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구제 개편' 화두 속 '개헌' 논의도 재점화될까

신진환 2023. 1. 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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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야, 새해에도 정쟁만…개헌 논의 뒷전
'21대 국회 개헌 가능성 작다'는 관측도

김진표 국회의장이 신년 화두로 '개헌'을 꺼내 들면서 국회 차원에서 헌법 개정 논의에도 불이 붙을지 관심사다. /이선화 기자

[더팩트ㅣ국회=신진환 기자] 새해 들어 중대선거구제 도입 등 선거구제 개편이 정치권의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이에 더해 국회 차원에서 헌법 개정 논의에도 불이 붙을지 관심사다. 국민통합과 대전환의 시대를 열기 위한 시대적 과제로 꼽히는 개헌은 21대 국회에서도 처리될 가능성이 작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김진표 국회의장은 신년 화두로 개헌을 꺼내 들었다. 김 의장은 신년사에서 "'갈등과 진영의 정치'를 '통합과 협력의 정치'로 바꾸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며 "이를 위해 본격적인 개헌 준비에 착수하겠다"고 했다. 지난 2일 국회 시무식에서도 "우리 정치의 숙원인 개헌을 본격적으로 추진하고 승자독식의 정치문화를 반복하지 않도록 선거법을 비롯한 정치 관련 법률 정비도 서두르겠다"고 했다.

여야는 1987년 직선제 개헌 이후 36년간 이어져 온 낡은 헌법을 현재의 시대상에 맞게 바꿔야 한다는 데 원론적으로 공감하고 있다. 현행 헌법은 대통령 임기를 5년 단임제로 하고 직접투표로 선출하는 내용이 핵심이다. 1990년대부터 정치권에선 제왕적 대통령제의 폐해를 막기 위해 권력구조 등 제도적 개선을 추진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 대통령에게 과도하게 집중된 권력을 분산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도 지난해 9월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5년 단임제를 4년 중임제로 바꿔 국정의 연속성을 높여야 한다고 했다. 또한 연동형 비례제 확대와 위성정당 방지를 통해 국민의 다양한 의지와 가치가 국정에 수렴될 수 있도록 선거법 개정을 제안했다. 정진석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이 대표의 제안에 대해 "충분히 심도 있는 논의가 가능할 것"이라며 호응했다.

21대 국회에서 여야 간 여러 차례 개헌이 언급됐지만, 제대로 된 논의된 적은 없다. 김 의장과 이 대표는 내년 총선을 앞둔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개헌을 논의해야 할 시점이라고 입을 모았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은 상황이다. 여야는 정부조직법 개정안과 일몰법 처리를 두고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이태원 참사 국정조사특별위원회와 임시국회 연장 여부를 두고서도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쟁점 현안에 대한 여야의 대립 상황이 언제까지 지속될지 불분명하다.

특히 윤 대통령이 개헌에 부정적인 견해를 밝혔다. 윤 대통령은 조선일보와 신년 인터뷰에서 "개헌 얘기가 나오면 민생과 개혁 문제가 다 묻힐 것"이라고 언급했다. 윤 대통령은 신년사에서 3대 개혁(노동·교육·연금)을 강력히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개헌 논의에 불이 붙는다면 정부 정책과 성과가 묻힐 가능성을 우려한 것으로 보인다.

윤석열 대통령이 조선일보와 신년 인터뷰에서 "개헌 얘기가 나오면 민생과 개혁 문제가 다 묻힐 것"이라며 개헌에 부정적인 견해를 밝혔다. /뉴시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더팩트>와 통화에서 "개헌을 하게 되면 다음 총선 이후에 될 텐데 윤 대통령이 반대할 가능성이 크다"며 "민주당이 개헌에 찬성하면 여당은 더 반대할 것이다. 때문에 21대 국회뿐 아니라 윤석열 정부에서의 정치 개혁은 난망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아울러 윤 대통령은 선거제 개편을 띄웠다. 이후 정당 간 의원들의 셈법이 분주하다. 양당제 구도의 정치 지형이 변화할 가능성이 생긴 데다 현역 의원들의 재선 여부와도 직결된 사안이라 개헌 논의는 뒷전으로 밀린 모습이다. 또한 국민의힘은 3·9 전당대회를 앞둔 만큼, 차기 지도부에 안정적으로 당권을 이양하는 작업을 우선순위로 둘 수밖에 없는 처지다.

애초 헌법을 바꾸는 일 자체가 매우 어렵다. 개헌은 국회 재적의원 3분의 2 찬성을 거쳐 국민투표에 부치게 돼 있다. 여야가 합의하지 않으면 개헌은 불가능에 가깝다. 최상위 법인 헌법은 모든 영역의 바탕이라는 점에서 개헌은 국민적 동의가 필수다. 국민 기본권 강화와 지방분권, 국가균형발전과 달리 권력구조 개편 방향성에 대해선 이견이 있다. 역대 국회 때마다 개헌 논의는 반복돼 왔지만, 결실을 보지 못한 이유다.

노무현 정부 임기 말 여야는 개헌 추진에 합의했으나,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개헌 논의는 흐지부지됐다. 2018년 3월 당시 문재인 대통령이 4년 연임제와 지방자치 분권 강화 등을 골자로 한 개헌안을 발의했다. 민주당은 그해 6월 지방선거와 개헌합의안의 국민투표를 동시 실시하려고 했지만, 야당의 반대로 무산됐다. '청와대발 관제 개헌'이자 내용마저 부실한 '졸속 개헌'이라는 이유였다.

실제 개헌이 이뤄지기까지는 많은 산을 넘어야 하는 실정이다. 국민투표법은 '위헌'이다. 지난 2014년 7월 국내 거소 신고가 안 된 재외국민의 투표권 행사를 제한하는 내용의 국민투표법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하면서 2014년 말까지 이 조항을 개정하라고 했다. 하지만 개정 입법이 이뤄지지 않아 해당 조항은 2016년부터 효력을 잃었다. 현재 개헌 찬반을 묻는 국민투표 자체가 불가능하다. 헌법불합치 결정은 사회적 혼란을 우려해 법률 개정 때까지 한시적으로 법률의 효력을 인정하는 결정이다.

형식적 주민주권과 승자독식 다수제, 지방소멸 등을 해결하기 위해 국회가 국민적 합의가 가능한 정치 개혁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두영 균형발전국민포럼 공동대표는 통화에서 "여야가 당리당략, 선거 유불리를 놓고 계속 싸우고만 있다"며 "국회의원 대다수가 개헌의 필요성을 인정하면서도 기득권을 내려놓지 않겠다는 것이다. 이것은 직무 유기"라고 비판했다.

이 대표는 "여야가 국민주권인 기본권, 지방분권, 균형발전 등 서로 합의할 수 있는 범위 안에서 국민들이 공감대가 형성돼서 합의할 수 있는 수준만이라도 개헌을 해야 한다"며 "비쟁점 부분은 올해 안에도 (합의가) 가능할 것이고, 내년 총선과 동시에 (투표)할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사회적 양극화 등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 개헌은 절실하다"며 "그래야만 국회가 상생의 정치를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shincombi@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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