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나지 못할 이유 없다" 오세훈에 전장연 "공개방송 제안"(종합3보)
면담 수용 국면 전환…서울시, '강경 대응' 노선 바꾸나
(서울=뉴스1) 박재하 윤다정 기자 =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가 오세훈 서울시장에게 공개방송을 통한 만남을 제안했다. 오 시장이 전장연을 향해 "만나지 못할 이유가 없다"는 입장을 밝힌 것에 대한 답변인 셈이다.
전장연은 4일 오후 페이스북을 통해 오 시장을 언급하며 "전장연은 시장님과 공개방송을 통한 만남을 제안드립니다"고 올렸다.
앞서 전장연은 지하철 시위를 비판한 이준적 전 국민의힘 대표와도 공개방송에서 만났다. 박경석 전장연 대표는 지난 4월과 5월 두차례에 걸쳐 장애인 이동권을 주제로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와 생방송 일대일 TV토론을 벌인 바 있다.
전장연과 서울시, 서울교통공사는 새해부터 '강 대 강' 대치를 이어 왔다. 그러나 오 시장이 전장연과의 만남을 전격 수용하는 태도를 보이면서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됐다.
오 시장은 이날 오후 페이스북에 "전장연, 만나지 못할 이유가 없습니다"라는 내용만을 담은 짧은 글을 게재했다.
전장연이 오세훈 서울시장과의 면담이 성사되지 않을 시 20일부터 다시 지하철 탑승 시위를 전개한다고 예고한 데 대한 답변이다.
앞서 김석호 서울교통공사 영업본부장은 이날 오후 2시10분부터 박경석 전장연 대표 등과 만나 1시간가량 면담했다. 이번 면담은 교통공사 측이 전장연에 먼저 제안해 마련됐다.
면담에서 교통공사는 시민 불편을 고려해 열차 운행 방해를 동반하는 방식의 시위를 중단해 줄 것을 요청했다. 전장연 측의 법원 조정문 수용 요구를 받아들이기 어려운 점에 대한 이해도 구했다.
아울러 5분 이내의 시위도 시민들에게 불편을 끼칠 수 있고 안전문제 또한 발생할 수 있어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을 다시 한번 전달했다.
전장연은 오 시장과의 면담을 요구하며 이달 19일까지 답변 기한을 잡았다. 19일까지의 시위는 열차 운행과 무관한 선전전으로 전환하되, 답변이 없다면 지하철 탑승 시위를 다시 전개한다는 입장이다.
박 대표는 면담 직후 브리핑을 통해 "서울교통공사가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 서울시장이 저희의 목소리를 듣고 판단해야 할 문제"라며 "서울시장 면담을 추진해 달라고 (전장연 측에서) 요청했고, 면담을 추진하겠다고 (공사 측이) 명백하게 이야기했다"고 전했다.
이어 "19일까지 면담에 대한 답을 달라고 하고 냉각기를 가지기로 했다. 혜화역에서 (지하철을) 타지 않고 선전전을 하는 방식으로 갈 것"이라며 "기획재정부의 답변도 (오지 않고) 서울시장 면담도 잡히지 않으면 20일에 '출근길 지하철 탑니다'를 진행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새해 들어 서울시가 전장연 시위에 대해 '무관용 대응'을 내세우면서 전장연과 서울시, 교통공사 간 갈등은 과열 양상을 보였다.
지난 2일 지하철 4호선 삼각지역에서 진행된 전장연의 새해 첫 지하철 출근길 시위는 12시간30분간의 대치와 13대에 이르는 열차 무정차 통과로 마무리됐다.
전날(3일)에도 전장연과 교통공사, 경찰은 열차 탑승을 둘러싸고 지하철 4호선 동대문역사문화공원역에서 또 다시 2시간30분간 대치했다.
면담에 앞서 이날 오전에는 지하철 4호선 구간에서 매일 기습 선전전을 해나갈 것을 예고하기도 했다.
이에 맞서 서울교통공사는 전날 오후 법원 강제조정안에 대한 이의신청서를 정식으로 제출했다.
공사는 2021년 11월 형사고소 2건과 민사소송 1건을 제기했는데, 법원은 그중 민사소송 1건에 대해 지난달 21일 강제조정안을 내놓았다.
전장연 측에는 '열차운행 지연 시위 중단', 교통공사 측에는 '엘리베이터 동선 미확보 19개 역사에 2024년까지 엘리베이터 설치'를 조건으로 제시했다.
아울러 전장연 측에는 열차운행을 5분 초과해 지연시키는 시위를 할 경우 1회당 500만원을 공사에 지급하라는 조건도 덧붙였다.
교통공사는 "법원은 5분 초과 시위에 대한 금액 지급만 규정했을 뿐 이외 행위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며 "조정안을 수용할 경우 이용객을 불편하게 만드는 시위를 계속 이어갈 우려가 크다"고 이의신청을 제기했다.
특히 "5분 이하 열차 고의지연 시위에 대한 언급이 없어 이를 강행하더라도 제지할 수 없다"며 "한 역에서 5분 이하 시위를 강행한 후 이동해 다시 5분 이하 시위를 강행하는 경우 지연 시간은 더욱 늘어날 가능성도 있다"고 설명했다.
여기에 교통공사는 관련 기관의 사전 요청이 없더라도 자체 판단을 통해 무정차 통과를 시행할 수 있는 근거를 담은 새 규정을 만들기로 했다.
이같은 상황에서 전장연이 오 시장과의 만남이라는 요구사항을 제시하고 오 시장이 이를 수용하기로 해 '출근길 지하철 갈등'이 잠시 유예되는 것을 넘어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전장연은 오 시장과의 면담이 성사될 경우 △2024년까지 서울 지하철 전 역사에 엘리베이터를 설치해 '1역사 1동선' 확보 △엘리베이터 설치 약속이 2022년까지 이뤄지지 않은 데 대한 사과 △장애인의 리프트 추락 사고에 대한 사과 등을 요구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전장연이 내세우는 요구사항 중 장애인 권리예산 반영은 서울시가 아닌 기획재정부 소관인 만큼 오 시장과의 면담이 이뤄지더라도 '냉각기'가 보름 이상 길게 이어질지는 미지수라는 지적도 있다.
jaeha67@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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