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BC 대표팀, 4강 목표·탈 순혈주의·안우진 배제 등 베일 벗었다 (종합)
설욕에 나선 WBC 대표팀이 최종명단을 발표하며 베일을 벗었다. 4강 목표와 탈(脫) 순혈주의, 그리고 ‘학폭논란’의 안우진(키움)의 배제 등이 주요 골자다.
조범현 WBC 국가대표팀 기술위원장은 4일 한국야구위원회(KBO)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오는 3월 열리는 제5회 2023 월드베이스볼 클래식(WBC) 국가대표팀 최종 30인의 명단을 공개했다.
최종 엔트리 30인은 투수 15명(우완 8명, 사이드암 2명, 좌완 5명), 포수 2명, 내야수 8명, 외야수 5명으로 구성됐다. 합계 30명의 최종 인원으로 특별한 부상 인원 등 이탈 선수가 발생하지 않는다면 큰 틀에서 이대로 WBC 본선 경기를 치를 예정이다.
투수 부문은 베테랑 김광현, 양현종(KIA)을 중심으로 원태인(삼성), 곽빈(두산), 구창모(NC), 소형준(kt), 고우석, 김윤식, 정우영 (이하 LG), 이용찬(NC), 김원중-박세웅(이하 롯데), 정철원(두산), 고영표(kt), 이의리(KIA) 등 신구를 대표하는 KBO리그 최고의 투수들로 명단이 꾸려졌다. 우완 투수가 8명, 잠수함 투수가 2명, 좌완 투수가 5명이다.
포수 명단은 양의지(두산)와 이지영(키움)의 2명이 선발됐다. 내야수 부문은 에드먼과 김하성을 포함해 박병호(kt), 김혜성(키움), 강백호(kt), 오지환(LG) 등 국내외 최고의 선수들로 진용이 구성됐다. 외야수 부문은 이정후(키움)와 김현수(LG), 나성범(KIA), 박해민(LG), 박건우(NC)까지 총 5명의 최정예로 인원을 꾸렸다.
전반적으로 투수에 전력을 집중하는 동시에 좌타자들을 중심으로 야수진을 짠 것이 눈에 띈다. 전체적으로 많은 젊은 선발 자원들을 발탁한 가운데 김광현과 양현종이 승부처 등 불펜에서중요한 역할을 할 공산이 크다.
지난해 12월 열렸던 2022 국제축구연맹(FIFA) 카타르월드컵 한국축구대표팀의 16강 선전으로 국가대표팀에 대한 국민들의 눈높이가 높아진 상황. 지난 WBC 3회와 4회 대회 연속으로 본선 1라운드 탈락의 수모를 겪은 야구대표팀의 각오는 비장했고, 동시에 최정예 전력을 꾸리기 위해 애쓴 흔적이 역력했다.
선수단 구성과 전력분석과 훈련 계획 등 전반적인 부분에 두루 관여한 WBC 대표팀 기술위원회의 조범현 기술위원장과 사령탑을 맡게 될 이강철 대표팀 감독은 각각 비장함과 ‘4강’이라는 높은 목표가 담긴 포부를 전하기도 했다.
이강철 대표팀 감독은 반대로 “모든 분이 위기라고 하는데, 위기는 곧 기회라고 생각하고 WBC를 준비하겠다”면서 “중요한 자리를 맡게 됐는데 개인적으로 영광스럽게 생각한다. (웃으며) 이것 이상은 떨어지지 않을 거라고 생각한다. 긍정적인 마음으로 팀을 꾸려갈 생각이다. 여러분이 생각하는 만큼 갈 수 있도록 준비 잘 해서 모든 국민들께 납득할 수 있는 성적을 내릴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며 당당하면서도 자신감 있는 각오를 전했다.
그렇다면 ‘국민들이 납득할 수 있는 구체적인 성적 목표’는 무엇일까.
