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왕설래] 교황과 와인

박병진 2023. 1. 4. 2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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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인은 가톨릭 미사에서 반드시 등장한다.

역대 교황들도 와인을 즐겼다.

가톨릭 역사상 처음으로 남미 아르헨티나 출신인 프란치스코 교황은 선출 후 추기경들과의 첫 만남에서 자신을 '오래된 와인'에 비유했다.

르네상스 시대 예술가였던 미켈란젤로는 로마 시스티나 성당 벽화를 그릴 무렵 자신이 소유한 와이너리에서 생산된 와인을 교황 율리우스 2세에게 갖다 바쳤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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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인은 가톨릭 미사에서 반드시 등장한다. 그 역사는 14세기(1309~1377년) 아비뇽 유수 때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프랑스 국왕의 힘에 눌린 로마 교황청은 남프랑스 론 강변의 도시 아비뇽에 강제 이전하게 된다. 교황 클레멘스 5세는 이곳에 포도밭 조성을 지시했다. 이를 계기로 탄생한 것이 프랑스어로 ‘교황의 새로운 성’이라는 뜻의 ‘샤토뇌프 뒤 파프’(Chateauneuf du Pape) 와인이다. 이후 ‘교황의 와인’이라는 별칭과 함께 세계적 명성을 얻는다.

역대 교황들도 와인을 즐겼다. 가톨릭 역사상 처음으로 남미 아르헨티나 출신인 프란치스코 교황은 선출 후 추기경들과의 첫 만남에서 자신을 ‘오래된 와인’에 비유했다. 그는 추기경 시절부터 소규모 연회에 특별 주문을 할 정도로 아르헨티나산 와인을 즐겼다. 1984년 방한 당시 김포공항에서 무릎을 꿇고 땅에 입을 맞춰 많은 이들에게 각인됐던 교황 요한 바오로 2세는 늘 ‘헌정 와인’이 뒤따를 정도로 와인 사랑이 각별했다. 르네상스 시대 예술가였던 미켈란젤로는 로마 시스티나 성당 벽화를 그릴 무렵 자신이 소유한 와이너리에서 생산된 와인을 교황 율리우스 2세에게 갖다 바쳤다고 한다.

한국에서 와인은 중국 원나라 세조 쿠빌라이 칸이 사위로 삼은 고려 충렬왕에게 포도주를 하사한 기록에서 처음 등장한다. 포도 양조 생산법은 조선 중엽부터 전해진다. 본격적인 와인 제조는 경기도 안성에 파견된 프랑스인 앙투안 공베르 신부가 1900년 미사주로 사용하기 위해 포도 묘목을 들여와 재배하면서 시작됐다. 일제강점기를 지나 국산 와인이 정식으로 생산된 것은 1968년. 그러다 1977년 토종 기술과 포도로 만든 ‘마주앙’이 국내 와인 시장에 새 장을 열었다.

지난달 31일 바티칸 대변인 마테오 브루니는 성명을 통해 전임 교황 베네딕토 16세의 선종 소식을 알렸다. 장례 미사가 오늘 바티칸 성 베드로 광장에서 프란치스코 교황 주례로 열린다. 교황 시신이 일반인들에게 공개된 뒤 추모 열기가 고조되고 있다고 한다. 마침 서울 시내 한 갤러리에서 ‘교황의 와인’이 전시 중이다. 바티칸까지 가서 베네딕토 16세를 조문하지 못하는 이들이 이곳 전시회를 둘러봄 직도 하다.

박병진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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