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궁 농구 후예’ 캐롯의 허점…빗나간 화살이 등 뒤에 꽂힌다
리바운드 리그 최저…5연패 수렁
선두권 진입 위해 골밑 보강 절실
프로농구 신생팀 고양 캐롯의 팀컬러는 명확하다. 3점슛을 기반으로 한 ‘양궁 농구’다. 지난 시즌에는 서울 SK의 주특기 ‘빠른 농구’가 인기를 끌었다면, 이번 시즌에는 캐롯의 폭발적인 3점슛이 리그의 화두다.
그러나 캐롯은 최근 ‘양궁 농구’의 한계를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잘 풀릴 땐 외곽포를 앞세워 빠르게 다득점을 완성할 수 있지만, 가장 기본인 리바운드가 약하다는 치명적인 단점이 있다. 멀리서 던진 공이 림을 맞고 튕기면 그대로 역습을 얻어맞는다.
캐롯은 지난 3일 군산월명체육관에서 열린 전주 KCC와의 경기에서 72-79로 져 5연패 수렁에 빠졌다. 이날 캐롯은 3점슛 36개를 던져 10개를 성공시켰다. 전성현과 이정현이 각각 3점슛 4개씩을 책임졌으나 연패를 끊지 못했다.
캐롯은 올 시즌 경기당 평균 33.7개의 3점슛을 던져 12.2개를 넣는다. 3점슛 시도 개수도, 성공 개수도 리그에서 독보적 1위다. 반면 2점슛 시도 개수는 평균 33.1개로 리그 꼴찌인데, 9위 수원 KT(40개)보다 7개나 적다. 외곽 득점에 특화돼 있지만 인사이드 득점은 누구보다 약한, 극단적인 공격 패턴이다.
이날 KCC전에서 상대 KCC는 2점슛 40개를 던져 24개를 넣었지만, 캐롯은 27개의 2점슛을 시도해 15개를 성공하는 데 그쳤다.
더 큰 문제는 리바운드다. 리그 최고의 3점 슈터 전성현이 리바운드까지 가져올 순 없다. 골밑이 약한 캐롯은 3점슛 시도가 실패하는 족족 리바운드를 빼앗기며 쉽게 공격권을 내준다. 현재 캐롯은 경기당 평균 공격 리바운드(8.2개)와 수비 리바운드(22.5개) 모두 리그에서 가장 적다.
시즌이 진행될수록 주전 선수들의 체력이 소진되면서 캐롯은 사면초가에 빠졌다. 이번 시즌 전성현은 평균 32분, 이정현은 평균 34분을 뛰고 있다. 지난 1일 KT와의 경기 전 “전성현의 체력은 아직 괜찮다”고 했던 김승기 감독은 3일 KCC전 패배 뒤 “전성현의 체력이 떨어질 때가 됐다”고 말했다. 이날 전성현은 눈에 띄게 지친 모습을 보이며 야투 성공률이 27.8%에 그쳤다.
‘알고도 못 막는’ 슈터 전성현이 중심을 지키고, 가드 이정현이 기민한 스틸과 속공으로 득점을 더한다. 이들의 화려한 공격으로 캐롯은 시즌 초반 선두권 경쟁을 펼쳤으나 결국 농구의 기본인 높이와 리바운드의 열세 속에 ‘양궁 농구’도 힘을 잃고 있다.
이두리 기자 red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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