이강철 감독은 “인생에서 구체적인 목표를 말하면 안 되더라”면서 미소를 지어 보이면서도 “앞서 월드컵을 보면서 선수들이 동기부여를 느끼지 않았겠나. 나도 희열을 느꼈다”면서 2022 카타르 월드컵 태극전사들의 선전을 언급했다.
그러면서 이 감독은 “안방에서 보고 계신 국민들도 그렇게 생각할 것이기 때문에 우리 선수들 역시 많은 생각이 있을 것”이라며 “하지만 (구체적으로)몇 위를 한다기 보다는 일본을 벗어나서 먼 곳으로 가고 싶다”면서 미국 마이애미에서 열리는 4강 및 결승전의 챔피언십 라운드가 목표라고 에둘러 밝혔다.
초대 2006 WBC 대회 3위, 제2회 2009 WBC 대회 준우승으로 야구 강국의 면모를 보여준 한국은 이후 2개 대회 연속으로 조별리그 1라운드 탈락에 그친 바 있다. 이번에는 이런 과오를 반복하지 않겠다는 강한 의지를 드러낸 셈이다.
이를 위해 그간 야구대표팀이 유지했던 ‘순혈주의’도 벗어던졌다. 일찌감치 미국 메이저리그에서 뛰고 있는 한국계 선수들의 대표팀 승선 가능성을 타진했고, 최종적으로 메이저리그 골드글러버 출신의 토미 현수 에드먼(세인트루이스)이 합류한다.
토미 에드먼은 한국계 어머니 곽경아 씨와 미국인 아버지 존 에드먼 씨 사이에서 태어난 한국계 선수다. 풀네임이 ‘토미 현수(Hyunsu) 에드먼’이기도 한 그는 2021시즌 포지션별 최고의 수비를 펼친 선수에게 주어지는 내셔널리그 2루수 골드글러브를 수상했다.
에드먼은 2019년 빅리그에 데뷔, 올해까지 통산 459경기에 출전해 타율 0.269, 40홈런, 79도루, 274득점, 175타점을 기록했다. 올 시즌에도 153경기에 나서 타율 0.265/13홈런/95득점/57타점/32도루라는 준수한 성적을 올렸다.
골든글러브로 검증이 된 뛰어난 수비력에 2021년(30도루)과 올해(32도루) 각각 내셔널리그 도루 부문 2위에 올랐을 정도로 스피드가 빠르고 베이스러닝 센스가 탁월하다. 대표팀에서도 주전 2루수이자 리드오프로 충분히 활용될 수 있는 자원이다.
이강철 감독 역시 “(에드먼의) 활용은 직접 봐야 할 것 같다”면서 웃으면서도 “멀티포지션이 가능하고 주요 포지션은 2루수다. 2021년 골드글러브를 받은 선수다. 김하성과 함께 키스톤콤비를 이룰 수 있는 자원이라고 판단해서 주전으로 활용할 계획”이라며 주전 2루수로 에드먼을 활용할 계획임을 분명히 밝혔다.
이로써 메이저리그에서 골드글러브를 받은 에드먼과 지난해 유격수 부문에서 골드글러브급 활약을 펼친 김하성까지 빅리거 키스톤콤비가 WBC에서 활약하게 됐다.
거기다 부상으로 승선 여부가 미지수였던 최지만(피츠버그)도 최종 합류 여부를 조율 중이다.
아직 합류가 확정된 것은 아니지만 최종 승선한다면 내야진은 메이저리그에서 활약 중인 선수가 3명이나 포함될 정도로 호화로운 구성이 될 전망이다.
선수 선발 기준의 대원칙은 ‘국제경쟁력’과 ‘세대교체’를 동시에 충족하는 것이었다.
조범현 위원장은 “오랜 기간 기술위원과 전력 분석팀 및 코칭스태프들의 논의를 통해서 국제경쟁력과 세대교체를 아우를 수 있는 엔트리 구성을 위해 노력했다. 또 이강철 감독 및 코칭스태프와 (긴밀하게) 협의해 선수단 구성에 심혈을 기울였다”며 이번 최종 엔트리 구성의 배경과 방향성을 설명했다.
