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진배의 공간과 스타일] [168] 뉴욕 꽃택시 프로젝트
도시의 교통수단은 길거리 풍경에서 비중 있는 요소다. 뉴욕의 ‘옐로 캡(Yellow Cab)’ 택시 역시 도시의 상징이 된 지 오래다. 1907년부터 운행된 옐로 캡의 100주년이던 2007년, 뉴욕에 특별한 광경이 펼쳐졌다. 노란 택시 표면이 온통 꽃 그림으로 덮인 것이다. ‘교통의 정원(Garden in Transit)’이라는 제목으로 3개월 동안 한시적으로 진행된 공공 예술 이벤트였다. 이를 위해서 뉴욕의 1만3000대 택시에 8만개의 꽃이 그려졌다. 참여했던 2만3000여 명의 자원봉사자들 대부분은 병원에 입원 중이거나 초등학교를 다니는 어린이들이었다.
행사를 주관했던 단체 ‘희망의 그림(Portraits of Hope)’은 1995년부터 바지선, 소방차, 경비행기, 공장 굴뚝, 학교 체육관 벽 등을 화사한 꽃 그림으로 장식해왔다. 원래 예술 치료(Art Therapy)의 목적으로 시작한 프로젝트여서 장애 아동이나 병원에 입원한 아이들이 주로 참여한다.
이 과정에서 아이들은 서로를 격려하는 팀워크를 배우고, “저 꽃을 내가 그렸다”고 하는 소속감도 가지게 된다. 꽃은 기쁨과 희망을 선사하고, 생명과 재생을 의미하는 만국 공통의 언어다. 기하학적으로 단순하게 도안한 것은 “어린이들이 쉽게 따라 그릴 수 있도록”이라는 설명이다.
주체 측은 ‘교통의 정원’프로젝트를 위해서 6년간의 협상 끝에 뉴욕시의 허가를 받았다. 다음번은 옐로 캡이 200주년이 되는 2107년이 되어서야 반복하는 조건이었다. 2007년 9월부터 12월까지 뉴욕의 택시 승객들은 꽃마차를 타는 기분으로 꽃 택시 탑승을 즐겼다. 꽃의 향기가 시각적으로 치환되어 도심을 화사하게 덮었다.
행사 이후에도 많은 기사는 자신들의 택시에서 꽃 그림 데칼(decal)을 떼기를 거부했다. 아이들이 좋아하고, 이웃들이 좋아하고, 승객들이 좋아한다는 이유에서였다. 15년이 지난 지금도 이 프로젝트가 두고두고 생각이 나는 것은 ‘임시’였기 때문이다. 마치 한때 아름답게 피었다 시드는 꽃처럼, 그리고 한때여서 더 아름다운 우리 인생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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