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청문회, 경찰 허술 대응 질타…유족 "다 허수아비" 분통(종합2보)
野 "마약 형사활동에 시민안전 뒷전"…서울청장 "인파관리 기동대 배치 없었다"
청문회 참관하던 유가족 분통 터뜨리며 고함…"몰랐다는 게 자랑이냐"
(서울=연합뉴스) 박경준 한주홍 기자 = 국회 '이태원 참사 국정조사 특별위원회'가 4일 국회에서 연 1차 청문회에서 여야는 참사 당일 경찰의 허술한 대응을 거세게 질타했다.
참사 당일 이태원 현장에 인파가 몰리고 있다는 신고가 집중됐는데도 신속한 대응이 이뤄지지 않은 점 등이 주요 검증 대상이 됐다.
여당은 특히 업무상 과실치사상, 허위공문서 작성·행사 혐의 등으로 구속된 이임재 전 용산경찰서장을 상대로 책임을 강도 높게 추궁했다.
국민의힘 전주혜 의원은 "국정조사로 확인한 것은 다중인파 예측 실패, 신속한 보고시스템 부족, 현장의 체계적인 구조 부족 등"이라며 "여러분의 잘못이 있지만 (참사에 책임이 큰) 단 한 명을 꼽으라면 당시 용산경찰서장인 이임재 증인"이라고 지목했다.
전 의원은 '참사 당일 오후 9시 57분에 송병주 전 용산경찰서 상황실장으로부터 특이사항이 없다고 보고를 받았다'는 이 전 서장 발언에 "그 보고가 정상적인가"라며 "(신속히) 경비경력을 서울경찰청에 요청해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았나"라고 따져 물었다.
같은 당 조수진 의원도 이 전 서장에게 "현장 상황을 보고 받았는데도 도보로 10분을 걸릴 거리를 차로 1시간 걸려서 이동한 점 등이 의문"이라며 "이 사이에 제대로 조치가 없어서 대규모 피해가 난 것"이라고 쏘아붙였다.
참사 당일 오후 10시 30분께 송병주 전 용산경찰서 상황실장과 통화한 이 전 서장이 정작 청문회에서는 오후 11시께 참사 발생 사실을 알았다고 한 답변에는 여야 가리지 않고 비난이 쏟아졌다.
더불어민주당 권칠승 의원은 "이때 아비규환이었는데 관할 경찰서장이 모른다는 것은 전쟁이 났는데 군인들이 잠자고 있었던 거나 똑같은 것"이라며 "그 말을 국민께 믿으라고 하는 건가"라고 비판했다.
그러자 이 전 서장은 "그날 제가 전화도 해 보고 무전도 하고 상황실에 확인도 해봤지만, 경찰이 전체적으로 상황 파악이 제대로 안 되는 불행한 날이었다"며 "죄송하다"고 고개를 숙였다.
야당은 경찰이 인파가 몰리는 상황에 대비하지 않고 마약 수사 등에 역량을 집중해 제대로 된 대응을 못 했다는 의혹도 집중적으로 제기했다. 또 용산경찰서가 대통령실 인근 집회·시위 관리에만 치중해 대응이 미비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민주당 천준호 의원은 최을천 용산경찰서 형사과장을 상대로 "참사 당일 증인을 포함해 50여 명의 형사가 이태원 일대에서 마약류 범죄 단속 예방을 위한 특별형사활동을 벌였다"며 "시민의 안전을 우선하지 않은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의당 장혜영 의원은 김광호 서울경찰청장을 상대로 경찰이 다중인파 운집에 따른 위험성을 사전에 파악하고도 대비가 없었다는 점을 추궁했다.
김 청장이 '압사 등 안전사고와 관련해 위험성에 대한 제기가 없었다'고 했으나 장 의원은 2019년과 2020년 경찰이 마련한 핼러윈 데이 치안대책을 공개하며 "인구밀집으로 인한 압사에 대비해야 한다는 내용이 언급돼 있다"고 강조했다.
장 의원은 "서울경찰청은 마약 등의 범죄 예방을 위한 가시적 경찰 활동을 강화하기 위해 이태원 지역 형사 인력 보강을 지시했는데 인파 운집 안전사고 예방을 위한 기동대는 배치했는가"라고 묻기도 했다.
이에 김 청장은 "인파관리를 위해 (기동대를) 배치하지는 않았다"고 답변했다.
민주당 이해식 의원은 "용산서가 대통령실만 바라보고, 집회·시위만 경비하는 곳으로 바뀌었다"며 "참사와 관련이 어떻게 없느냐"고 따져 물었다.
이에 윤희근 경찰청장은 "이번 참사를 대통령실 이전과 직접적 연관이 있다고 하는 데 대해서는 선뜻 동의하기 어렵다"고 반박했다.
야당에서는 김 청장과 윤 청장이 사퇴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이어졌다.
민주당 윤건영 의원은 "159명의 사망을 막지 못한 경찰 지도부로서 책임지는 방법이 무엇인가"라며 "사퇴하는 것이 책임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 청장은 그러나 "제 소임을 다하겠다"며 사퇴하지 않을 것임을 시사했다.
민주당 조응천 의원은 윤 청장에게 "자리에서 물러날 용의가 없느냐"고 물었고, 윤 청장은 "말씀 취지를 충분히 고민하겠다"고 답했다.
윤 청장은 참사 당일 음주를 했느냐는 조 의원 질의에는 음주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주말 저녁이면 저도 음주를 할 수 있다. 그런 것까지 밝혀드려야 하나"라며 불편한 기색을 드러내기도 했다.
청문회를 참관한 유가족은 증인들의 답변에 분통을 터뜨리며 "다 허수아비", "몰랐다는 게 자랑이냐"고 고함을 질렀다.
이종철 유가족협의회 대표는 김 청장과 윤 서울청장에게 항의하다 청문회장 밖으로 끌려 나가기도 했다.
청문회가 시작되기 전 지난달 30일 국정조사 기관보고 중 제기된 기본소득당 용혜인 의원 측의 국정조사장 '도둑 촬영' 의혹을 놓고 일부 의원들 사이에 실랑이가 벌어지기도 했다.
여당 간사인 이만희 의원은 "용 의원 보좌진이 기자처럼 가장하고 국민의힘 의원들을 몰래 촬영했다"며 "원활한 국정조사 진행을 위해 회의장에서 나가달라"고 용 의원의 퇴장을 요구했다.
용 의원은 "(해당 보좌진은) 3년간 늘 저와 동행하며 의정활동 전반을 기록하는 보좌진"이라면서 "특정한 의도를 갖고 촬영을 지시한 것은 아니지만, 이 사안으로 기관보고가 제대로 이뤄지지 못한 데 유감을 표한다"고 말했다.
kjpar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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