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효 감독 “1부 리그 목표도 우승…닭싸움할 준비 마쳤습니다”

김세훈 기자 2023. 1. 4. 22: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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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FC 승격 이끈 ‘독사’ 이정효 감독 ‘야심만만’한 새해 각오
이정효 광주FC 감독이 2022년 프로축구 2부리그 우승트로피를 들고 있다. 프로축구연맹 제공
훈련 스케줄·휴가 자율에 맡기고
굵고 짧은 미팅으로 집중력 높여
전술 핵심은 강호 만나도 ‘맞짱’
우리가 돈이 없지 실력이 없나
태국 전훈 떠나며 선수들 독려
져도 다음이 기대되는 팀 만들 것

25승11무4패, 68득점 32실점. 지난해 프로축구 2부리그(K리그2)에서 우승한 광주FC 성적표다. 우승을 확정하고도 7경기 무패(5승2무)를 질주했다. 그것도 2부리그 중간인 50억원 연봉으로 이뤄낸 성과다. 부족한 자본력도, 우승 후 따르는 안도감도 더 잘하고 싶은 광주에는 아무런 장애물이 되지 못했다. 이정효 감독(48)은 “다음이 기대되는 팀이 되기 위해 힘든 과정을 기꺼이 감내한 결과”라고 자평했다.

광주는 올해 1부리그(K리그1)에서 싸운다. 이 감독은 지난 3일 태국으로 전지훈련을 떠나기 전 “다들 웃겠지만 새해 목표도 우승”이라며 “우리가 돈이 없지, 실력이 없나”라고 말했다. 이 감독은 지난해 K리그2 최고 감독상을 받았다.

■“자율과 책임의 힘”

이 감독은 훈련 내용, 작전 수립, 선발명단 등만 뺀 거의 모든 걸 선수, 코치에게 맡긴다. 이 감독은 “훈련 스케줄, 심지어 휴가 일정조차 나도 통보받는다”며 “선수들을 관찰하고 또 관찰하다가 최종 결정을 내리는 게 내 몫”이라고 말했다.

이 감독은 개인 장점을 극대화하고 단점은 다른 선수로 보완한다. “하고 싶은 걸 해야 열심히, 재미나게 한다”는 게 지론이다. 나태한 선수가 있으면 후보를 적극 챙김으로써 자극을 준다.

이 감독은 “컨디션이 아무리 좋아도 오랫동안 인내하면서 끈기 있게 준비해야만 뛸 수 있다”며 “기회는 감독이 선수에게 주는 게 아니라 선수가 감독에게 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감독은 굵고 짧은 미팅을 자주 한다. 선수의 집중력이 유지되는 시간은 15분 안팎이다. 이 감독은 “내가 많이 연구해서 핵심만 짧고 정확하게 짚어줘야 선수들이 실행에 옮길 수 있다”며 “선수들이 ‘감독 지시대로 하니까 된다’고 말할 때 자부심을 느낀다”고 말했다.

이 감독 별명은 독사다. 상대와 광주 장단점을 간파해 실효성 높은 맞춤형 전략을 짠다. “전술은 누구와 싸워도 이길 수 있다”고 자부한다. 성장 가능성이 없거나 게으른 선수에게는 “피도, 눈물도 없이” 냉정하다.

광주 이정효 감독이 대전전에서 골을 넣은 김종우와 기쁨을 나누고 있다. 프로축구연맹 제공

■“전방 압박, 포지션 파괴, 강 대 강”

광주는 무척 도전적인 팀이다. 이 감독은 “중앙 수비수도 공간이 열리면 자리에 연연하지 말고 돌파해야 한다”며 “본인이 지금 서 있는 곳이 자기 포지션”이라고 주문한다.

중앙 요원이 전후좌우로 크게 움직이는 건 전술상 금기로 여겨진다. 그러나 이 감독은 “중앙 요원이 비운 자리는 다른 요원이 커버하기로 약속이 돼 있어 걱정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래서 이 감독은 기동성, 멀티 플레이어 능력을 가장 중시한다.

전술은 강 대 강이다. 상대 빠른 공격수에 더 빠른 우리 공격수를 붙인다. 그리고 말한다. “따라다닐래? 끌고 다닐래?” 그렇게 말하면 죽어라 뛰면서 끌고 다닌단다.

이 감독은 앞서도 공격수를 투입한다. 첫 골 세리머니는 별로 달갑지 않다. 골이 들어갈 때마다 공을 빨리 주워 센터서클에 갖다 놓기를 원한다. 이 감독은 “내가 골을 원한다는 걸 선수들도 잘 알아 스스로 움직인다”며 “강호들도 골을 더 넣겠다고 달려드는 약체를 부담스러워한다”고 말했다.

■“우승 멤버 대부분 지켜”

이 감독은 수시로 팬심을 되새긴다. 이 감독은 “넘어진 모습, 골 넣고 잠그는 걸 본 팬들이 다음에 또 오겠나”라며 “패해도 다음이 기대되는 팀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렇게 주문한 게 지난 시즌 막판 7경기 무패를 낳았다.

이 감독은 지난해 시즌 직전 선수단에 우승이 목표라고 말했다. 이 감독은 “당시 모두 코웃음쳤지만 아무도 예상하지 못한 좋은 성적으로 우승하지 않았나”라고 말했다. 올해 연봉총액은 지난해보다 10억원 정도 증가한 60억원 선이다. 지난해 1부리그 연봉총액 최하위 성남과 비슷하고 전북, 울산에 비하면 3분의 1이다. 이 감독은 “우리는 지난해 우승 멤버를 대부분 지켰다”며 “누구와도 닭싸움할 준비가 됐다”고 말했다.

김세훈 기자 sh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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