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포럼] 연금·노동개혁의 골든타임
연금 ‘더 내고 더 받는’ 쪽으로 가닥
노동계 반발·거야 국회 등 난제 산적
정부신뢰 쌓고 국민 공감대 넓혀야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친시장 개혁의 전도사로 정평이 나 있다. 그는 2017년 취임하자마자 노동 유연화와 감세, 공공개혁에 착수해 놀라운 성과를 냈다. 저성장·고실업에 허덕이던 ‘유럽의 병자’ 프랑스는 확 달라졌다. 2021년 성장률이 7%로 52년 만에 가장 높았고 실업률도 13년 만에 가장 낮은 7.4%였다. 하지만 연금개혁의 장벽은 넘지 못했다. 반정부시위가 전국 곳곳으로 들불처럼 번졌고 노동계의 총파업이 두 달 넘게 이어졌다. 지지율도 취임 초 60%대에서 20%대로 추락했다. 마크롱은 연간 3억원가량의 연금을 포기하는 배수진까지 쳤지만 퇴진위기에 몰리기도 했다. 결국 코로나19 대유행까지 겹쳐 연금개혁은 좌초하고 말았다.
국민연금과 직역연금 간 통합 논의가 빠진 건 납득하기 힘들다. 작년 공무원·군인연금에 적자를 메우기 위해 약 6조원의 혈세가 투입되고 사학연금의 재정난도 악화일로다. 직역연금의 저부담·고급여 구조를 방치하고 국민연금만 손 보는 건 형평성에 반한다. 국민 저항만 커질 것이다. 4대 공적연금 통합을 공론장에 올려 합리적 대안을 찾는 게 순리다.
앞날은 가시밭길이다. 보험료율 인상과 수급연령 연장을 좋아할 사람이 없다. 소득 공백을 메우기 위해 정년연장이 뒤따라야 하는데 노동계가 반발할 게 뻔하다. 거야가 장악한 국회의 문턱을 넘기도 어렵다. 윤석열 대통령은 “이번 정부 말기나 다음 정부 초기엔 연금개혁 완성판이 나오도록 하겠다”고 했다. 한가한 인식이다. 역대 정부처럼 연금개혁이 세대 간, 집단 간 갈등과 정쟁만 야기한 채 용두사미로 끝날 소지가 다분하다.
노동개혁도 전망이 어둡다. 윤 대통령은 근로시간 유연화, 성과 중심 임금체계 개편 등을 ‘사즉생’의 각오로 강행할 태세다. 민주·한국노총은 즉각 현 정권에 항쟁으로 맞설 것이라고 으름장을 놨다. 윤정부에서 1980년대 영국병을 치유했던 철의 여인 마거릿 대처 전 영국 총리와 같은 추진력과 치밀한 전략을 찾기는 힘들다. 대처는 석탄비축, 발전·에너지시설 재편과 같은 4년간의 준비를 거쳐 적자 탄광 폐쇄를 단행할 정도였다.
연금·노동개혁은 시대적 과제다. 연금개혁은 우리 경제의 지속성과 미래세대의 운명을 좌우하고 노동개혁은 생산성과 잠재성장률을 키우는 열쇠다. 올해는 개혁의 골든타임이다. 전국단위 선거가 없고 정권 2년차 때 정책추진이 가장 왕성하다. 윤 대통령은 소명의식을 갖고 리더십을 발휘하기 바란다. 정책 신뢰를 쌓고 국민 공감대를 넓히는 게 급선무다. 정부와 공공부문이 먼저 기득권을 내려놓고 고강도 자구노력에 나서야 한다. 국민연금은 연 수익률이 1% 높아도 고갈 시점을 대략 5년 늦출 수 있다. 기금 성과가 저조한데 국민에게 고통분담을 설득할 수 있겠나. 연금의 지배구조를 확 바꾸고 기금운영도 혁신하는 일이 시급하다.
주춘렬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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