그러면서 조 위원장은 “최지만 등 해외 리그에서 뛰고 있는 선수들이 강한 의욕을 갖고 대표팀에 합류했다”면서 “KBO에서 뛰고 있는 모든 선수들이 같은 마음일 것이라고 생각한다. 대표팀이 전력을 다할 수 있도록 모두 함께 최선을 다하겠다”고 설명했다.
WBC를 개최하는 대회 조직위(WBCI)는 별개의 기구이기 때문에 선발에는 절차상으로 문제가 없었지만 시즌 종료 후 다시 과거 ‘학폭 관련 이슈’가 불거지면서 승선 가능성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지난해 11월 발표됐던 50인의 관심명단에도 들지 못했던 안우진은 이후 추가 발탁 논의에서도 점차 배제된 가운데 끝내 최종 명단에 들지 못했다.
실력만 놓고보면 지난해 투수 부문 골든글러브를 수상한 안우진은 평균자책-탈삼진-이닝 등 주요 부문에서 모두 1위에 오르며 KBO리그 최고의 우완투수로 거듭났다. 하지만 결국에는 나라를 대표하는 태극마크를 달 수 있는 자격을 지닌 ‘국가대표’라는 무형의 기준을 충족하지 못했다.
기자회견에서 안우진을 발탁하지 않은 배경에 대해 질문을 받은 조 위원장은 한동안 곤혹스러운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하지만 이내 조 위원장은 “선수 선발 기준은 선수 기량과 함께 나라를 대표하는 국가대표를 상징하는 의미와 책임감, 자긍심 등 여러 가지를 고려해서 최종적으로 선발하게 됐다”고 짧게 설명했다.
구체적인 사건을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결국 대한체육회와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 징계를 통해 국가대표 자격을 상실한 안우진의 과거 행적이 배제의 기준이었음을 밝힌 셈이다.
확실한 에이스 후보 안우진이 빠진 국가대표팀 마운드는 ‘보직을 파괴하는 기용’으로 대회에 임한다.
대표팀은 16일 선수단 예비소집 및 오리엔테이션을 시작으로 2월 14일 애리조나 투손 키노 스포츠컴플렉스에서 정식으로 소집돼 약 2주간 전지훈련을 갖는다. 한국에서 잠시 정비 및 고척돔에서 국내 훈련을 소화한 이후 예선라운드 경기가 열리는 일본으로 건너가 일본 프로야구 2개 팀과 평가전을 치를 예정이다.
이어 일본 도쿄돔에서 3월 9일 호주와의 첫 경기를 시작으로 본선 1라운드 B조 조별리그 4경기를 차례로 소화하게 된다. 만약 8강 토너먼트에 진출한다면 순위에 따라 A조 2위 혹은 1위와 맞붙게 되는 방식이다.
4강 이상의 챔피언십 라운드는 미국 마이애미 플로리다에서 치러진다. 3월 19일 아시아 라운드 1위와 미국 라운드 2위가 맞붙고, 3월 20일 미국 라운드 1위와 아시아 라운드 2위가 격돌해 각 경기별 승자가 2월 21일 결승전을 치르게 된다.
<2023 WBC 대표팀 최종 명단>
우완투수: 고우석(LG), 소형준(kt), 이용찬(NC), 원태인(삼성), 김원중-박세웅(이하 롯데), 곽빈-정철원(이하 두산) 총 8명
사이드암 투수: 정우영(LG), 고영표(kt) 총 2명
좌완투수: 김광현(SSG), 김윤식(LG), 양현종-이의리(이하 KIA), 구창모(NC) 총 5명
포수: 이지영(키움), 양의지(두산) 총 2명
내야수: 최정(SSG), 김혜성(키움), 오지환(LG), 박병호-강백호(kt), 김하성(샌디에이고), 에드먼(세인트루이스), 최지만(피츠버그) 총 8명
외야수: 이정후(키움), 김현수-박해민(LG), 나성범(KIA), 박건우(NC) 총 5명
[도곡동(서울)=김원익 MK스포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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