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남아 월드컵’ 한국 감독들 잔치
베트남·인니, 6일·9일 ‘맞대결’
‘라스트 댄스’ 이어가려는 박항서
막아야 하는 신태용 ‘숙명의 한판’
김판곤의 말레이시아, 태국 만나
동남아시아 축구에서 한국인 지도자의 주가가 치솟고 있다.
동남아축구연맹(AFF) 10개국의 월드컵으로 불리는 미쓰비시 일렉트릭컵 4강에 한국인 감독이 이끄는 세 팀이 진출했다. 현지에선 박항서 베트남 감독(64)과 신태용 인도네시아 감독(53), 김판곤 말레이시아 감독(54) 등이 벌일 지략 대결이 주목받고 있다.
일본인 지도자들이 맡은 캄보디아(히로세 류·혼다 게이스케), 싱가포르(니시가야 다카유키)는 이번 대회 조별리그에서 나란히 탈락해 한국 지도자에 대한 관심이 더욱 뜨겁다.
첫 한국인 지략 대결은 6일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 열릴 베트남과 인도네시아의 미쓰비시컵 4강 1차전이다. 9일에는 베트남 하노이로 장소를 옮겨 남은 2차전을 치른다.
인도네시아(3승1무)가 태국에 골득실에서 1골 차로 밀려 A조 2위로 4강에 선착한 상황에서 베트남(3승1무)이 지난 3일 미얀마와의 조별리그 최종전에서 3-0으로 승리해 B조 1위를 확정해 두 감독의 맞대결이 성사됐다.
박 감독은 이번 대회를 끝으로 베트남 지휘봉을 내려놓는 터라 더욱 극적인 대진이다. 박 감독은 2017년 베트남에 부임해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4강과 스즈키컵(미쓰비시컵의 전신) 우승, 2019년 아시안컵 8강, 2022 카타르 월드컵 최종예선 진출 등의 역사를 쓰면서 베트남 국민 영웅으로 떠올랐다. 박 감독의 성적에 고무된 동남아시아에서 한국인 지도자 모시기가 유행했을 정도다.
박 감독이 결승에 오른다면 화려한 피날레가 가능하고, 신 감독이 이긴다면 박 감독의 라스트 댄스를 중단시키는 악역을 맡게 된다.
객관적인 전력이나 동기부여 측면에선 베트남이 앞선다는 평가다. 미쓰비시컵 참가국 중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이 유일하게 두 자릿수(96위)인 베트남은 조별리그에서 12골을 터뜨리는 동안 단 한 골도 실점하지 않는 압도적인 실력을 뽐냈다.
그러나 인도네시아 역시 신 감독이 2019년 12월 부임한 이래 173위에서 151위까지 랭킹을 끌어올릴 정도로 상승세다. 2021년 스즈키컵에선 인도네시아가 베트남과 조별리그에서 0-0으로 비긴 뒤 준우승을 차지하는 성과도 냈다.
박 감독은 “인도네시아의 최근 경기력을 보면 신태용 감독이 좋은 선수들을 많이 귀화시키면서 체력과 전술, 기술 모두 한 단계 업그레이드한 것은 사실”이라고 신중한 입장을 밝혔다. 신 감독도 “준결승전 준비를 잘해 홈 팬들을 실망하게 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결승전에서도 한국인 감독의 맞대결이 펼쳐질 수 있다. 베트남에 이어 B조 2위로 4강에 오른 김판곤 감독의 말레이시아가 7일과 10일 이 대회 최다 우승팀(6회)인 태국과 홈 앤드 어웨이로 맞붙는다.
지난해 2월 대한축구협회 국가대표 선임위원장에서 사임한 뒤 말레이시아 대표팀을 맡은 김 감독은 부임 1년도 되지 않아 4강 진출을 이끌었다. 말레이시아가 결승에 오를 경우 2010년 이후 12년 만의 우승에 도전하게 된다.
황민국 기자 stylelom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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