠나"라고 자진 사퇴를 촉구했다. 윤 청장이 핼러윈 참사 당일 음주한 사실도 재차 물었다. 대규모 인파가 몰릴 것으로 예상되는 핼러윈 축제 당일 경찰 당국 총책임자가 술을 마신 것은 부적절했다는 지적이다. 이에 대해 윤 청장은 "음주했다고 (이미) 말씀을 드렸다"면서 "주말 저녁이면 저도 음주할 수 있다. 그것까지 밝혀드려야 하나"라고 되물었다.

민주당은 김광호 서울청장에 대해서도 참사 당시 기동대 투입 소홀 문제를 지적하며 책임론을 펼쳤다. 천준호 민주당 의원은 "서울청이 위험을 충분하게 인지했음에도 불구하고 당시 상황을 안이하게 판단했다"며 "책임이 추궁되니 회피하기 위해, 시위진압과 마약단속을 우선시하고 시민 안전을 우선시하지 않았던 것을 들키지 않기 위해 자료제출을 회피했던 것이 아닌가 한다"고 비판했다. 천 의원은 김 청장이 지난달 경찰 인사에서 유임된 것을 두고는 "윤석열 정권이 사실상 김광호 서울청장에게 면죄부를 준 것이나 다름없다"고 했다. 그는 김 청장이 복두규 대통령실 인사기획관과 고등학교 동문이라는 점을 거론하며 연락하고 지내는지도 물었다. 그러면서 "자리 보전에 연연할 것이 아니라 즉각 사퇴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국민의힘은 이 전 서장을 향해 집중 공세를 펼쳤다. 전주혜 의원은 "국정조사로 확인한 것은 다중인파 예측 실패, 신속한 보고시스템 부족, 현장의 체계적인 구조 부족 등"이라며 "여러분의 잘못이 있지만 (참사에 책임이 큰) 단 한 명을 꼽으라면 당시 용산경찰서장인 이임재 증인"이라고 꼬집었다. 조수진 의원도 이 전 서장을 향해 "현장 상황을 보고 받았는데도 도보로 10분을 걸릴 거리를 차로 1시간 걸려서 이동한 점 등이 의문"이라며 "이 사이에 제대로 조치가 없어서 대규모 피해가 났다"고 주장했다. 박형수 의원은 사상자가 발생한 시각 현장으로 향한 이 전 서장의 모습이 담긴 폐쇄회로(CC)TV 영상을 언급하며 "이런 상황인데도 뒷짐을 지고 걸어가는가"라고 지적했다.

이태원 참사 국정조사 특위 활동 종료 기한이 임박했지만, 기간 연장 논의가 난항을 겪고 있다. 4일 '이태원 참사 국정조사 특별위원회 1차 청문회' 오전 질의 종료 후 윤희근 경찰청장에게 항의하는 이태원 참사 유가족협의회 대표(오른쪽). /남윤호 기자

한편 여야는 활동 기한이 임박한 국정조사 기간 연장을 논의 중이다. 우선 쟁점이었던 한덕수 국무총리와 '닥터카 논란' 신현영 민주당 의원 증인 채택은 하지 않기로 서로 한발씩 물러났다. 그러나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과 유가족 증인 채택을 두고 대립하고 있어 난항이 예상된다. 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는 "우리는 이 장관을 얘기하는데 저쪽에서 전혀 응하지 않고 기본이라 생각한 유족, 생존자 숫자 확대를 반대하고 있어 막혀 있다고 보고 받았다"면서 오는 5일이 국정조사 기간 연장 마지노선이라고 강조했다.

unon89@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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